벌과 나비가 날아들 만큼 생생한 조선시대의 가화(假花)를 만나볼 수 있는 특별전시회가 열린다.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관장 이귀영)과 재단법인 수로문화재단(이사장 황수로)은 4월 8일부터 5월 25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아름다운 궁중채화’ 기획전을 개최한다.
궁중채화란 궁중의 잔치를 장식하기 위해 비단, 모시, 밀랍 등 갖가지 재료를 다듬고 염색해 만든 화려한 가화이다. 모란과 매화와 같은 꽃뿐만 아니라 벌, 나비, 새 등 상서로운 의미를 지닌 꽃과 곤충, 동물을 정교하게 재현해 왕실의 품위를 드러낸 조선시대의 주요한 장식품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중요무형문화재 제124호 궁중채화 기능보유자 황수로 씨가 <순조기축진찬의궤>에 따라 1927년(순조29) 순조 나이 40세와 즉위 30년을 기념해 창경궁에서 열린 ‘순조기축년진찬’을 재현했다. 진찬상의 고증과 음식제작은 중요무형문화재 제38호 궁중음식 기능보유자 한복려 씨가 담당했다.
전시회는 왕과 왕세자가 조정 신하들을 대상으로 명정전에서 여는 잔치인 ‘외진찬’과 대비와 왕비 등이 내외명부 여인들을 대상으로 자경전에서 실시하는 ‘내진찬’ 등 두 개의 공간으로 꾸며져 남성과 여성을 대상으로 한 잔치의 양상을 비교 관람할 수 있게 했다.

순조기축년진찬 명전전 외진찬 세자궁 진찬안

순조기축년진찬 명전전 외진찬 대전 진어찬안
명정전 외진찬 시 국왕의 진찬상을 장식하는 대전 진어찬안에는 모두 14개의 상화가, 왕의 술안주상인 진어미수의 상화로는 18개의 상화가 장식됐다. 세자의 진찬상에는 11개의 상화가, 진미수에는 2개의 상화가 장식됐다.
<순조기축진찬의궤>에 의하면 명정전 외진찬에 사용된 채화의 수량은 총 5,289송이로 제작비용은 632냥 7전 3푼, 요즘 화폐 가치로 5천여만 원의 가치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순조기축년진찬 자경전 내진찬 대전 진어찬안
외진찬 3일 후에는 자경전에서 내외명부 여성들을 위한 내진찬이 벌어졌다. 내진찬의 궁중채화는 외진찬보다 더 화려하고 풍성하게 꾸려졌다. 잔치에 채화 6,557송이가 장식돼 그 제작비만 모두 1,729냥 6전 3푼인 것으로 기록됐다. 현재 가치로 1억 4천여만 원에 달하는 액수이다.
자경전 내진찬 시 국왕와 중전의 진찬상을 장식하는 대전 진어찬안에는 모두 34개의 상화, 세자와 세자빈의 진찬안에는 22개의 상화가 장식됐다. 순조와 순원왕후의 장녀인 명온공주의 찬상에는 모두 18개의 꽃이 놓였으며 기타 내명부, 내외빈, 종친 등의 찬상에도 3~7개의 상화가 장식됐다.
한편 전시실 한켠에는 70세 이상의 원로 문신들을 위로하고 예우하기 위해 나라에서 베푼 잔치인 기로연을 장식하는 밀랍화 윤회매가 장식돼 눈길을 끈다. 윤회매는 밀랍으로 가화를 만들고 채색한 채화로 왕실뿐만 아니라 일반 사대부와 문인묵객 사회에서도 장식화로 쓰였다.
아울러 프랑스의 비단 꽃 명인인 브뤼노 르제농 장인이 제작한 프랑스식 꽃 장식을 소개하는 코너도 마련됐다.

황수로 기능보유자가 윤회매 앞에서 설명을 하고 있다.
황수로 기능보유자는 4월 7일 열린 특별전 설명회에서 “조선은 유교사상에 따라 궁궐에서 잔치를 열 때 절대 살아있는 꽃을 꺾지 않고 종이, 비단, 밀란 등으로 꽃을 만들어 장엄했다”며 “영원불멸한 조선왕조의 번영을 기리고 생명을 경외 시 하지 않는 조상들의 철학적인 신념이 화려하고 숭고한 궁중채화문화를 번영시켰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