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6월 ‘도이 거사의 미얀마 수행기’를 통해 미얀마 수행처에서의 수행과정을 6차례에 걸쳐 상세하고 친절하게 소개해, 국내 불교 수행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던 서울 약수동 연방죽선원 도이 김경재 법사가 귀국 이후 국내에서 위빠사나 수행 및 지도를 하며 체험한 내용을 <미디어붓다>를 통해 다시 연재한다. 위빠사나 수행법에 대한 관심이 날로 고조되고 있는 한국불교 현실에서 철저한 수행체험을 통한 육필 수행기가 위빠사나 수행을 하고 있거나 관심을 갖고 있는 예비 수행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편집자

一. 들어가는 말

二. 개아의 형성

가. 정신과 물질 / 나. 오온 / 다. 6근 / 라. 6경 / 마. 6식

三. 어떻게 할 것인가.

가. Anapana-Sati
나. Sati-patthana

1) Sati란

2) 수행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가) 경행 / 나) 좌선 / 다) 곁들이는 말씀

四. 지도와 익히는자의 자세

가. 어떻게 배우고 익힐 것인가 / 나. 어떻게 이끌고 지도해야 하는가 / 다. 이 시대의 진정한 스승 / 라. 불교 발전을 위한 소고

五. 맺는말

(그분 존귀하신 분, 모든 번뇌 떠나신 분, 스스로 완전한 깨달음을 이루신 분께 예경 올립니다.)

一. 들어가는 말

불교(佛敎)란?

이 글의 머리글의 명제(命題)가 왜 이러한가.

이 글을 접하신 모든 분들은 새삼스러울 수도 있고, 아니면 생뚱 맞는 말로도 받아들여지는 분들도 계시리라 믿습니다.

그러나 그 본질을 파헤쳐 알아보시게 되면 자신이 배우고 익힌 불교(佛敎)에 대한 정의(定義)가 더 확실하게 자리매김하리라 믿어 이러한 명제(命題)를 달았습니다.

사람들의 70~80%는 삶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시작되어 어디에서 끝나며, 거기에는 목적이 있는가? 등 인류의 오랜 세월동안 숙고와 논박을 거듭해온 이 수수께끼에 대한 해답을 갈구하고 있다고 봅니다. 또한 진리란 무엇인가, 하는 큰 의문을 가지고 열심히 파헤치며 학문과 종교에 몰입해 가시는 분들을 위의 숫자로 보았다면 과한 것일까요.

학문에서도, 그 어떤 사업에서도, 크나큰 명예의 획득에서도 사람들은 채워질 수 없는 ‘불만족’의 연속에서 생활하게 됩니다. 성패(成敗)의 단맛 쓴맛을 보고나면 더욱 의문스러운 점, ‘삶의 목적’ 때문에 이 문(門) 저 문(門)을 들여다보며 불혹(不惑)의 나이가 시작될 것입니다. 이러한 정신세계의 사유나 과정이 없으신 분들께는 이 글은 무의미할 것이며 난해(難解)한 일일 것이고, 전혀 읽지 않아도 될 글이겠습니다. 또한 다분히 주관적인 견해에 불과하리라 생각합니다만, 모두가 가지는 이 의문의 덩어리에 묻혀 한 생(生)을 살아온 저의 입장만으로 치부해도 관계없습니다.

우리 세대의 성장과정에서 그러한 정신 지주가 없이 방황했던 시절을 돌아봅니다. 무언가 채워지지 않고, 허전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 남 못지않은 욕심을 채우고자 고군분투하다 채워지지 않을 때는 무속(巫俗)이나 신(神)을 찾아 헤맸고, 온갖 기학잡서(奇學雜書)로 머릿속을 채워가다 늦게야 불교를 알게 되고, 여기에 모든 답이 있음을 발견하고, 드디어 뒤도 옆도 돌아볼 겨를 없이 탐구에 탐구를 거듭하였습니다. 그리고는 드디어 붓다(Buddha)의 가르침인 불교의 맛을 알고 얻어가고 있는 이 과정을 빅쿠(Bikkhu)의 입장도 아니요, 불교학자(佛敎學者)의 해박한 지식도 아니요, 100% ‘수행의 생활화’를 실천하지도 못하고 있는 사람입니다만 그간의 다양한 구도의 과정에서 보고 익히다가 붓다의 가르침과 가르침을 시행하며 얻어진 일개 수행자로써 체험을 통해 얻은 사실들을 진솔하게 얘기하고자 할 뿐입니다.

특히나 수행(修行)이라는 주제에 접할 때는 물질의 세계가 아닌 정신세계의 문제에 있어서는 그 정답을 구하기가 정말 어려웠습니다. 그 명확하고 간결한 답(答)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 군더더기 붙일 필요 없이 술회하고자 합니다. 수행의 참맛을, 체험의 환희를 알고 나서 일천한 캐리어를 가지고 수행을 설파하는 수행의 지도 강사로서 활동해오며 무수한 수행법의 정점(頂点)을 찾았습니다. 그것은 붓다(Buddha)께서 설파하신 유일한 길(ekayana)인 위빠사나(Vipassa) 수행법입니다. 수많은 경전중에 사마타(Samatha) 수행법도 많이 나타나지만, 그것은 유일한 길인 위빠사나의 수행을 위한 차제 설법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어느 강좌에서건 나의 설법의 제1성은 ‘불교란 무엇인가?’, ‘불교는 어떻게 공부해가야 하나?’가 첫 머리말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명제(命題)가 본인의 ‘수행기Ⅱ’의 화두가 되었습니다.

불교! 특히 통불교라고 자칭하는 우리나라의 불교인들에게 ‘불교란 무엇인가?’라고 물으면 답은 한결같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라 답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 같은 간결한 답 ‘부처님의 가르침을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가?’를 묻는다면 또한 다양한 답들이 나올 것입니다. 아마도 나름대로 배우고 익힌 정신세계들을 펼쳐놓을 것입니다. 이러한 다양한 반응들은 오직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변질 되어온 불교사상의 전래에서 말미암음이며, 둘째 그에 따라 전승되어온 스승들의 알음알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혹은 선지식과 도반들의 영향 때문입니다. 즉, 그들이 섭렵한 잘못된 원류(原流)를 자기의식과 알음알이로-경전이나 주석서에 의하지 않고- 나름의 정신세계를 말하고 있을 뿐입니다.

문제는 과연 그런 말들이 옳은가? 하는 의문에 대하여 각자가 사유하며 답을 찾으려 했는가? 고민해 보았는가?의 여부입니다. 그냥 편한 대로 불교를 이해하고 생활에 적용하고 있지는 않은가? 소위 ‘생활불교’라는 미명(美名) 아래 붓다(Buddha)의 올바른 가르침을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한 채 갖가지 현란한 내용과 현학(자신도 모르는)의 말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부처님을 신격한(神格化)한 믿음의 체제로 받아드리고 있지 않은가? 붓다 가족(Buddha Family)들은 이점에 대하여 살펴볼 필요가 절대로 있는 것입니다.

과연 무엇을 가르치셨기에 불교라 하는가? 그 가르침의 진수- 알갱이는 무엇인가? 하는 모든 문제들을 짧은 배움과 실천과 체험을 통하여 진솔하게 펼치고자 합니다.

그분  붓다(Buddha)께서 설하신 8만4천 법문을 부문별로 갈무리하면 팔리3장(pali pitaka)으로 요약됩니다. 경장(經藏, Sutta-pitaka) 율장(律藏, Vinaya-pitaka) 논장(論藏, Abhidhamma)입니다.

첫째, 경장은 5부 니까야로 상윳따니까야, 맛찌마니까야, 앙굿따라니까야, 디가니까야, 쿠다카니까야 로 45년 간 설하신 법문(法門)입니다.

둘째, 율장은 5계(戒)·8계·10계·빅쿠(Bikkhu)의 227계 빅쿠니(Bikkhuni)의 331계로서 그 계목(戒目)을 펼치면 9만8천여 가지로, 사부대중이 지켜야할 계율입니다.

셋째, 논장은 아비담마 7논(論)으로 원문은 약 4,830자(字)로 대승의 금강경 크기인데, 경장 율장의 엑기스입니다.

위의 3장을 펼쳐 일반적으로 8만4천 법문이라고 통계합니다. 그 내용을 핵심적으로 줄여나가면 1차로 줄일 때 37조도품(三十七助道品. 4념처, 4정근, 4신족, 5근 5력, 7각지, 8정도)입니다.

2차로 줄이면 8정도(八正道)로 25부처님이 이 길을 통해 성불(成佛)하였다는 ‘붓다의 옛길’입니다. (정견, 정사유, 정어, 정업, 정명, 정정진, 정념, 정정)

3차로 또 줄이면 3학(三學. 戒, 定, 慧)입니다.

위와 같은 분류는 모든 학자간에 스님들 간에 대승이나 테라와다나 이견이 없는 분류방식이기도 합니다.

위의 분류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경, 율, 론 3장을 1,2,3차로 줄여나가는 과정은 모두가 휘황한 말치레나 현묘함이 없는 이론이 아닌, 군더더기 없는 실천수행으로 일관되어 있음이 보이지 않습니까? 알아지지 않습니까?

이와 같이 그 말씀들이 수행으로 일관되어 있음을 우리 붓다 패밀리(Buddha Family)들은 왜 간과하고 있을까요, 아니 간과라기보다 엄두를 내지 않고 있을까요.

붓다(Buddha)께선 자유에 이르는 길을 3가지로 설명하십니다. 그분의 말씀 중 자유라 하면 평화, 평온 나아가 해탈(Vimutti), 궁극은 열반(Nibbana)을 성취하는 것을 말합니다. 아래 열거한 3가지 길은 현대의 비교 종교학자나 다양한 종교에서도 공감하고 인정합니다.

첫 번째 길이 ‘jjhana-magga’입니다. 우리말로 ‘명상수행의 길’ ‘참선의 길’입니다. 이 길은 가장 공격적이고 확실하고 핵심적이며 유일한 길입니다. 대다수의 종교인들이 그렇다고 인정합니다. 그러나 범부중생(凡夫衆生)들의 생활에서는 엄두를 낼 수 없는, 그래서 현실적으로 생활화하고 시행할 수 없는 길이기에 대개 그 길을 지나쳐 버립니다. 혹은 그 길을 아예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두 번째 길은 ‘Bhakti-magga’입니다. 즉 신애(信愛)의 길입니다. 혹은 신애(神愛)라 표기(表記)해도 무방합니다. 이 길은 가장 용이(容易)한 길입니다. 그래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 길을 갑니다. 이 길을 가는 방법은 자기종교의 교주-부처님이나 예수 등을-를 신격화(神格化)하여 자나 깨나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아미타불, 나무관세음보살 등등’이나 ‘오, 주여! oh, my god!’을 지극하게 염(念)하고 공양하고 받들며 제사 등의 행위로 자유를 얻어 가시려는 분들입니다.

세 번째 길은 ‘Kamma-magga'입니다. 즉 ’행위의 길‘입니다. 위의 두 가지 길을 가지 않고 자유를 얻고자 하시는 분들의 길입니다. 그 행위가 윤리나 도덕에 반(反)하지 않고 행위함으로, 걸림이 없는 불자(佛子)라면 5계를 잘 지키면서 남에게 봉사하고 선업을 쌓아가며 정신적인 안정 속에서 자유를 누리려는 분들입니다.

앞의 세 가지 중 붓다(Buddha)는 누구에게나 처음에는 세 번째 길, 즉 행위의 길을 설파하시고 이어 두 번째의 ‘신애(信愛)의 길’을 말씀하시고 가르치십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방법은 고요와 평온을 얻는 과정으로, 궁극으로는 첫 번째의 길인 ‘명상수행의 길’로 유도하기 위한 과정의 길입니다. 다시 말해 ‘jjhana-magga’를 위한 차제 설법입니다.

그래서 세 가지 길 가운데 우열은  분명하게 가려지지만 범부(凡夫)들로서 어느 길의 우열을 논평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또한 인간관계의 설정을 위해도서 그 평은 금기시됩니다. 모든 것은 원인과 결과의 법칙에 한 치의 오차도 용인되지 않습니다. 각자가 그러한 만들어 주어진 조건에 의해 자기가 선택한 길을 갈 뿐입니다.

붓다께서는 이 가르침의 궁극이 수행에 귀결되게끔 차제의 설법을 주셨는데 가르침의 알갱이로 귀결되어진 수행을 제껴두고 앞의 두 길인 행위와 신애의 길만이 최상이라고 우기는 어리석음(愚)을 범하고 있는 것은 심히 우려되는 것이며, 더욱이 수행에만 전념해가는 이들을 자기만 아는 소승적 행위로 몰아붙이는 것은 앞의 우(愚)에 또 다른 우(愚)를 더할 뿐입니다.

물론 대승의 가르침에도 수행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교의적 근거와 스님들의 가르침이 분명히 많습니다. -그 수행의 방법론의 차이이지만-

붓다(Buddha)께서는 한 인간의 문제를 ‘자유로움’에 두었는데, 그것을 얻는 것은 과정일 뿐입니다. ‘괴로움을 여의고 윤회를 마감하는데 목표를 두신 과정일 뿐입니다. 4악도(지옥, 축생, 아귀, 수라)에 떨어지지 않는 것은 모든 이의 소망이며, 나아가 현생보다 나은 조건이나 환경에서 태어나고, 나아가 천상에 태어나며, 대승에서 날조된 극락왕생을 하는 것에 목표를 두는 데, 이는 그 분, 붓다의 가르침이 아닌 걸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헤아릴 수 없는 겁 동안 나고 죽는 윤회(samsara)를 마치고 열반을 성취하기 위하여 출가하시고 득도하시여 그 길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 분! 석가모니 부처님의 오도송(悟道頌)을 기억하십니까? 대승권 조사(祖師)들의 오도송은 우리 주변에 자주 회자되고 있습니다. 자기도 모르는 말을 우리에게 이해하라고 읊조리지만, 무수한 조사(祖師)들의 오도송-깨달음의 노래-을 이해하시는 분이 얼마나 계십니까? 만일 그런 분이 계신다면 날밤을 지새워도 좋으니 법담(dhamma-talk)을 나누고 싶습니다.

부처님의 오도송이 전래된 것은 금세기입니다. 부처님의 오도송의 내용은 얼마나 쉽고 가슴을 두드리는 감명 깊은 시구(詩句)로 되어 있습니까. 부처님의 오도송은 처음부터 끝까지가 윤회의 고통이고 그것을 벗어난 경지를 설파하신 내용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길을 가르쳐 주신 분! 붓다는 “너희가 부처를 이루기는 지난( 至難)하다. 한 부처가 태어날 때는 21띤체이의 세월이 필요하다.-1띤체이는 10의140승의 해(年)-, 지구의 숫자로는 기록할 수 없는 시간이다, 그것이 21띤체이라니-, 그래서 32상80종호를 갖춘 붓다(Buddha)를 염원하지 말고 4쌍8배의 길을 가서 아라한 과(果)를 얻어 윤회를 마감하라”고 이르신 분이십니다.

인간으로 태어나서

인간으로 사시다가

인간으로 돌아가신 분(열반을 얻으신 분)

그러나

인간으로서 인간을 뛰어 넘은 최초의 인간

인간으로서 천상(天上)의 모든 신(神)들도 공양올리고 경배한

위대한 인간

이것은 사실(事實)이고 사실(史實)입니다. 그래서 그 위대함을 표현한 여래 10호와 같은 칭송 등의 미사여구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은 위대한 성인의 완성은 오직 그분이 설파하신 수행에 의해서 완성된 것입니다.

그래서 붓다(Buddha)의 가르침(佛敎)의 알갱이는 ‘수행’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저는 결코 짧지 않은 불제자의 길을 걸어오면서, 불교를 어떻게 익히고 실천해가야 하는가를 고민했고, 결론적으로 그분이 가르쳐주신 핵심인 수행을 떠나서는 가르침의 주위만 맴돌 뿐 괴로움과 윤회의 끝을 볼 수 없고 얻을 수 없다는 것, 이것을 알아내고 체험했음을 자신있게 밝히고자 합니다. <계속>

                                             글: 도이, 연방죽선원 약수연수행처 상임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