四. 미얀마 소고(小考)

청명한 밤하늘을 누비는 비행기의 불빛도 없다. 휘둥그레 떠오른 보름달은 확실히 우리나라의 달보다 크다.

아침에 떠오르는 해도 노을에 지는 뻘건 해 덩어리도 우리나라 것 보다 크다. 야자나무와 보리수가지에 걸려있는 그 모습들이 대단히 아름답다. 천혜(天惠)의 보물을 너무나 많이 지닌 나라, 석유와 가스가 나오고, 루비, 사파이어, 다이아몬드, 황금, 진주 등의 보석류는 그 질과 양이 세계에서도 최상이란다. 티크 목은 또 어떠하고.

웬만한 사찰이나 건물은 거의 티크 목으로 이뤄진다. 그 외에 열거하기 조차 힘든 특산물이 넘쳐 나는 곳, 인위(人爲)보다는 자연(自然)이 훨씬 넘실대는 나라다. 처녀림 같은 곳도 많이 남아 있는 미개척의 나라, 미개발 국가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모든 생활의 이기(利器)들은 큰 불편은 느낄 정도로 낙후되어 있다. 생활상은 어떠한가. 먹고, 입고, 자는 문제가 양극(兩極)을 이루고 있다. 모든 것이 미완성(未完成)이고 불모지(不毛地)일 때 사람들의 관심과 발길은 멈추지 않는가 보다. 사람들은 제 나름대로 미개척지를 좋아하는 본연적(本然的) 습성을 가졌나보다.

더욱이 문명이 발달한 곳에서 온 사람들은 벌건 눈동자를 굴리며 재화에 대한 탐욕의 대상으로써 모든 것을 보게 된다. 이 나라인들 무상(無常)의 법칙에서 벗어 날 수 있겠는가. 언젠가 풀리고, 뚫리고, 퍼져나갈 물질문명이라는 미명(美名)의 개발이 이루어진다면 생활에 크게 불편하지 않는 이상은 문명의 잘못된 전철을 피해갔으면 싶다.

친환경, 친자연주의를 부르짖는 이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을 수 있게끔 귀가 열렸다. 눈도 열린 듯싶다. 우리의 서울을 위시한 발전되었다는 도시들과 비교하여 보면 아니 국토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는 파괴의 현장인 우리나라와 견주자면 자연과 인공 중 자연 쪽에 훨씬 많이 치우쳐있는 이 미지(未知)와 미개발의 나라 미얀마가 좋은 통치자와 좋은 시절을 만나 전원의 나라로 발전해 갔으면 좋겠다. 아니 이는 불자(佛子)의 입장에서 확고한 바람이다.

아라한이 대통령이나 장관이 되고 아나함이 주지사나 시장이 되고 사다함이 생산공장이나 관공서의 장이 되고 전 국민은 예류과인 수다원과를 얻은 나라. 그래서 이 나라의 찬란한 광명이 전 세계, 우주를 뒤덮어서 2000년을 몸살 많아온 정부와 살육의 역사를 마감하는 그야말로 불국정토(佛國淨土)의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그 가능성을 미얀마의 어린이에게서 본다. 우리나라의 60년대에 유치원생과 초중등학교 학생을 보고 세계인들이 한국의 미래를 점(占)쳤던(예측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다름 아닌 ‘한국의 미래는 밝다’이다. 그때의 어린아이들이 이제 40~50대의 장년이 되었다. 60년대의 한국과 2009년의 한국이 어떻게 다른가. 나도 이 덕담을 미얀마에 남기고 싶다. 어쩌면 그들이 표정이 그리도 밝고 깨끗하며 눈빛은 그리도 초롱초롱한가. 하나같이 맑고 잘 생겼다. 미얀마여, 그대들이 있어 그대들의 나라는 불국토를 이루게 되리라!

지금까지 밝힌 단편적인 미얀마의 수행풍토와 이 나라의 여건 등을 참고하시여 미얀마를 찾아보시기 바란다. 물론 관광도 좋지만 수행법을 배우고 보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한번은 가 봤으면 하는 나라임을 강조해드린다.

몇 년 전 인도에 갔을 때, 그곳이 부처님이 태어난 나라이긴 했지만, 부처님은 폐허와 골동의 상점에만 계심을 아픈 가슴으로 보았던 적이 있다. 그러나 이곳은 아니다. 전국이 바로 불국토의 화현인 나라다.

五. 맺는말

이와 같이 나는 부끄럼 속에서 수행의 길을 걸어온 여생의 진솔하게 얘기했다. 간추리자면 진리에 대한 갈망으로 헤맸던 시절에 모교와의 인연사로 내로라하는 불교계의 대석학들과 고승들을 뵈며 열심히 공부한 모습과, 마침내 공부를 위해서 한국에서는 나이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출가(出家)를 거부하는 뭇종단의 종헌종법 때문에 그런 제약이 없는 상좌부 불교권인 미얀마에 와서 빅쿠의 계를 수지하고 수행을 배우고 익힌 계기와 과정을 밝혔다.

‘구도의 길’이라고 하면 곰팡이 냄새가 나고, 거창하지만 ‘진리에 대한 갈망’으로 목말라하며 내 살림살이의 불선업(不善業)을 모조리 들춰내는 이 공부를 하게 된 것이다.

특히나 삶에 사랑과 미움은 손등과 손바닥 같다는 것도 알았다. 이 공부와 수행 속에서 사랑에 집착하고 미움을 멀리 할 수 있는가. 뒤집으면 손등이고 손바닥인 것을!

손등만 보고서는 살수 없다는 것도 알았다. 더욱이 섭섭하고 미워하는 인연사가 이 공부 속에서는 더욱 좋은 대상이고 나와는 반대편에 선 사람들의 의견이 나에게는 항상 사표(師表)가 되는 것임을 알았다. 그러한 숙세의 인연사들이 이제는 윤회를 벗어나라고 채찍질 하는 것 같아 나는 범사(凡事)에서부터 이 특별한 인연까지에 감사하는 것이다. 역시 상의상관 관계가 없이는 아무것도 독자적으로 생겨나는 것은 없다.

그러한 관계 속에서 가장 간결하고 효과있는 수행체계인 사띠(sati)까지 알았으니! 사띠(sati)는 대승의 중국쪽 번역으로 관(觀)이니, 견(見)이니, 조(照), 또는 관조(觀照), 조견(照見) 등으로 해석되기도 하고 확실하게 ‘염(念)’이라고 규정하지만 싸티(sati)는 ‘알아차림’ 등의 많은 의미를 표현한 빨리어다. 이 알아차림이라는 말도 1990년대 들어서 통용의 도(度)를 높인 명칭의 통일 같다.

이 알아차림의 공부는 수승하다. 혹자는 얘기한다. ‘콧구멍 들여다보고 발바닥 보아서 무슨 도(道)를 이루느냐’ 고. 그것은 정말로 관념에 찌들어있는 구제불능의 불쌍한 분의 이야기이다. 나는 그 분들께 권한다. 비평하기 전 단 하루라도 아니 한나절이라도 그것도 길 다면 단 한 시간이라도 가르침대로 심도있게 수행해 보라고 말이다. 이것이 어디 외도(外道)들의 수행인가. 분명하게 부처님이 설하시고 그 방법을 가르치신 사념처 수행이며 이와 같이 일정기간 수행했을 때 아직 집착이 조금 남아 있는 분은 돌아오지 않은 분(Anagami)의 지혜를 얻고, 모든 집착을 여의었다면 최고의 지혜(Arahatt)를 얻을 것이며, 그렇지 않다면 성인의 계위에 오를 수 있다고 깨달음의 보증(수기)까지 주시며 설하시지 않았는가.

나는 4년전 이 공부에 탐익할 때 주제넘게도 나의 24시간을 빠짐없이 알아차리겠다는 그야말로 대원(大願)을 세웠다. 그것은 정말로 원(願)으로만 끝날 일인지 어려웠다. 범부로썬 불가피(不可避)한 것일 게다.

그것이 4 8배에 이어 닙바나에 이르는 통로인 것만은 분명하게 알았다. 신수심법(身受心法)을 알아차리는 동안 어찌 그곳에 불선업(不善業)이 같이 할 것인가. 번뇌는 객진(客塵)으로 온다. ‘손티로 오는 번뇌’가 찾아와 보니 이 수행자는 ‘배의 일어남과 사라짐’이나 ‘왼발 오른발’의 알아차림만 가득 차 있으니, 이 손님으로 온 번뇌가 머물 자리나 시간이 있겠는가. 손님으로 왔는데 손님 대접을 안 하면 그 손님은 떠나가는 것이다.

알아차림을 놓치면 그 놈이 주인 노릇을 하며 근경식(根境識)의 삼사화합(三事和合)으로 충돌에 이은 12연기의 바퀴만 돌릴 뿐이다. 그러니 알아차림은 청정한 생활이랄 수밖에 없으며 이 사띠(sati)는 오계를 다 수지(受持)하는 것이기 때문에 계율을 지키기 위한 별도의 행이 필요 없을 정도이다.

신수심법으로 확장된 사띠(sati)에선 ‘살, 도, 음, 망, 주’라는 불선업의 파계행위가 있을 수 없다. 바로 정(定)과 혜(慧)로 이어지는 티켓(ticket)이다. 열반을 실현하게 하는 티켓이다. 흔히들 8만4천 법문을 줄이면 37조도품이요, 그것을 더 줄이면 8정도요, 또 줄이면 삼학(三學)이며, 삼학을 줄이면 대승에서는 ‘자(慈)’ 자 하나나 ‘심(心)’자 하나가 남는다고 하는데, 테라와다에서는 ‘알아차림’ 하나 남는다고 한다.

위빠사나(uipassna)는 삼학 중 정(定)을 뛰어넘고 막 혜(慧)에 들어가는 것을 가르친다. 오로지 혜(慧)에 치중하고 있다. 혜(慧)의 수행 속에서 찰나삼매를 얻어 갈뿐 정(定)의 수행(싸마타수행)에서 얻어지는 열 가지 화현(nimmitta·미세한 호흡에 한 시간 이상을 집중할 수 있을 때 나타나는 집중의 表象작용)을 도비도지견청정(道非道智見淸淨)에서 천박한 번뇌로 치부해 버린다.

부드럽고 자비로운 이 수행의 점차에 얼마나 펄펄 끓는 용광로 같은 말씀인가. 펄펄 끓는 용광로에 쉬파리 앉는걸 보았는가. 다른 말로 ‘사자굴에 여우그림자 얼씬거리는 것 보았는가, 이다. 부처님의 설법은 특히나 대승에서는 파사현정(破邪顯正)의 말씀이 많으시다. 삿된 것을 깨부수면 바른 것은 자연히 드러나는 것이라고. 그러나 ‘이것은 진리이고 저것은 거짓이다. 라고 말하는 것은 마치 봉사가 줄을 선 것과 같이 앞뒤사람도 좌우 옆의 사람도 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는 <쟝끼경>의 말씀처럼 혹 나의 글 중에 파사현정이 아닌 그런 우를 범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내 나름대로, 깜냥의, 내의식이 깔고 있는 알음알이만큼의 견해를 편 것은 아닌지, 그러나 나와 다른 견해를 가지신 분들도 실제 이 수행을 심도 있게 한번은 해 보신 후에 매질을 해 주셨으면 달게 받겠다.

거듭 밝히는바 위빠사나는 외도의 수행이 아니지 않는가. 정법의 수행 중에서 ‘구름을 벗어난 달처럼’ 밝아지고 싶지 않은가. 오상분결(五上分結) 중 두 번째의 계금취견(戒禁取見)의 결박에서 벗어나고 싶잖은가. 우리 속담에 ‘늦었다고 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 하지 않았는가. 공부에는 늦고 빠를 때가 없다. 시작하는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이다. 그러나 본문에서 언급하지 않은 애로사항은 힘이 달린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서는 말이다.

도반들이여, 존경하는 수행자들이시여!

한 생을 아니 반생을, 그도 어쩔 수가 없으시다면 잠깐이라도 좋습니다. 오욕락과 감각적 쾌락의 삶을 자제하거나 버리시고 세속적 삶을 벗어나 거대한 윤회의 바다를 안전하게 벗어나고자 공부합시다. 수행합시다.

8만4천경전 중에 가장 많은 1970번이나 강조하신 부처님의 말씀 ‘appamatta!(방일하지 말라!)를 당부 말씀으로 드리며 이글을 마칩니다.

사두! 사두! 사두!(sȃdhu! sȃdhu! sȃdh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