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도를 가려면 잠진도선착장에서 배를 타야 한다. 채 10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이지만, 밀물이 들어오면 제법 거리가 멀어진다.

'오늘은 저 봉우리들을 전부 넘어가게 될 것이다. 저 봉우리들은 과연 얼마나 아름다운 풍광들을 보여줄 런지.'

벌써부터 기대 반 설렘 반. 이런 설렘은 이미 이른 아침 집 대문을 나서기 전부터 시작이 됐었다. 인천신공항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을 때도 공항에서 잠진도선착장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도 그 설렘은 이어지고 있었다.

버스 차창 밖으로 드러나던 바다의 풍경. 그 풍경들이 다가오고 멀어지며 잔상이 되던 여정. 바다가 내려 다 보이는 산행을 위해 떠나는 길은 막연함이란 바다에 기대감이라는 배 를 띄우고 설렘이란 파도를 맞이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잠진도에서 10분도 채 걸리지 않아 무의도에 도착을 한다. 보기보다 가까운 거리다. 그래도 배를 타고 건너오니 재밌고 즐겁다. 무의도 큰무리선착장에 내리니 이곳 해안 갯벌 위도 분주한 움직임들로 가득하다. 칠게들이 토해 놓은 갯벌 흙이 작은 구슬이 되어 뭉쳐져 있다. 녀석들의 아침식사는 갯벌. 갯벌 속의 유기물들을 섭취하고 있는 것이다.

무의도(舞衣島). 대무의도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섬의 형태가 장군복을 입고 춤을 추는 것 같은 모습을 해서 무의도란 이름이 붙여졌다 한다. 섬의 서쪽 해안과 동쪽 일부 해안은 해식애가 발달하여 그 풍광이 아름답다.

큰무리선착장의 주차장 한켠에 커다란 등산안내도가 보인다. 등산안내도 우측으로 계단이 보인다. 이곳 계단을 오르면서 국사봉의 산행이 시작이 된다.

무의도 국사봉에 이르는 길목에는 서어나무 군락지를 만나볼 수 있다. 터널처럼 이루어진 이 군락지에 봄풍경은 가히 환상적이라고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관목사이에 삭풍에도 살아남은 청미래 덩쿨이 질긴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다.

한동안 가파른 길이 이어지다가 작은 봉우리의 정상에 이른다. 잎사귀를 모두 떨군 앙상한 나무숲은 그 주인공들의 정체를 알 길은 없다.

알고 보니 이곳 숲은 서어나무의 군락지라고 한다. 서어나무가 "서어"하니까 참나무가 걸음을 멈추고 "참!" 했다는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서어나무는 표고버섯 재배용으로 많이 사용되는 목재이고 예전에는 주로 땔감으로 많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서어나무 군락지를 빠져나오면 능선길이 계속된다. 관목들의 가지들이 터널처럼 이루어져 있는데 이런 오솔길은 그야말로 환상의 오솔길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시사철 그 느낌이 모두 기가 막힌 풍광이 되어 줄 것은 눈으로 보지 않아도 짐작이 가능하다.

이 관목 숲은 진달래를 비롯해서 굴참나무, 서어나무, 소사나무 등이 주를 이루는데 봄에는 분홍색 진달래와 싱그러운 연두 빛이 어우러져 보기 좋을 것이고, 여름에는 녹음으로 가득한 키 낮은 관목 숲이 여름 하늘과 여름 바다를 드러내 놓아 섬 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보여주니 좋을 것이며, 가을에는 노랗고 붉게 단풍이 물드는 굴참나무와 소사나무 숲이 환상적일 것이다. 특히 겨울의 관목에는 눈송이가 잘 달라붙는 특성이 있으니 눈꽃이 핀 설경, 그것도 높지 않은 관목 숲이 보여주는 눈꽃의 풍경은 아마도 상상 그대로의 풍경을 이룰 것은 명약관화일 것이다.

국사봉으로 오르는 길목에서 만난 기암. 이곳은 반드시 들러야 한다. 바위의 모습도 모습이지만 그 아래로 펼쳐지는 전망이 기막히게 아름답기 때문이다. 


산등성이 넘어로 실미도의 모습이 보인다. 아픈 역사를 간직한 곳으로 영화로 널리 알려져 있는 곳이기도 하다.

실미도로 넘어가는 실미고개를 지나 본격적인 국사봉 산행이 진행된다. 잠시 가파른 오솔길이 시작되다가 이내 능선 길은 완만해 진다. 비루한 솔숲이 비루한 모습을 하고 있다. 갈색으로 탈색한 솔잎을 떨군 소나무는 대체적으로 살집이 없고 가지와 잎이 적어 앙상하고 외소해 보이기에 비루해 보이는 것이다.

완만한 능선 길은 다시 키 낮은 관목 숲으로 이어진다. 휘파람을 불며 걸어도 좋을 것 같은 기분 좋은 오솔길. 길손의 발걸음은 마냥 행복에 젖기만 한다.

가끔 만나는 바위는 훌륭한 조망을 보여주고 바다가 드러나는 풍경을 만끽하며 국사봉 정상에 이른다. 그리고 만나는 전망대. 무의도의 동편 해안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흐릿한 하늘. 뿌연 연무. 이런 날씨는 먼 바다를 지워버렸다.

그래도 발아래 펼쳐지는 해안의 풍경은 그림 같이 아름답기만 하다. 전망대에서 해안 풍경을 감상하고 다시 국사봉 정상 전망대로 발길을 옮긴다.

이번에 무의도의 서편 해안이 드러난다. 멋지다. 흐린 날씨가 야속하기는 하지만 이만하면 내 설렘을 채우기에는 충분하다.

해발 230m의 국사봉. 무의도의 국사봉은 원래 이름이 남아있지 않다가 '인천광역시땅이름연구회'가 다시 찾은 이름이라고 한다.

국사봉(國寺峰). 이름에 '절 사'자가 들어 있다. 보통은 사당 사자가 들어있는데 절 사자라. 나중에 알고 보니 원래 이곳 국사봉의 북쪽 산자락에는 사찰이 하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이곳 절에 벼룩들이 습격을 하고 이를 견디지 못하고 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떠나가 그 후 폐허가 돼버렸다고 한다.

지금도 이곳 국사봉에 북쪽에는 절터가 남아있고 국사봉의 곳곳에서는 불상과 토우가 출토되었다고 한다. 벼룩이 습격했다는 전설은 어쩌면 벼룩이란 것이 인간에 의한 훼불이거나 아니면 다른 해충이 창궐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훼불 사건이든 아니면 해충의 창궐이든 지금은 절터만 남아 이곳 산 이름의 기원이 된 것이다.

이런 전설을 전해주던 무의도 토박이 현 주민의 이야기는 재밌기만 하다.

무의도에는 세 개의 마을이 조성되어 있다. 서편 해안가는 하나개해수욕장이 위치해 있는 마을이다.


국사봉을 내려가는 길에도 곳곳에 아름다운 기암과 그 뒤로 펼쳐진 해안가 절경들이 즐비하다.


소사나무 이파리가 한 겨울에도 가을을 머금고 버티고 있다. 질긴 생명력은 가을을 견디고 겨울까지 이어지고 있다.

국사봉에서 구름다리로 내려가는 길은 더욱 아름다운 풍광들이 펼쳐진다. 북쪽에서 바라 볼 때는 다소 밋밋함이 많았다면 반대로 이곳으로 내려가는 길은 바위가 많아 바다 풍경과 어우러진 절벽의 풍경이 훌륭한 풍경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절벽에서 만난 소사나무 한 그루. 떠나는 가을이 몹시도 아쉬웠던지 아직 붉은 잎사귀를 잔뜩 매달고 있었다. 이 소사나무는 한국에서만 나는 특산종으로 너도밤나무과에 속해 있다.

특히 이 소사나무로는 분재를 많이 만드는데 잎이 작고 뿌리가 굻으며 가을에는 잎사귀가 붉게 단풍이 들어서 분재목으로 제격이다. 붉게 물든 소사나무 단풍 너머로 하나개해수욕장이 아스라하다. 다시 키 낮은 관목 숲이 보기 좋은 오솔길을 따라 구름다리에 도착을 한다.

국사봉을 오르는 내내. 그리고 국사봉에 오르고 다시 국사봉을 내려가는 내내.

구름을 타고 바다 위를 떠다니는 신선이 된 듯한 착각 속에 빠져 있었다. 무의도의 국사봉은 그 만큼 산과 바다가 어우러지는 풍경이 아름다운 산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