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 대종사의 유품이 전시된 청담기념관 내부의 모습.


청담 대종사의 일대기가 담긴 사진들. 주요한 사진들이 일목요연하게 전시되어 있다.
 

생전에 청담대종사가 아끼던 원탁과 작은 불상 등 불구들.

요즈음,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 문제에 대해 많은 질문을 받는다. 늘 대답은 할 말이 없다는 말로 불편한 심기를 내 보이는 것이 전부이다.

무거운 마음으로 도선사 일주문인 사천왕문으로 들어선다. 대문 양쪽에 모셔진 사천왕을 향해 정성껏 합장 반배를 올리는 불자들의 모습이 보인다. 저렇게 신실한 모습으로 절을 올리고 있는 사람들의 가슴에도 이번 일로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았을 지를 생각하니 마음이 더욱 착잡하다.

경내로 들어서서 청담기념관 안으로 들어선다. 청담기념관은 초대 조계종 총무원장과 종정, 종회의장을 지내고 이른바 정화운동에 최선봉 역할을 했던 청담 대종사를 기리는 기념관이다.

입구에는 근엄한 모습으로 세상을 내려 보고 계시는 청담스님의 영정이 걸려 져 있다. 절로 숙연해지고 경외심을 일어나게 하는 모습이다.

청담대종사의 사리탑.


사월초파일을 맞아 도선사에는 어김없이 부처님의 탄생을 봉축하는 연등이 빼곡히 걸려있다.

만약 청담 대종사가 작금의 이 사태를 마주하고 있다면 요즘 유행하는 말처럼 기도 막히고 코도 막혀 펄펄 뛰셨을 것이다. 그 진노는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는 제2의 정화의 깃발을 들어 올리지 않았을까. 한 때 조계종 승적까지 버리시는 충격요법으로 종단의 파벌과 권력 다툼을 종식시키는 일까지 하신 분이니 이번과 같은 사태라면 분명히 종단을 뼛골까지 쇄신 시키려고 하셨을 것이다.

기념관 안을 돌아본다. 청담스님께서 생전 사용하셨던 물건들과 선화와 서화들이 전시되어 있다. 모두 스님의 손때가 묻어 있는 것들로 검소하고 소박하던 스님의 삶을 짐작케 해 주는 물건들이다.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34호로 지정된 도선사 마애석불.


석불전에서 기도삼매에 빠져 있는 신심 돈독한 불자들.


8각9층석탑 조성불사가 한창이다.

청담기념관을 돌아보고 대웅전을 지나 석불전에 이른다. 진분홍 꽃이 곱게 피어있는 화분들이 돌계단 난간 아래 화사한 빛을 발하고 있다. 화강암 돌계단과 참으로 잘 어울리는 붉은 꽃이라고 생각하며 계단을 올라 석불전 안으로 들어선다. 많은 불자들이 찾아와 석불전 안을 가득 매우고 기도 삼매에 빠져있는 모습들이다.

이곳 석불전의 마애석불은 높이 20m의 화강암 암벽에 몸의 높이 8.43m, 머리높이 2.15m, 어깨 폭 2.88m로 몸통은 원통형으로 이루어져 있고 고려시대 양식을 하고 있는 조선중기에 조성된 마애석불이다. 서울특별시유형문화재 제34호로 지정되었고, 현재는 석불보호를 위해 청동으로 된 보호각이 씌워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몇몇 스님들의 추태로 불교계의 망신살이 온 세상에 뻗쳤어도 재가불자들이 흔들림 없이 기도를 올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무겁던 마음 한자리가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붉은 연등으로 가득한 석불전에서 선 채로 삼배를 올렸다. 엎드려 절하기조차 어려울 만큼 많은 불자들로 가득 찬 석불전이다.

석불전에서 내려 와 계곡이 있는 뒷마당을 둘러본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여 멋지고 아름다운 8각9층 석탑 한 기가 완공되고 있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웅장한 석탑의 제일 높은 상륜부에 보개가 올려지고 있다. 스님들도 참, 도박하실 돈으로 이런 석탑이라도 하나 더 조성하실 것이지 어쩌다 그런 행동을 했을까. 다시금 안타까운 마음이 가득해 진다.

이제 낼모레면 부처님 오신 날이다. 앞으론 사찰마다 가득 걸린 연등처럼 화사하고 밝은 절 집안 이야기들만 들려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