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고운 우리 야생초 별꽃이다. 우리 산야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보라색이 고운 제비꽃. 청계천변에서도 무리 지어 피어있다.

흐르는 청계천 위에 떠 있듯 돌단풍이 하얀 꽃잎을 피워냈다.

개나리, 산수유를 비롯해 진달래와 철쭉이 피어나고 발아래는 보라색 꽃 빛 고운 제비꽃도 무리 지어 피었다.

천변에 세워진 조경 바위틈 사이에도 하얀 꽃 소담스런 돌단풍도 어느새 흰 꽃을 피워내고 있다.

담쟁이 넝쿨의 새순이 청계천 옹벽에 연두색을 입히고 있다.

물이 정체된 곳에는 녹조가 퍼져 거품이 일고 지저분한 풍경도 쉽게 만나게 된다.

지하수와 정수장의 물을 흘려보내서 그런지 그래도 물빛은 맑아 하류에서 물길을 따라 올라 온 치어들의 날랜 몸놀림을 이따금씩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치어들을 먹이로 하는 야생 오리 떼들의 바쁜 물질 모습도 관찰할 수 있으니 그 나마 하류의 모습에 비한다면 조금은 나은 모습이다.

하지만 바닥을 들여다보면 검은 침전물이 앙금처럼 내려앉아 거무죽죽한 모습으로 자갈에 덕지덕지 붙어 있다. 그 모습을 보면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다.

징검다리 위, 물장난 치는 아이들. 그 중 하나가 물속에 손을 깊이 집어넣었다 꺼내며 뭔가 한 뭉치를 건져 올린다. 검게 썩어 물컹한 흙 같은 것이다.

“아! 이게 뭐야. 더럽게…”

아이가 건져 올린 것은 개천 바닥의 침전물이었다. 이 아이들이 다시는 청계천 물속으로 손을 집어넣는 일이 없을 것이다.

광통교의 전경. 광통교는 태종과 신덕왕후의 역사 이야기도 숨 쉬고 있다.

봄빛을 만끽하며 광통교에 이른다. 광통교는 청계천에 놓였던 석교 중에 가장 규모가 큰 다리였다. 삿갓에 물색 고운 한복을 차려 입은 역사문화해설사 한 분이 광통교에 관한 설명을 하고 있지만 누구 하나 관심을 갖는 사람이 없다.

광통교의 석재들을 세심하게 들여다보는 순간 석재에 새겨진 문양이나 부조들이 몹시도 눈에 익는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태종의 능인 헌릉을 찾았을 때 능의 병풍석의 문양과 부조와 똑 같다.

“여기 석재에 새겨진 부조가 태종의 능의 병풍석에 새겨진 것과 똑 같은데 병풍석이 왜 이곳에 있는 거예요.”

역사문화해설사에게 묻자 그의 얼굴이 반색이 되어 조곤조곤 설명을 시작한다.

원래는 태조 이성계의 계비 신덕왕후 강씨의 능인 정릉이 지금의 중구 정동에 있었는데 태종이 즉위 하고 나서 지금의 정릉동으로 능을 이장하고 이 정릉의 석재 중에 일부를 이곳 광통교 공사에 사용하였다는 것이다. 지금 현재 정릉동에 있는 신덕왕후의 능에 병풍석이 없는 이유는 이곳 광통교의 석재로 사용되었기 때문인 것이다.

태종의 병풍석과 신덕왕후의 병풍석에 부조된 문양이나 인물상이 똑 같은 것은 조선은 고려의 문물을 그대로 이어 받았기 때문에 조선초기의 석물들에 새겨진 조각 수법이나 형태가 똑 같을 수밖에 없다고 해설사는 설명한다. 특히 구름을 타고 합장을 하고 있는 인물상은 불교적인 영향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며 이런 부조물은 조선초기의 능원에서는 쉽게 접할 수 있다고 한다.

거꾸로 세워진 신덕왕후의 병풍석. 양식과 수법은 고려후기를 이어 받았다.

광통교에 관한 역사 이야기를 전해주던 역사문화해설사.

더욱 흥미있는 것은 다리의 석재로 사용된 병풍석이나 신장석이 거꾸로 놓인 것들인데, 이는 신덕왕후를 몹시도 미워했던 태종이 일부러 물이나 먹으라는 의미로 거꾸로 세워놓았다는 것이다. 인간 이방원은 속이 좁은 왕이었던 모양이다. 아무튼 광통교에 얽힌 역사의 한편을 감상한 것도 청계천을 감상하는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요즘은 역사와 문화재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점점 줄고 있는 것 같아 속이 많이 상합니다.”

하루 종일 광통교와 어가행렬도 앞을 번갈아 가며 서서 설명을 해도 무심하게 지나가는 대다수의 시민들을 볼 때 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는 역사문화해설사의 푸념이다.

어차피 잘못된 복원으로 콘크리트 개천이 돼버리긴 했지만 그래도 그 안에는 소중한 우리의 역사와 문화재가 자리하고 있으니 관심과 사랑이 필요할 것은 불문가지의 일. 특히 가족들과 함께 나서는 길이라면 아이들에게 이렇게 재미있는 역사의 한쪽을 들려주고 보여주는 것도 좋은 교육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