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유난히 봄이 더디게 온다.

벌써부터 들려야 할 꽃소식이 연일 이어지는 꽃샘추위로 인해 남도 어디쯤에서 발길을 멈춘 채 종종 무소식이다.

기상청의 처음 발표대로라면 개나리가 피어도 한참이나 피었어야 할 시긴데 봄꽃 소식 대신 연일 눈 소식만 들려온다.

봄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봄은 도대체 어디쯤 도착해서 눌러앉아 꾸무럭거리고 있는 것일까?

제주도는 지났을 테고….

아마도 남도의 어느 들녘에 자리 잡고 앉아 자신의 온기로 피어낸 들꽃들과 함께 질펀하게 이야기판을 벌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 그렇다면 행방불명된 봄을 직접 찾아 나서야겠군!’

실종된 봄을 찾아 종로 6가 화훼거리로 간다.

종로 5가에서 종로 6가 인도변은 화훼와 묘목을 진열해놓고 파는 노점상으로 유명하다. 종로 6가 종합시장 기업은행 건너편 '양사길'에 화훼묘목거리를 조성한다더니 어느새 그곳으로 전부 이전을 했는지 길은 훤해지고, 그 많던 화훼노점상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사라진 그들을 찾아 종로 6가 기업은행 앞 행단보도를 건너 양사길로 접어들었다. 종합시장의 기업은행과 신동아약국 사이의 횡단보도를 건너서 바로 우측 길의 시작이 '양사길'로 충신시장으로 가는 길이다.

그렇지, 양사길의 도로 왼편 인도에 정형화된 노점들이 길게 줄을 잇고 있다. 전부 화훼묘목 노점들이다.

여기엔 벌써부터 피어난 봄꽃들이 지천이다.

사계절패랭이, 앵초, 호주풍란, 꽃잔디, 매발톱꽃, 나도샤프란, 칼세오리라, 안수리움, 매화, 옥매화, 철쭉, 동양란, 서얀란 등등...

노랗고 붉고 희고 파란 꽃들이 다소 호들갑스러울 만큼 화사하다.

'이곳에는 벌써 봄이 가득하구나. 그야말로 봄이 지천에 깔렸네.'

예전 종로 6가에 좌판이 벌어졌을 때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찾는 사람들 발길이 빈번하다.

봄을 찾아 나선 사람들이 점포 마다 목을 빼고 섰다. 모두 봄꽃에 흠뻑 취해있는 것이다.

분재가 가득한 점포도 보기 좋고 각종 봄꽃 화분으로 가득한 점포도 보기 좋고 귀한 난들이 가득한 점포도 보기 좋다.

또 매화, 옥매화가 막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하는 묘목점포도 발길을 붙잡는다.

이곳으로 이전하기 전보다 매출이 너무 안 오른다는 점포 주인들의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그래도 이곳 '양사길 꽃시장'이 하루 빨리 알려져 활성화 되었으면, 하는 희망으로 장사를 한다며 깊은 숨을 몰아내는 상인들. 작은 희망이라도 깃들여져서 일까. 그 얼굴들에 봄빛이 감돌고 있다.

어쩌면 매일 매일 꽃과 함께 생활하기에 더 긍정적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스친다. 그들의 표정을 보노라니, 봄꽃 화사한 양사길의 꽃시장. 이 거리가 새로운 꽃 명소가 되어 꽃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발길로 가득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종로 6가 양사길 꽃시장엔 속달로 배달된 화사한 봄소식이 좌판 가득 웃음을 채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