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산(修理山)은 높이 489m로 경기도 안양시와 군포시를 경계로 하고 있고, 남북으로 길게 뻗은 한남정맥에 연해있는 산이다.

숲이 울창하고 정상부는 암봉으로 수려한 풍경을 자랑하며 봄에는 진달래가 많아 진달래꽃산으로도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경기도 지정 도립공원이기도 하다. 수리산은 견불산(見佛山) 또는 불견산(佛見山)이라는 다른 이름도 갖고 있다. 부처님을 볼 수 있는 산이라는 의미이겠다.

경기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아름다운 수리산의 풍경. 수리산은 숲이 아름다워 휴양림 시설이 들어서고 있다.

수리산 내 수리사의 풍경. 수리사는 군포8경 중에서 제2경에 속하는 군포의 명승지다.

수리사의 부모은중경탑. 부모의 은혜가 지극히 크고 깊다는 사실을 이르고, 보은(報恩)을 권장하는 불교경전이 새겨진 탑이다.

수리사 일대에서 발견된 석물들. 지금도 옛날의 주춧돌·불족석판·석수각·기왓조각 등이 다수 발견되고 있다.

이는 수리산 슬기봉 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수리사로 인해 유래된 이름이라고 한다. 수리사는 조계종 제2교구 용주사의 말사로 신라 진흥왕 때 창건된 사찰로 창건자의 이름은 알 수가 없다. 옛날 어느 왕손이 이곳 수리사에서 기도를 하던 중 부처님을 친견하였다고 하여 산 이름을 견불산(見佛山) 또는 불견산(佛見山)으로 불렀다가, 1940년대 절 이름을 따서 수리산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또 예로부터 수리사(修理寺)는 그 이름이 말해주듯 신심을 닦는 성지로도 유명하였다 하니 부처님을 보는 산이라는 이름은 그냥 붙여진 이름이 아닌 듯싶다.

한때는 대웅전 외 36동의 전각과 12개의 부속암자를 거느리던 대형 사찰이었으나 현재의 수리사는 임진왜란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모두 소실되고 1955년 중창과 중건이 이어져 오늘날의 다소 왜소한 모습으로 남게 되었다. 지금도 수리사 일대에서는 주춧돌·불족석판·석수각·기왓조각 등이 다수 발견되고 있다.

이렇게 입소문이 자자한 수리산으로 간다. 지하철 4호선 한번이면 수리산역까지 도착할 수 있으니 교통은 더 없이 편하다.

지하철에 올라 이어폰을 꼽고 음악을 듣는다. 내 여정의 가장 고마운 반려자이자 동반자는 음악이다. 음악감상과 함께 한 시간가량을 달려 도착한 수리산역. 3번 출구로 빠져나오니 커다란 입간판으로 된 산행안내도가 서 있다. 미리 계획을 세웠던 산행코스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각인하는 작업을 해본다.

경기도 기념물 제 121호인 이기조 선생의 묘. 조선 인조와 효종 때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던 선비다.

가야주공5단지 길을 따라 걷다 보니 묘소 하나가 나타난다. 경기도 기념물 제 121호인 이기조 선생의 묘다. 조선 인조와 효종 때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던 분이라고 전한다.

이기조 선생의 묘를 돌아드니 대단한 풍광이 펼쳐진다. 비탈진 동산 하나가 마치 차 밭처럼 펼쳐진다.

군포시가 자랑하는 군포8경 중 제6경인 철쭉동산이다. 동산 하나를 전부 철쭉을 식재 해 놓아 철쭉이 피기 시작하면 그야말로 대 장관이란다. 이렇게 너른 동산에 붉은 철쭉이 가득 피어 있다면 입이 쩍 벌어져 다물어지지 않을 것이다.

마치 차밭을 연상케하는 철쭉동산의 풍경. 철쭉동산은 군포8경 중에 제6경으로 철쭉이 만개하면 대 장관이 펼쳐진다고 한다.

철쭉동산 사이로 난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철쭉 폈을 때 꼭 다시 오리라고 다짐을 하며 걷는 길이다.

철쭉동산을 빠져 나와 한국전력 앞에서 수리고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삭막한 아파트 숲 사이를 걸어 오르다 보니 수리고가 나타난다. 수리고. 피겨의 여왕이자 국민영웅이고 국민여동생인 김연아 선수를 배출한 학교다.

수리고 정문에는 김연아 선수의 후배인 곽민정 선수의 동계아시안게임 동메달 획득을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펄럭이고 있다. 자랑스러운 대한의 딸들이다.

수리고를 지나서 다시 군포중앙도서관을 지나니 수리산 입구가 나타난다.

수리산 초입에 위치한 성불사 입구.

수리산으로 오르는 초입 길, 즉 완만한 비탈길은 아스팔트 포장길이다. 마치 남산순환도로를 걸어 오르는 느낌이다. 피크닉장을 지나니 작은 절집 두 채가 쌍둥이처럼 나타난다. 성불사와 용진사다.

법당 아래 부속 시설을 갖춘 것이나 모양까지 비슷하니 담장만 없다면 하나의 사찰로 착각할 정도로 닮았다. 성불사에 들러 부처님께 배를 올리고 다시 산행을 이어간다. 용진사를 지나면 바로 임도가 시작된다. 넓은 임도는 가파르지도 않아 걷기에 그만이다.

구불구불 임도를 따라 걷다 보면 산행객들의 쉼터인 임도오거리에 이르고 다시 파란 하늘이 열리는 널직한 길을 걷다 보면 목재계단 위에 세워진 작은 정자 ‘슬기정’에 도착한다.

슬기정에서 목 한번 축이고 슬기봉을 향해 오르기 시작한다. 슬기봉 정상까지는 불과 650m의 거리지만 제법 가파른 구간이라서 꽤나 힘이 든다.

슬기봉으로 오르는 길. 슬기봉전망데크에서 바라 본 군포와 안양 일대의 조망.

슬기봉 정상에서 내려다 본 시원한 전망. 슬기봉의 기암 위에서 멀리 관악산까지 펼쳐지는 조망이 일견이다.

숨이 턱까지 찰 즈음이면 만나게 되는 곳. 슬기봉 전망데크다. 발아래 펼쳐지는 군포 일대의 조망을 감상하다 보니 어느새 거칠던 호흡은 잦아든다. 다시 목재계단을 올라 슬기봉으로 오른다.

슬기봉에 이르니 산행객들이 제법 많다. 발아래 펼쳐지는 안양과 군포 일대를 감상하며 간식과 함께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산행객들이다.

슬기봉의 기암 위에서 내려다보는 조망은 시원하고 즐겁다. 슬기봉에서 한숨 돌리고 나서 칼바위가 있는 밧줄바위를 향한다. 내리막이 끝나고 다시 오르막. 바위가 경사가 심해 밧줄을 잡고 올라야 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 듯하다.

기암과 함께 펼쳐지는 수리산의 풍경. 칼등 같은 수리산의 능선은 수려한 바위의 풍경들이 펼쳐져 보기 아름답다.

밧줄바위를 오르니 칼바위의 능선이 펼쳐진다. 이곳부터 수리산의 아름다움이 펼쳐지는 구간이다. 칼날처럼 뾰족한 능선의 양편은 절벽이고 그 능선 길에서의 전망이 환상적이다. 이렇게 이어지는 수리산의 능선은 장관이 아닐래야 아닐 수가 없다.

다가오는 풍경은 뾰족뾰족한 기암들이 늘어선 능선으로 바위 풍경이 거칠면서도 아름답고, 뒤로 돌아보면 발걸음과 만큼 차츰 멀어지는 지나온 봉우리들의 능선 풍경이 올망졸망 재미지고, 좌측 편으로는 수리산을 보좌하고 있는 듯한 수암봉과 태양산의 연봉들의 중첩된 풍경들이 마치 다도해에 떠있는 섬들의 모습처럼 보여 바다 같은 평온함이 펼쳐지고, 오른편으로는 도심의 시가지와 멀리 관악산과 서울의 풍경들이 한눈에 들어와 도시 위를 날고 있는 신선이 된듯하니 마치 천하를 얻은 듯한 호방한 느낌까지 일어난다.

칼바위 능선에서 바라 본 수리산의 준봉인 수암봉과 태양산의 능선이 있는 풍경. 수리산의 능선은 전후좌우 모두 아름답다.

수리산의 병풍바위를 넘으며 돌아다 보는 풍경. 기암과 능선이 어우러져 보는 즐거움이 가득하다.

이런 각각의 다른 풍경들과 느낌들이 한데 어우러져 마치 고명 예쁘장하게 올린 잘 비벼낸 맛깔 난 비빔밥처럼 능선은 맛과 멋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명산이다.

칼바위 능선을 넘어 병풍바위로. 병풍바위도 칼바위처럼 능선의 양편이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구간이 수리산의 풍경 중에 가장 아름다운 구간이다. 특히 태을봉을 향해 진행하며 돌아보는 풍경은 일견이다. 각진 기암의 능선과 함께 멀리 슬기봉의 능선이 어우러진 풍경은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수리산의 최고봉인 태을봉. 태을봉은 높이 489m로 이곳에서 바라 보는 일출이 아름다워 군포8경 중에 제1경에 속한다.

태을봉전망데크에서 바라 본 병풍바위의 풍경. 이곳 전망데크에서 바라 보면 왜 병풍바위라고 불리우는지 알만 하다.

병풍바위 구간을 빠져 나와 태을봉에 오른다. 수리산의 최고봉이 태을봉이다. 제법 등줄기에 땀이 배인 상태에서 이곳에서 맛보는 아이스크림 맛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태을봉에서 전망대로 방향을 잡아 하산을 하기로 한다. 이 하산코스는 하산 거리가 짧아서 그런지 가파르기도 엄청 가파르다.

가파른 능선을 빠져 나와 왼편의 계곡 길로 접어든다. 계곡을 따라 구비구비 한참을 내려가다 보니 커다란 바위 하나가 나타난다. 이 바위가 노랑바위란다. 이 노랑바위에는 재미있는 전설 하나가 서려 있다.

옛날에 어느 임금이 40이 되었는데도 왕위를 이어갈 왕자가 없어 근심이 크던 중 하늘이 기골이 장대한 아들을 점지해줘 왕자를 얻게 된다.

왕자가 세 살 되던 해 전란이 일어나고 강화도로 피난을 하던 중 폭풍을 만나 배가 난파되려는 순간 거북이가 나타나 왕자를 태우고 피한 곳이 이곳 수리산의 관모봉 중턱이라고 한다. 며칠을 굶어 허기에 지친 왕자를 위해 먹을 것을 구하러 간 거북이를 자신을 배신한 줄로 오해한 왕자는 분노하여 바위를 힘껏 내리쳤는데 이때 천지를 뒤 흔드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큰 바위가 무너지며 왕자를 덮쳤고 결국 왕자는 노란 피를 흘리며 숨을 거두고 만다.

마을로 내려갔던 거북이 역시 우박처럼 쏟아지는 바위에 맞아 죽게 되었는데 그 후부터 이 바위를 노랑바위라고 부르기 시작했다는 전설이다.

이렇듯 아름다운 풍경과 재미있는 전설이 가득한 경기도 도립공원 수리산. 철쭉꽃 화사하게 필 무렵, 꼭 한 번 더 다시 찾아봐야겠다고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