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장을 뽑는 선거가 끝났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자식들로부터 전화를 받은 당사자는 필자가 아닌 아내였다. 시집간 딸에게서, 그리고 지방에서 대학에 다니는 아들에게서 아내는 거의 동시에 전화를 받았다. “아빠, 이제 어떻게 해요? 미디어붓다는?” 엄마에게 아들, 딸이 한 말의 요지는 이것이었다.

사실, 나는 이번 선거에서 자승 총무원장의 재임을 강하게 반대하는 칼럼을 두 차례나 미디어붓다를 통해 발표했다. 불교를 위해 그래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반향도 있었고, 덕분에 미디어붓다를 찾아오는 분들의 수도 늘었지만, 나의 바람은 결과적으로 좌절되고 말았다. 311명 선거인단 스님들은 자승 스님을 총무원장으로 선택했고, 자승 스님은 94년 개혁불사 이후 최초로 연임에 성공한 총무원장이 되었다.

무슨 지사라도 되는 양, 비장한 문체로 발표했던 지난 칼럼을 다시금 읽으면서 나는 멋쩍다는 느낌을 감출 수 없었다.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그런 칼럼을 썼는지, 약간의 후회도 들었다. 그냥 본래 해왔던 대로 종단정치에는 눈길도 돌리지 말 것을, 하는 생각도 밀려왔다.

두 아이의 걱정대로 나는 또 미디어붓다는 이전보다 더 큰 어려움에 처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더 큰 어려움은 언론의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현실에서 이 짓을 계속 해야 하는 지에 대한 나의 내면의 갈등을 극복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일 것이다.

옳고 그름보다는, 좋고 나쁨보다는, 전진과 퇴보보다는, 미래와 과거로의 회귀보다는, 바람직하고 바람직하지 않고의 구분보다는 자리와 이익이 선택의 가장 큰 기준이 된 선거를 돌아보며, 311명의 선거인단이 그래도 조계종단에서는 중추적인 스님들이라는 현실을 짚어보며, 이제 한국불교는 어디에서 희망을 찾아야 할까, 몹시 혼란스럽고 고민스럽다.

아내에게 딸과 아들에게 대신 전하라며 나는 이런 말을 건넸다. “괜찮다. 아무 걱정하지 하지 말라. 더 나빠질 것도 없는 데 걱정할 것이 더 있겠나.” 그러고 보니, 사실 걱정할 것도 없다. 그분이 총무원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배경에 어떤 개인적·공적 이해도 작용하지 않았기에, 또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지만 나의 주장이 틀리거나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확신을 갖고 있기에 그렇다.

선거가 끝난 뒤, 불교계는 매우 조용하다.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하고 불교가 욱일승천할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뭔가 잘못을 저지른 아이가 그 잘못을 들켰을 때 보이는 행동거지처럼 당당함이 보이지 않는다. 34대 새 총무원 집행부는 이미지가 좋은 스님들로 구성해야 한다며 몇몇 대중적 이미지가 좋은 분들에게 집행부 보직을 맡아달라는 제의가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으면서, 그들도 스스로 이미지가 좋지 않다는 정도는 아는가 보다, 라며 쓴웃음을 지을 뿐이다.

사실, 이 넋두리 같은 칼럼은 쓰지 않는 것이 더 좋겠지만, 그래도 꾸역꾸역 자판을 두두리는 것은 하도 비장한 칼럼을 두 차례나 발표했던 터라, 마무리를 하는 게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미디어붓다는 앞으로 불교문화와 문화재, 학술과 출판, 문학 등 인문학, 수행과 전법, 신행, 해외불교 동향 등에 천착할 것이다. 이전에도 이런 분야에 보다 중점을 둔 매체를 지향해왔지만, 그 정도를 더욱 강화할 생각이다. 종단의 정치는 가능한 다루지 않거나 비중을 낮게 처리할 요량이다. 이런 편집 방향이 광고 수주나 독자의 방문수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그런 방향이 맞다는 확신이 든다. 어떤 비판이나 지적도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확인했으니 죽은 자식 고추 만지는 어리석음을 되풀이 할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지난 한 달 여 동안 미디어붓다 지면을 어지럽혔던 정치기사들은 조만간 초기화면에서 사라질 것이다. 보다 품격 있는 기사로 독자들을 찾아뵐 것을 약속드린다. 종단정치를 다룬 기사가 잘 보이지 않더라도 미디어붓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버리지 말아주실 것을 당부 드린다. 종단정치에 불교의 미래가 있는 것은 아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