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암 감원 적광 스님이 호법부 스님에게 총무원 청사 지하 조사실로 끌려가, 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 재가종무원으로부터 죽음을 느낄 만큼 폭행과 린치를 당하는 사건이 일어난 지 오늘로 열흘째가 되었다. 그런데 한 가지 잘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은 백주대낮의 납치 감금 및 폭력사태에 경찰이 침묵하는 일이다. 경찰은 스님이 강제로 들려서 총무원 지하실로 끌려들어가는 광경을 당일 현장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끌려가지 않으려 몸부림치는 적광 스님을 경찰은 스님들 일에 경찰이 간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로 외면했다.
그런데 적광 스님에 따르면 이미 종로경찰서를 찾아가 신변보호 요청을 한 상태였다. 그러나 종로경찰서는 무슨 이유에선지 신변보호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강제로 끌려가는 현장에서도 미동도 하지 않은 것이나, 그 이전에 신변보호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매우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나라의 공권력이 왜 있어야 하는지, 이 나라의 공권력이 과연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분노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게 하는 본보기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경찰의 납득할 수 없는 행보는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신변보호 요청을 묵살하고, 강제로 끌려들어가는 현장을 지켜보기만 하고, 나중에 죽음을 느낄 만큼 엄청난 폭행과 린치를 당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충분히 확인되었는데도 이 사건에 대해 적극적인 조사에도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호법부 승려들이 강제로 끌고 들어가는 것에 온 몸으로 저항하고 있는 적광스님. 미디어붓다 자료사진.
그런데 경찰보다도 더 놀라운 것은 조계종 총무원장의 행보다. 호주로 출장을 간 사이에 터진 일이기는 하지만 사건 발생 경과를 충분히 보고받았을 총무원장이, 귀국 후 만 이틀이 지난 현재(8월 30일)까지도 이에 대한 사과나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다.
조계종 소속 스님이 자신의 지휘 하에 있는 호법부 스님들에 의해 죽을 만큼 맞아 온몸에 피멍을 들고 골절을 당하는 사고가 있었는데도 침묵하고 있는 것은, 이른바 생명평화를 주창하고 지원해온 입장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실 이 일만으로도 총무원장은 사퇴를 해도 부족할 만큼의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만큼 이번 적광스님에 대한 무차별 폭행사건은 중대한 사안이다. 그런데도 일언반구 사과 한 마디가 없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오히려 호법부는 당당해 보인다. 사미승이니까 맞아도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사미승이 아니라 행자라 하더라도, 아니 미물이라고 하더라도 그런 일을 당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부처님 가르침이고, 부처님 밥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갖춰야할 자세이다. 그런 기본이 갖춰지지 않았다면 부처님 밥을 먹을 자격이 없다. 폭력을 행사한 당사자나, 방조한 사람들이나, 그들을 지휘하는 사람들이나 다 불문을 떠나야 마땅하다.
사실 누가 어떤 조치를 하기 전에 호법부장부터 스스로 참회하고 그 자리를 떠났어야 했고, 총무원장은 귀국 즉시 호법부장 해임과 폭행에 간여한 사람들에 대한 징계에 들어갔어야 했다. 그러나 호법부장은 참회는커녕 되레 공포 분위기를 자아내는 듯한 내용의 담화문을 발표했다. 적반하장도 유만부동이라더니 참으로 해괴한 경우가 아닐 수 없다.
현재 총무원 청사(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옆 한 가건물에는 수좌 스님들이 자승 총무원장 퇴진과 청정승가 회복을 위한 묵언정진에 들어가 있다. 강원의 강사스님들도 곧 선원 수좌스님들과 함께 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한다.
수좌스님들이 조계사 경내로 들어섰을 때, 한 보살님(여성불자)의 ‘수좌 스님 파이팅’이라는 작은 외침이 귓가에 맴돈다. 그 작은 외침이 조만간 큰 울림으로 바뀔 것이라는 확신 같은 것이 밀려온다. 그러나 큰 울림이 현실화 하는 것, 그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총무원장은 자신이 이미 밝힌 대로 아름다운 회향을 하고 떠나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나머지 일은 다른 분들에게 맡기면 될 일이다. 아름다운 회향을 결단한 이에게 돌팔매를 던질 만큼, 정상적인 스님이나 불자들은 매몰차지 못하다는 것을 총무원장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총무원장은 아름다운 회향을 발표하고, 호법부장을 비롯한 호법부 승려들에 대한 단호한 징계를 단행한 후, 그들 스스로 경찰에 출두해 폭력에 대한 조사를 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총무원장이 살 길이고, 불교가 살길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