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방송(BBS) 파행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 끝이 어디일지, 얼마나 더 상처를 입어야 끝날지 현재로서는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불교방송이 겪는 내홍은, 표면적으로는 불교방송 이사장과 사장의 대립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대립의 흐름 속에 오는 10월로 다가온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에서 유리한 정치적 지형을 마련하려는 종단정치의 대리전 양상이 한 켠에 드리워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여기에 불교진흥원과 진각종, 불교방송 내 두 개의 노조 등이 표면적으로는 불교방송 정상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속내로는 각자의 입장에서 유·불리를 따지며 계산된 행보를 보이는 것이 내홍의 깊이를 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위가 어떻든 결과적으로 종단정치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은 내홍이기에 이번 불교방송 사태는 관심을 둘 가치가 없는 사안이라는 게 지금까지의 미디어붓다 입장이다. 이런 입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솔직히 말해 옳고 그름의 대립으로 보기 어려운 사안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비론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이번 불교방송 사태는 양비론이 적합하다는 생각이다.

‘어느 쪽이든 다 틀렸다. 그러니 다 물러나고 정말로 불교방송을 사랑하고 아끼는, 그리고 불교방송을 종단정치나 사사로운 이해에 이용하지 않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사고를 하는 새로운 분들에게 불교방송을 맡기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다.

지금은 양쪽이 다 상대의 잘못을 가려달라며 법적 송사를 시작한 만큼 어느 쪽이 더 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지는 법원이 가려줄 것이니, 판결의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차라리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

언론사의 입장에서는 종단정치의 거대한 프레임에 갇힌 불교방송의 내홍에 대해 어떤 언급이나 논평을 하든 종단정치의 프레임에 갇히는 결과가 되고 말 것이니 난감한 입장이다. 이는 우리나라 정치권이 정치적 이용을 목적으로 낙인을 찍는 방식의 종북, 좌파, 숭미 따위의 프레임 정치와 비슷하다. 평화와 대화, 통일을 주장하면 종북이 되고, 분배와 평화를 주장하면 좌파가 되는, 또 시장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한미동맹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면 숭미가 되는 후진적 한국정치의 흐름이 주는 폐해를 우리는 잘 목도하고 있는 중이다. 솔직히 현재 우리나라가 맞이하고 있는 일촉즉발의 전쟁위기도 이런 저질 프레임 정치, 낙인을 찍는 비열한 정치행위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세속적이고 저열한 낙인찍기 정치의 흐름이 어느 순간부터 불교계에도 기승을 부리고 있고, 그 일단이 지금 불교방송 내홍사태로 드러나고 있다고 본다.

불교방송은 포교를 목적으로 설립된 방송이다. 개국 때부터 ‘방송포교’라는 말을 입에 달았던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런 불교방송이 어느 순간 종단정치의 각축장이 되었고, 관련된 인물이나, 기관, 단체들의 주도권 쟁탈장이 되고 말았다.

허공에 주먹질 하는 격이 되겠지만, 이번 기회에 종단 정치를 하는 스님들은 불교방송에서 손을 떼기 바란다. 특히 사장후보 추천에 종단정치를 하는 스님들은 제발 나서지 말아주기 바란다. 그리고 불교방송 이사장이나 이사는 종단정치와 무관한, 객관적으로 포교에 헌신하는, 오직 전법을 위해 살아온 분들로 전원 교체되었으면 좋겠다.

불교진흥원도 지금처럼 어설프게 불교방송과의 관계를 가져갈 수밖에 없다면, 지원 이외에 이사 참여, 사장추천권 등을 포기하는 편이 낫겠다. 지원을 하고 지원이 적재적소에 잘 적용되었는지 감사를 하는 정도에서 관계가 재설정되는 편이 더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진각종이나 총지종 등 종단 대표가 불교방송 이사에 참여하는 것도 의미가 없지는 않겠으나 지금과 같은 모습이라면 차라리 빠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특히 불교방송 이사를 하기 위해서 정해진 출연금을 내지 않은 이사는 즉시 그 자격을 정지시켜야 하고, 출연금의 유효기간도 정해져야 마땅할 것이다. 한번 출연금을 내고는 무기한으로 이사직을 유지하는 것도 모자라 이사 자리를 세습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소가 웃을 일이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현재 불교방송 내홍 사태의 당사자들에게 드리고 싶은 당부가 있다. 어느 쪽이든 불교방송에서 프로그램 진행을 하는 스님들을 공격하거나 또는 이용하려는 어떤 시도도 중지해달라는 것이다. 불교방송 출연자 스님들은 종단정치와는 무관한 분들이라고 알고 있다. 종단정치와 관계없이 프로그램 진행을 맡아 방송포교의 일선에서 고생을 해온 분들이 아닌가.

적정한 출연료를 받지 못하면서도 오직 방송포교의 원력으로 방송진행을 한 스님들, 불교방송이 어려울 때는 오히려 지원을 하면서 프로그램을 유지해온 스님들이라고 알고 있다.

따라서 방송 진행자 스님들에게 방송을 해달라거나 하지 말아달라는 요구는 여법한 기준으로 이루어져야 마땅하다. 여법한 기준이란 불교방송을 청취하는 불자들의 호응일 것이다. 청취자들이 진행 스님의 교체를 원하면, 포교효과 제고 차원에서도 교체가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청취자들이 스님의 진행을 원하면 스님들의 방송프로그램 진행을 막아서는 안 될 것이다.

그 이유는 불교방송은 모든 사부대중의 방송이고, 불교방송의 주인은 2천만 불자라고 누누이 강조해온 이들이 바로 이번 내홍의 당사자 또는 관련자들이기 때문이다. 4월 19일 열리는 불교방송이사회에서 이사들은 이 부분에 대한 분명한 정리를 해주었으면 좋겠다. 방송프로그램 진행자 스님들을 이번 내홍사태에서 자유롭게 해드리기 바란다. 불교방송을 가장 사랑하고 불교방송에 기여해온 이 분들이 편한 마음으로 방송포교에 임할 수 있도록 해드려야 할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