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1일 열린 불교방송 이사회가 주요 안건인 이사장과 사장을 선임하지 못한 채 끝났다. 불교방송의 파행적 운영에 대한 염려가 점증하고 있고, 한시라도 빨리 정상화해야 한다는 교계의 바람을 송두리째 저버린 결과다. 특히 두 사장후보를 불러 경영계획 발표와 질의응답 등을 하고서도 사장을 선출하지 않은 것은 아주 잘못된 것이다. 이사장 선출과 사장 선출을 한 묶음으로 할 이유가 무엇인가. 사장 선출에 새 이사장의 입김을 허용하겠다는 뜻인가.

불교방송 이사회는 불교방송이 잘 운영되도록 최선을 다해 부족한 것을 메워주고 미진한 것은 보완해주고 필요한 것은 채워주는 곳이어야 한다. 거기까지는 바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불교방송 발전에 걸림돌이 되지는 말아야 한다. 도대체 3년 넘게 비어있는 사장 자리를 얼마나 더 비워 둘 작정인가.

지난 8월 11일 열린 불교방송이사회 장면. 사진=주간불교 제공

이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하나 같이 대단하다. 그렇지만 불교방송을 오늘날 이 모양이 되었는데도 미안함이나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 같다. 무슨 이유로 새 이사장을 선출하지 않고, 몇 년째 빈자리로 남아 있는 사장을 선임하지 않았는지, 선출 연기에 선뜻 동의했는지, 이사들의 속내가 궁금하다.

<논어(論語)> 자한(子罕)편에 “子絶四; 毋意, 毋必 毋固, 毋我”라는 것이 있다. “공자가 네 가지를 끊으셨으니, 자의(恣意, 임의로 무엇을 하려는 것)가 없었고, 기필코 하려는 것이 없었고, 고집이 없었고, 나만을 생각하는 일이 없으셨다”는 말이다.

불교방송 이사들은 이 공자님의 말씀을 곰곰이 새겨 볼 일이다. 혹시 내가 무엇인가를 차지하기 위해, 기필코 그것을 이루기 위해 나만을 생각하며 이사장과 사장 선출을 미루자고 고집을 부리지 않았는지를.

대한불교진흥원 소속 이사들의 행보는 더 이해가 안 된다. 자신들이 추천한 사장 후보가 사장에 선임되지 못한 일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도, 이번에 또 다시 사장 선출을 관철시키지 못했다. 이사장이야 조계종 소속 스님이사들 간의 조율이 필요해 뒤로 미루어졌다 치더라도, 사장 선출만큼은 밀어 붙였어야 했다. 그럴 만한 사명감과 의지가 없다면, 그렇게 무기력하다면 이미 지난 칼럼에서 지적했던 것과 같이 허울뿐인 사장후보 추천권은 스스로 반납하는 것이 옳다.

또한 불교방송 이사장 자리는 권력의 자리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불교방송의 발전, 나아가 매체포교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희생하고 헌신해야 하는 힘든 자리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사장 자리가 불교방송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자리가 되었다. 사장을 중심으로 운영되어야 할 방송사가 이사장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이상한 모양새가 된 것이다.

불경 중에 ‘장로의 이름에 합당한 사람’이라는 <증일아함21권 수타품>의 가르침이 있다. 부처님이 왕사성 죽림정사에서 설법을 하고 계실 때, 어떤 장로비구가 발을 뻗고 졸고 있었고, 나이가 겨우 8살인 수마나 사미는 부처님에게서 멀지 않은 곳에서 가부좌를 하고 앉아 집중하고 있었다. 이 광경을 본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수염과 머리를 깎았다고 해서 그를 장로하고 할 수 없다.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행이 따르지 않으면 어리석은 것이다.”

불교방송 이사들 가운데, 현재의 불교방송이 정상적이며, 아주 바람직하게 잘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불교방송은 지금 위기에 봉착해있다. 하루빨리 정상화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훌륭한 사장이 와서 조직을 추슬러야 한다. 새 총장을 영입한 후 제2건학의 기치를 높이 들고 쇄신을 거듭하고 있는 동국대처럼, 불교방송도 제2개국의 깃발을 들어 올려야 하지 않겠는가.

이런 일에 혹시 자신이 방해가 되고 있지는 않는지, 이사들은 각자 가슴에 손을 얹고 스스로를 돌아보기 바란다. 특히 상대적으로 오랫동안 이사회의 구성원으로 있었던 분들, 책임 있는 자리에 있었던 분들은 막중한 책임을 느끼고 쇄신을 위한 마중물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또한 사장 선출을 왜 이사장 선출과 연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불교방송 이사회는 설명해야 한다. 혹시라도 새 이사장이 사장 선출에 영향력을 행사해 방송을 장악할 의도가 아니라면 사장 선출을 위한 임시 이사회를 긴급히 소집해 우선 사장 선출이라도 매듭지어야 할 것이다. 9월 26일까지 미룰 이유가 없다. 또 그 때가서 선출한다는 보장도 없지 않은가.

여기서 부처님의 가르침 하나를 더 살펴보기로 하자. <증일아함제25권 오왕품>에는 ‘수행자가 한 곳에 오래 머물 때 생기는 문제점’에 대해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내용이 나온다. 이 경에서 부처님은 “한곳에 오래 머물며 살면 다섯 가지 좋지 못한 일이 생긴다”고 말씀하신다. 첫째는 자기가 사는 집에 집착해서 남이 뺏을까 두려워하고, 둘째 재물에 집착이 생겨 잃어버릴까 걱정이 생기며, 셋째 세속사람처럼 재물 모으기에만 힘쓰게 되고, 넷째 자기와 친한 사람만 좋아하고 남들이 그와 친해지는 것을 싫어하며, 다섯째는 늘 속인들과 왕래하기를 좋아하게 된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사들 가운데 가슴에 손을 얹고 혹시 여기에 해당되는 분이 있다면 스스로 그 자리를 버리는 것이 정도일 것이다. 불교는 버리는 공부라고도 하지 않는가.

또 이사들 가운데 불교방송 요직에 반드시 내가 있어야 한다며 갖가지 논리를 들이대며 우기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분들에게 꼭 맞는, <금강경>을 주석한 야보송의 가르침이 있다. “바른 사람은 삿된 법을 말해도 바른 법이 되지만, 삿된 사람은 바른 법을 말해도 삿된 법이 된다.(正人說邪法 邪法悉歸正 邪人說正法 正法悉歸邪)”

바른 사람은 나쁜 말을 해도 바른 일을 위해 하지만, 삿된 사람은 바른 말을 해도 삿된 짓을 하기 위해 한다는 뜻이다. 설마 불교방송 이사들 가운데 여기에 해당하는 분은 안 계시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