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지난 6개월 여 진행해 온 대정부 관계를 정상화하고 자성과 쇄신 결사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소통 중단과 출입 제한의 조치를 해소하고, 전통문화 유산과 문화재를 보전하기 위한 국고 지원 예산 등도 정상적으로 집행해 나가겠습니다. 차단과 제한의 방편 대신 적극적인 만남과 대화를 통해 전통 문화 정책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해결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종단 운영의 원칙인 소통과 화합을 지향하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서 지혜롭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우리가 먼저 변화함으로써 세상이 변화한다는 가르침을 따르고자 합니다.”
                                                           <6월 7일 조계종총무원장 자승스님 담화문 중에서>

6월 7일 오후 1시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담화문을 발표했다. 정부와 소통을 재개한다는 것, 정부로부터 예산지원을 받겠다는 것 등이 이번 담화의 골자다. 담화문의 내용을 읽으며 별 감정이 일어나지 않았다. 무덤덤한 느낌이었다. 어차피 예상했던 일이었으니 그랬을 것이다. 단 한 가지 슬그머니 일어난 생각은 ‘결국 이렇게 될 것을 뭐 그리 소란을 떨었나?’였다.

지난 1월 26일 결기어린 표정과 목소리로 ‘범종단적인 <자성과 쇄신 결사를 제안합니다>’라는 제목의 담화문을 발표했을 당시가 다시금 떠올랐다. 한 후배기자의 말처럼, 당시의 담화문 내용은 그 것이 지켜지든, 지켜지지 않든 역사에 남을 것이라는 평가를 들을 만 했다. 내용대로 실천될 것이라는 기대는 크지 않았지만, 적어도 진정성을 엿보였기 때문이다.

정부와 선을 긋겠다는 것 때문이 아니라 담화에 담겨있는 공감을 일으키는 구구절절한 내용들 때문이었다. 이제 다섯 달이 지난 지금 그때의 담화를 떠올리며 드는 생각을 정리해볼 때가 된 것 같다. 따지고 분석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냥 누구에겐가 무작정 묻고 싶은 것이다.

물음을 받는 대상은 담화를 발표했던 총무원장일수도 있고, 조계종의 집행부 전체일수도 있으며, 어쩌면 조계종 전체 대중일수도 있겠다. 물고기는 물이 있어야 놀 수 있듯이 종단에 어떤 움직임이 일어나고 진행될 수 있는 것은 그 종단을 구성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기에.

또한 이 물음은 굳이 답변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물음을 읽는 순간 누구나 그 답을 알 수 있기도 하려니와, “정부와의 관계만 푼 것이지 나머지는 중단 없이 추진한다”고 답하면 딱히 할 말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질문만 던져본다. 만에 하나 참으로 진솔하고 진정성 있는 답이 나온다면 더 좋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