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 중에 도둑이 되레 매를 든다는 뜻으로, 잘못한 사람이 도리어 잘한 사람을 나무라는 경우를 이르는 적반하장(賊反荷杖)이라는 말이 있다. 잘못한 사람이 도리어 잘한 사람을 나무라는 경우를 빗대어 표현한 말로, 조선 인조 때의 학자이자 시평가(詩評家)인 홍만종(洪萬宗)의 문학평론집 <순오지(旬五志)>에는 적반하장에 대한 아주 적절한 풀이가 나온다. <순오지>에는 적반하장을 ‘도리를 어긴 사람이 오히려 스스로 성내면서 업신여기는 것을 비유한 말(賊反荷杖以比理屈者反自陵轢)’로 풀이하고 있다. 이처럼 적반하장은 잘못한 사람이 잘못을 빌거나 미안해하기는커녕 되레 성을 내면서 잘한 사람을 나무라는 어처구니없는 경우에 기가 차다는 뜻으로 쓰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누구한테 큰소리냐?”, “사람을 때린 놈이 되레 맞았다고 큰소리니 적반하장도 정도가 있지.” 등의 꼴로 쓰인다.

주인과 손님이 서로 바뀌어 손님이 도리어 주인 행세를 한다는 뜻의 주객전도(主客顚倒)·객반위주(客反爲主)와도 뜻이 통한다. 또 내가 부를 노래를 사돈이 부른다는 뜻으로, 나에게 책망을 들어야 할 사람이 오히려 나를 책망할 때 쓰는 아가사창(我歌査唱)도 비슷한 뜻이다.

적반하장과 비슷한 뜻의 우리말 속담도 여럿이 있다. 제가 잘못하고서 도리어 성을 낸다는 속담 ‘방귀 뀐 놈이 성낸다’, 자기가 잘못해 놓고 오히려 남을 나무란다는 뜻의 ‘문비(門裨)를 거꾸로 붙이고 환쟁이만 나무란다’, ‘소경이 개천 나무란다’, 남의 은혜를 갚기는커녕 도리어 배신한다는 뜻의 ‘물에 빠진 놈 건져 놓으니까 내 봇짐 내라 한다’ 등이 그 예들이다.

또한 적반하장과 잇대어 쓰이는 사자성어가 있으니 유만부동(類萬不同)이 그것이다. 이의 사전적 의미는 비슷한 것이 많으나 서로 같지는 않다는 뜻이다. 또는 정도에 넘치거나 분수에 맞지 않는 경우를 유만부동하다고 말한다. 이는 같은 주장이라고 해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그 옳고 그름이 다름을 지적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적반하장도 유만부동이지, 이런 억지가 있나”라는 말이 절로 터져나올 일이 발생했다. 개신교의 한 단체에서 ‘정부는 종교편향을 시정하라’는 주장을 일간 신문 광고를 통해 공표한 것이다. 개신교계에서 장로대통령이 이끄는 정부를 향해, 종교편향을 시정하라니,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다 알다시피 ‘정부는 종교편향 정책을 시정하라’는 주장은 불자들에게 매우 익숙한 구호다. 지난해 8월 27에는 수십만의 불자들이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여 이명박 정부의 특정 종교편향을 강력히 성토한 바 있다. 그 이후, 적어도 공직자에 의한 종교편향 행위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물의를 빚은 여수시 공무원의 종교편향적 발언 등이 문제가 되긴 했지만, 이전에 비해서는 그 빈도나 강도가 크게 개선된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11월 4일자 일부 일간신문에 게재된 개신교의 한 단체 명의로 ‘정부는 종교편향 정책을 시정하라’는 제목의 광고는 최소한의 기대마저도 저버린 것이었다. 얼핏 불교계에서 낸 성명서 광고려니 여겼다가 자세히 보니 광고를 게시한 단체의 이름이 개신교계 언론관련 단체로 되어 있지 않은가. 이명박 정부들어 개신교계의 발호가 지나치다는 말은 들어보았어도, 정부가 개신교에 불리하게 종교편향 정책을 펴고 있다는 것은 금시초문인지라 자세히 광고내용을 살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기독교계의 반격이 시작됐나?” 광고문안을 꼼꼼히 읽어본 후 든 느낌은 바로 이것이었다. 이 단체는 불교계에서 종교편향이라는 신조어를 구호처럼 내세우고 정부와 기독교를 압박하고 있다며, 불교계의 이런 움직임을 뜬금없는 행동이라고 꼬집고 있었다. 나아가 정부가 불교계에 굴복하여 공직자 종교편향 금지지침을 하달함으로써 헌법에 보장된 종교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성탄절 점등행사에 십자가를 세우지 말도록 정부를 압박하는 세력이 있다며 불교계를 에둘러 공격하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이들은 또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만 계속된다면 사실이 왜곡될 수 있다며, 기도와 인내하는 것만이 해결방법은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잘못 시행해온 정부의 종교정책을 시정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물론 이런 요구가 이행되지 않는다면 단호한 대응을 하겠다는 뜻과 함께.

이들이 광고를 통해 정부에 요구한 내용은 크게 8개항이다. 첫째, ‘공직자 종교편향 지침’의 철회, 둘째, 각 종교에 국가재정에서 해마다 지원해온 천문학적 규모의 금액 공개 및 철저한 사후감사, 셋째, 모든 종교의 상징물(성탄절 시청앞 십자가, 초파일 가로연등 등) 일체 설치금지, 넷째, 석탄일 전후 연등설치 사찰경내 한정, 다섯째,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환수위는 각 종교의 친일하고 얻은 재산 수억평 토지 국고환수, 여섯째, 청와대 경내에 있는 불상 본래처소 이전, 일곱째, 국가지원 템플스테이, 학생 사찰체험 시정, 일곱째, 초중고 역사교과서에 나타난 종교차별적 편집 즉각 시정 등이다.

주장의 대부분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거나 억지, 또는 아전인수격 주장들이라, 일고의 가치도 없겠으나, 우리 사회 전반을 휩쓸고 있는 특정종교의 거센 기운을 볼 때 무슨 일이 벌어질 지 알 수 없는 일이니 염려스럽다.

이들의 주장은 한마디로 ‘적반하장 유만부동’에 해당한다. 국가 공무원이 특정종교 편향적 언행을 공개적으로 하는 것은 국교를 인정하지 않는 대한민국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각 종교에 천문학적 국고를 지원하고 있다는 주장은 아마도 국가지정문화재 보존관리에 대한 부분을 염두에 둔 듯한데, 국가지정문화재의 70% 가까이가 불교관련 문화재라는 점을 겨냥한 듯 보인다. 이는 국가의, 즉 국민모두의 자랑스런 문화재를 특정종교의 소유물로만 간주하는 소아적, 근시안적 소견에서 나온 치졸한 억지에 지나지 않는다. 종교를 떠나 우리나라의 자랑스런 문화재를 소중히 여기는 열린 자세가 아쉽다. 성탄절 시청앞 점등행사를 위한 구조물에 십자가 설치를 금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구조물을 설치하는 것을 두고 시비를 거는 게 아니라 거기에 굳이 십자가를 설치하는 것이 잘못이란 이야기다. 이를 빌미로 유구한 역사적 전통을 갖고 있는 거리 연등설치를 걸고 넘어지는 것은 트집에 가깝다. 각 종교가 친일하고 얻은 재산이 수억 평이라는 이야기는 과문한 터라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으니, 필요하다면 각 종교대표들이 모여 조사해 따져볼 일이다. 청와대 경내에 있는 불상은 일제강점기 데라우찌 총독이 경주에 있는 석조좌불상(일명 미남불)을 옮겨 놓은 것으로, 청와대가 생기기 이전의 일이니 특정종교 우대와는 무관한 일이다. 다만 본래처소가 확인된다면 본래의 처소로 옮기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라고 본다. 따라서 이를 두고 청와대가 불교를 우대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지의 소치다. 템플스테이와 사찰체험에 대한 국고지원은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를 체험하고자 하는 내외국인의 요구에 부응한 것이니, 개신교계에서는 좀 더 살펴보고 주장을 폈어야 옳다.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사람들 중에 불자들은 소수에 지나지 않고 외국인과 이웃종교인이 훨씬 더 많다는 점을 아마도 잘 몰랐던 듯싶다. 역사교과서에 심각한 종교차별적 편집을 했다는 주장은, 고려시대 국교가 불교였고, 조선시대 통치이념이 유교라는 점을 부정하겠다는 것인지 잘 알아듣지 못하겠다.

모든 말이 다 말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말에는 품격이 있어야 하고, 상식이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을 다 차치하더라도 어찌 독실한 장로가 대통령인 나라, 사회 요직에 개신교인들이 득세하는 나라에서, 정부에 대해 불교우대 정책을 시정하라는 말이 나올 수가 있는가.

일부 개신교인들이 느끼는 위기의식 원인은 정부의 종교편향 정책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상식과 원칙에 벗어난 언행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부디 깨닫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