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의 다비식이 있었던 13일에도 성북동의 길상사에는 많은 불자신도와 일반인들이 찾아와 큰스님의 열반을 추모했다.

길상사 산문 앞에는 평소와는 달리 참배객들을 싣고 온 택시들이 눈에 많았다. 길상사와 지하철 한성대역을 왕복하는 셔틀버스를 미처 이용하지 못한 참배객들이 택시를 이용해 이곳 길상사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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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큰스님의 분향소인 설법전 앞에 이르니 문지방 앞은 신발들로 가득하다. 설법전 안 한가운데 모셔진 스님의 영정까지 참배객들이 줄을 서있고 참배를 마친 사람들은 설치된 스크린에 전날 방영된 MBC스페셜 스님의 삶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며 스님에 대한 그리움을 눈물로 달래고 있었다.

평생 무소유의 삶으로 일관해 오신 스님께서 다른 것들은 다 털어냈는데 그래도 털어내지 못한 것이 책과 다기라고하시며 얼마 전부터 책에 대한 욕심은 버렸는데 아직도 다기만큼은 잘 안 된다는 인터뷰 부분은 법정 스님이 소유하는 마음을 버리는데 대해 자신에게 얼마나 엄격하였는지 알게 하는 대목이다.

또 스님께서 불일암에 계시면서 직접 만드셨다는 통나무 의자가 화면에 비춰지는 순간에는 그 청빈한 삶의 흔적이 그대로 눈물샘을 자극해 추모객들의 눈물을 불러내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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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

법정스님의 책 '무소유'에 나오는 한 부분의 주제다.

산중 절집에 한밤중에 밤손님이 들었다.

밤잠 없는 노스님이 정랑에 다녀오다 뒤 곁에서 들리는 인기척에 살펴보니 도둑이 쌀 한가마를 지게에 얹고 일어나지도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다.

쌀가마 무게가 무거워 끙끙거리는 도둑의 뒤로 돌아간 노스님은 도둑이 다시 일어서려 하자 슬며시 지게를 밀어준다.

지게를 지고 일어난 도둑이 뒤돌아보자 아무소리 말고 지고 내려가라는 노스님의 말에 도둑은 쌀가마를 지고 내려간다.

그리고 이튿날 도둑이 든 걸 안 절집은 야단법석이 되지만 노스님 만은 아무 말씀이 없다. 그에게는 원래 잃어버릴 것이 없기 때문이다. 노스님께서는 애초에 본인의 소유가 없었기 때문에 잃어버린 것도 잃어버릴 것도 없었던 것이다.

법정스님의 무소유관을 잘 표현한 글이다.

길상화 보살이 대원각(지금의 길상사)을 시주할 때도 법정스님은 몇 번이고 고사하셨다고 한다. 나중에 길상사로 창건을 하시고도 훨씬 편안한 길상사에 머물지 않으시고 강원도 산골에 들어가 사셨다. 끝까지 무소유의 삶을 실천했던 것이다. 법정 스님을 일러 우리시대의 위대한 스승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길상사의 경내을 돌아보다 법정 큰스님의 보석 같은 말씀 한구절과 마주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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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나 새는 자기 자신과 남을 비교하지 않는다.

저마다 자기 특성을 마음껏 드러내면서 우주적인 조화를 이루어내고 있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기 자신의 삶에 충실할때 그런 자기 자신과 함께

순수하게 존재할 수 있다.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 속에서 사실 때가 제일 행복하셨다는 스님의 무소유관은 순백의 자연주의가 바탕인 것이다.

법정 스님께서는 2008년, 4대강사업은 수많은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사업이라고 크게 걱정을 하셨다. 평소 법정 큰스님을 존경하고 있다는 이명박 대통령이 그 존경심의 발로로 지금이라도 4대강사업을 그만 멈춘다면 가시는 큰스님의 걸음이 좀더 가벼워지시지 않을까 싶다.

한편 소설가 이외수씨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큰스님이 가시네’라는 제목으로 짧은 시 한편을 헌시했다.

회색 하늘

훠이훠이

텅 비어 있네

텅 비어 있으므로

가득차 있네

길상사의 참배는 49재가 끝날 때까지 설법전 분향소에서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