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관점을 가지고 대상을 찾아가면, 평상시에는 눈에 띄지 않는 것도 그 자취를 드러내기 마련이라지만, 절집에서 익살과 해학을 찾아내려는 발상과, 그 발상을 구체화한 그의 노력은 가히 정진의 수준이라 할만하다.

그는 말한다. 세상 곳곳에 해학과 익살을 감춰놓고 은근히 즐겼던 우리 조상들이 사찰이라고 가만히 놔뒀을 리가 없다고. 그의 이런 ‘엉뚱한’ 확신이 사찰을 돌며 해학과 익살에 천착하게 한 동기였을 것이다. 그의 확신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고, 보통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절집의 해학과 익살, 그 속에 깃든 값진 의미와 지혜가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법당천장에서 도저히 게임이 되지 않을 용과 족제비가 숨바꼭질을 하고 있고, 불화 속 부처님이 설법을 하시는데 제자들이 자기들끼리 장난을 친다. 부처님이 앉아계신 대좌 밑에는 비굴한 용이 잠자리에게 쫓겨 다니고, 사천왕의 다리 밑에 깔린 생령좌는 반성하기보다는 억울함을 호소한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쓴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을 일컬어 우리나라의 면적을 몇배나 늘려놓은 이라는 평가가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평소 스쳐지나갔던 것들이 소중한 우리민족의 문화유산임을 드러내 보인 유홍준 교수의 노고는 그만큼 우리나라 곳곳을 보는 발길과 시간을 늘려놓았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찰의 볼거리, 사찰을 이루고 있는 각종 예술과 손길의 의미를 저자 권중서씨는 이 책으로 출간함으로써 크게 늘려놓았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강우방 선생은 추천사에서 이렇게 말한다. “엄숙한 법당에 우리 민족의 순수한 익살이 그토록 곳곳에 숨겨져 있다는 것은 불교사찰이 권위적이 아니고 일반 서민과 가까웠으며 동시에 일반 서민이 법당건립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음을 알려준다. 낱낱이 경전의 내용들을 인용하여 곁들이기도 하니, 학문적으로도 크게 뒷받침 해주고 있다.”

유형의 문화에 고집스럽게 학술적 잣대를 들이대 근엄하게 해석하는 것도 의미가 클 것이다. 그러나 그 근엄함으로 짓눌린 이면에 민초들의 생생한 숨결이 함께 전해져 왔음을 발견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가치가 아닐 수 없다. 절을 찾을 때, 이 책을 들고 간다면 절을 보는 재미가 두 배는 더할 것이다. 따라서 권중서 씨는 우리나라 절을 두 배쯤 증축한 공덕을 지은 분이라고 불러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