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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 걸망 하나 메고 행각하다 어느 이름 모를 곳에서 논두렁을 베고 죽을 각오가 돼 있는 사람이 하는 것. 자못 비장할 수 있으나 그리 생각하고 살아도 어려운 것이 절 생활이다.

저자인 원상 스님은 미오(迷悟)의 세계를 타파하고자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담금질해 온 철두철미한 수행자다. 사회복지법인 연꽃마을의 대표이사를 담임하면서, 틈틈이 문예의 기와 재능을 발휘하는 문사(文士)이기도 하다. 그런 원상 스님이 33 안거(安居)를 성만 하고 노스님들과 나눈 진솔한 대화, 스님이 선방에서 가졌던 화두와 절 생활에 필요한 강고한 규칙들, 불교와 스님 그리고 경전에 관하여 알기 쉽게 들려준다. 

해제 무렵이면 한겨울 묵은 옷가지를 모아 빨고 자신이 덥던 이불 베개를 모두 꺼내 깨끗이 빱니다. 다음 사람이 오면 새것처럼 쓰게 말이지요.

 초참 시절에는 해제가 그렇게 기다려지더니 나이가 한 살, 구력이 한 살 먹다 보니 그렇게 기쁜 기다림은 아니더이다. 결제(結制)도 해제도, 만남과 이별도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서인가요. 부처님 당시에도 한 나무 아래서 삼일 이상 머물지 말라는 말이 있었는데, 아마도 사람은 한곳에 머물면 집착하기가 쉬우므로 그리하였을 거로 생각합니다. -p17. 걸망과 누비. 中에서

바르게 보고, 바르게 말하고, 바른 행동을 하며, 바른 삶을 산다면 어떤 운명이 되었든 간에 그 사람에 인생은 존경할만하다 할 것이다. 그것은 그 사람이 선택한 방향성과 지속성, 절제와 용기가 말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해제라는 낱말은 석 달, 한 철의 졸업이라고 할 수 있지만, 스스로 자신의 에고에서 벗어나는 우화(羽化)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매미가 칠 년 이상을 땅속에서 인고의 시간을 참고 기다리는 것이나, 수행자가 각고의 시간과 열정으로 벼락 치는 깨달음이 있고 난 뒤에 갖는 인욕의 선물 같은 것이 참 해제이다. 기다리지 않아도 때가 되면 해제는 올 것이지만, 자신의 땀으로 공을 들여 맞이한 해제는 설렘과 보람이 섞여 있다.

원상 스님의 수상집(隨想集) 《해제를 꿈꾸며》는 연꽃마을과 함께하며 부처님의 참된 진리를 전파하고자 애쓴 결과물이다. 한낱 미물 중생일지언정 모든 생명을 사랑하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해 온 스님의 지론(持論)과 평소 행동철학을 반영하고 있다. 

스님이 가지고 있는 날카로운 불교와 삶에 관한 예리한 직관과 역설, 문사가 갖는 가슴 따뜻한 정서를 함께 보여준다. 또한, 스님은 지행합일(知行合一)을 통해 단호함의 필요성과 독자에게 공감 가는 이야기로 감동을 준다. 그리고, 가슴을 울리는 자비심이 넘쳐흘러 왜곡된 세계와 생명관에 대해서는 사무량심의 가르침을 담고 있다. 

“여기 내 손 안에는 작은 새 한 마리가 있는데, 계속 들고 있으면 이새가 죽을 것이고, 내가 이 주먹을 풀면 새가 날아가 버릴 것인데 자네라면 어찌하겠는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것을 선가에서는 선문답이라고 하고, 거량이라고도 합니다. 답답하기도 하고, 영감쟁이가 원망스럽고 부끄럽기도 하여, 자리를 빨리 벗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들더군요. 사실, 나는 두세 번의 견처가 있었다고 자부하던 터였는데, 보기 좋게 한방 얻어맞았습니다.

 그 노스님은 젊은 시절부터 만공 스님 문하에서 참학하였던 은둔 고수이셨습니다.

 그대라면 어찌하시겠습니까?

 얻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다면 어찌하시겠습니까?

-49p. 얻을 수도 없고 버릴 수도 없나니 取不得 捨不得. 中에서 

이러한 스님의 자비행은 당연히 ‘연꽃마을’이라는 사회복지법인을 이 시대 보살 운동을 하는 단체를 경영하게 했다. 이 단체는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하면 손이 되고 발이 되어주는 복지법인이다. 또, 자원봉사자 여러분과 후원자분은, 이러한 순수한 뜻에 동참해주는 마음 따뜻한 분들로서 보살이고, 가브리엘이다.

‘연꽃마을’의 사명은 입적하신 창업자 덕산당 대종사께서 직접 쓰신 글이다. 연꽃마을의 정체성을 바로 보여주는 글이다. 그중에 ‘효도 대행자’라는 말이 있다. 노인복지의 선봉에 서 있는 연꽃이요, 보살이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불성을 깨달은 사람은 모든 이와 모든 것이 부처이다. 그러한 세계가 화엄의 바다이며 지혜와 자비가 실천적으로 현현할 것이다. 신에 대한 믿음이 그득한 사람은 신의 다른 이름이 사랑이라는 것을 체득할 것이다. 

저자 원상 스님 ｜ 발행처 시간여행

판형 150*205 | 쪽수 288

정가 15,000원

크게보기      저자 원상 스님    1986년 속리산 법주사에서 덕산당 각현 큰스님을 은사로 출가하여, 그해 가을 법주사에서 혜정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받았다.  1989년 범어사 자운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하였다.  1990년 법주사 강원 사교과를 마치고, 3년 후 중앙승가대학을 졸업했다.  1993년부터 2019년까지 마곡사, 해인사, 통도사, 송광사, 봉암사, 법주사, 대승사 외 33 안거(安居)를 성만 하였다.  1994년, 대한불교조계종 천안 은석사 주지로 시작하여 대구 정법사(2001) 주지, 북한산 부황사(2012) 주지, 단양 미륵대흥사(2017) 주지를 역임했다.   2017년에 대한불교조계종 금성선원 원장, 그해 9월에 대한불교조계종 전국 선원수좌회 총무분과 위원장으로 역임했다.  2018년 8월 의료법인 연꽃마을 이사로 추대되었으며, 2019년 1월 사회복지법인 연꽃마을 대표이사, 2019년 2월 경기도 노인복지시설연합회 이사 및 부회장으로 추대되어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산방 에세이, 《토굴가(2019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