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의 여의봉] 10 선시와 금언

밤샘

햇살이 반지하 창문을 두드리자마자 함께 했던 도반(道伴)들이 갈 길을 재촉한다. 즐거웠던 것도 잠시 고독은 위 속의 과자 조각과 함께 남아 있었다.

영원히 함께 할 것만 같았던 순간은 사라지고 굳게 잠긴 지하 단칸방에도 아침이 찾아온다. 아무렇지도 않게 어둠의 그림자를 걷어내도 갈망(渴望)을 지우진 못한다.

매일 쫓겨나지만 아침은 빈자리를 채워주지 못하기에 오늘도 나는 연어처럼 시간을 거스른다.

가까이 가면 멀리 달아나고 포기(抛棄)하고 있으면 슬쩍 다가오는 아침을 못 잊어 변함없이 오늘도 재회(再會)를 꿈꾸며 그렇게 긴 밤을 꼬박 새울 뿐이다.

꼬리표
길거리에서 헤어진 꼬리표를 만난다. 새 바지도 아닌 데도 다 낡아빠진 그가 기고만장하게 엉덩이에 달라붙어 종을 친다.

얼마동안 매달려 살았을까? 그림자처럼 바지춤에서 춤추던 그에게 세월은 어떤 인고(忍苦)의 어제였을까?

슬그머니 다가가는 손길을 요리조리 피하며 지르는 그의 소리 없는 절규도 무색하게 애초부터 그는 안중(眼中)에도 없었다.

운 좋게 오늘도 위기를 가까스로 벗어낫다고 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 꽃구경을 제대로 못한 오늘을 못내 아쉬워만 한다.

세탁실이 다가와서야 침묵으로 내일을 구걸하기에 차마 떼지는 못하고  살며시 세탁기 속으로 내동댕이쳐진다.

소용돌이로 만신창이(滿身瘡痍)가 되어가면서도 어떻게든 용을 써보지만 결국 얼마 안 가 물방울과 함께 산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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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푸르나의 한 구릉

부정적인 마인드

부정적인 마인드의 사람들을 알아 볼 수 있는 점이 한 가지 있다. 자신은 부정적이지 않다고 하면서 얼굴은 항상 찡그러져 있다. 부정적인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 모두가 어쩌면 이미 부정적이다.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남 탓으로 인생을 허비한다.

배은망덕
거듭되는 몇 차례의 부득이한 지각조차도 상대가 무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는 게 편하다. 상대가 대등하거나 혹시 돌봐주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과 앞으로 어떤 약속도 하지 않는 것이 때로는 좋다. 천재지변이 아닌데도 몇 번이나 늦거나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이미 편해진 것이다.

정말 고맙게도 감사하거나, 동등한 관계라면 약속에 몇 차례나 늦을 이유가 없다. 벌써부터 이러면 나중에 후회할 일이 많을 것이다. 배은망덕 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이런 모습으로 ‘배신’의 신호를 보내준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계속 만나든 안 만나든 모든 게 내 선택이다. 될 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이 이런 말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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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속삭이는 말은 얄팍한 속임수다. 그렇게 믿고 싶고 그렇게 믿게  하려는 마음만이 있을 따름이다. 그런 마음을 돌아봐야 한다. 만약 주변에서 그런 말을 하는 흉악한 사람이 있다면 조심해야 한다. 내자불선이다. 다가와서 굳이 알려줄 필요가 없는 데 선심 쓰듯이 말하는 사람을 항상 조심해야 한다.

NGO 사람들

자원봉사는 착하거나 착해지려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다. 적어도 착하게 보이려고 하는 일이니 그리 나쁠 것은 없다. NGO는 남을 위해 돈을 내고 봉사를 하는 사람들을 만나거나 만나려고 하는 곳이다. 그러니 자원봉사만 하지 말고 NGO에 직접 참여하면 착한 인연들과 만나게 된다. 그렇게 선연이 계속되다 보면 언젠가 모르게 나눔이 일상이 되는 행복이 남는다.

줄 것처럼 말하는 사람

뭔가 해줄 것처럼 말하는 사람에겐 계속 재촉을 한다. 대부분 질질 끌거나 남 탓하며 도망간다. 하지만 가끔 정말 좋은 사람이 나타난다. 말은 누구나 잘 한다. 그러나 실천이 다다. 박복과 행복이 항상 말과 실천 사이에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