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응스님 기고] ‘정부와 서울시 그리고 한전의 구태’
“봉은사는 문제제기 세력 아닌 논의‧의견 수렴의 중추적 대상”

지난 14일 강남구 삼성1동 주민센터 대강당에서 현대차그룹의 신사옥인 ‘글로벌 비즈니스센터(GBC)’ 환경영향평가 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었으나 봉은사 측의 반발로 무산되었다.

봉은사는 구 한전부지에 신축하려는 105층 규모의 현대차GBC와 인접한 영동대로의 지하에 축구장 30배 규모의 대단위 교통상가 시설을 건설하려는데 대해 원 소유권자로서의 자격과 역사와 문화 그리고 종교 환경에 미치는 문제점들을 거론하면서 반발하고 있음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보도에 의하면 주민설명회가 봉은사 측의 반발로 무산되고 차후 설명회도 봉은사의 반발이 예상되기에 관계당국은 "향후 3월 중으로 서면을 통해 별도로 수렴 과정을 거치는 방안에 나설 것"이라고 한다.(인터넷<아시아경제> 2월 21일자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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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해 영동대로개발과 현대차GBC건축에 대해 허가권자인 서울시에 3회에 걸쳐서 질의를 한 사실이 있다. 정부와 서울시의 영동대로개발에 따른 그 세부적 문제점 및 현대차GBC 건축허가 진행에 의문을 제기하는 한편, 역사적으로 필연적 인과관계가 있는 불교계(봉은사)와 신뢰성 있는 대책위원회를 구성하지 않은 채 한국전력공사가 구 봉은사 부지 매각을 일방적으로 추진한 것은 결국 불교계와 봉은사 그리고 역사문화유적에 대한 무시를 넘어 그 종교 및 환경성을 파괴하는 행위가 아니냐는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근자 봉은사가 주민설명회에 대해 반발을 하자 서면으로 수렴 과정을 대체해서 절차의 준수와 합리성을 담보하려한다면 밀어붙이기식의 구태를 재연함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간 누누이 주장한 바, 봉은사는 강남구나 서울시의 차원이 아니라 대한민국 차원의 역사와 문화 중심지이며, 종교적 성지이기도 하다.

봉은사가 갖고 있는 그 유무형의 가치는 영동대로 지하개발이나 현대차GBC 건축에서 오는 가치보다 결코 열등하지 않다. 봉은사의 역사성 및 모방 불가성(서기794년/신라원성왕 10년 창건), 문화성(20여종의 지정문화재 보유), 환경성(도심 속의 천연 자연성), 관광 및 국위 선양성(일일 300여 명의 외국인 탐방) 그리고 국민정서 순화라는 정신적 측면의 가치는 금전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것이고, 굳이 평가한다면 연 수천억 원에 이를 것이다. 정부와 기업이 우리의 전통문화에 대한 가치를 그리도 선호하는 경제적 ‧ 문화적으로 단 한번만이라도 제대로 계량한다면 현 불교계(봉은사)의 주장을 조건 없이 수용해야 한다.

정부가 불교계(봉은사)의 주장을 무시하고
주민설명회를 서면으로 대처 한다면
전근대적이고 소통과 민의를 외면한 구태다

2009년도에 문화재청의 <문화재의 공익적, 경제적 가치분석연구>에 의하면 창덕궁이 3,097억 원, 해인사팔만대장경이 3,079억 원이었다. 유추하건데 강남의 중심지라는 환경성과 역사성을 고려 할 때 봉은사도 이에 버금가고도 남음이 있다.

지금이라도 정부, 서울시, 한전 그리고 현대자동차는 봉은사 측과 성의 있는 기구를 구성해서 불교계가 주장하는 피해와 문제점을 진솔하게 듣고 수용해야 마땅하다. 현 영동대로 개발이나 초고층으로 지어지는 현대차GBC 건물은 봉은사에 대한 피해는 물론, 지반침하와 지하수위 변동, 교통문제, 대규모 지하건조물의 화재위험성 등 안전 문제가 제기되며, 초고층건물의 효용성 여부도 논란이고 사회적 위화감 조장 등 여러 분야에서 무수한 부정적 요소들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서울시 등이 이렇게 중대한 문제들을 내포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하고 다만 서면으로 의견을 수렴한다는 것은 환경영향평가를 통과의례에 불가한 절차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이 든다.

<불교신문> 2016년 10월13일자 인터넷 판에 의하면 한국전력과 현대자동차는 “매각재산의 종전소유자(매도자가 매각재산의 소유권을 취득하기 전 매각재산의 일부 또는 전부를 소유하였던 자)가 매수자의 매각재산 취득 또는 개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법률상, 사실상 방해하는 경우 매도자는 자신의 책임과 비용으로 해결하고 매수자에게 손해가 없도록 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는 확인서에 대한 보도를 했다. 그렇다면 한국전력도 현 구 한전부지로 인한 문제에 현저한 책임이 있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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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서울시 그리고 현대자동차(주)는 불교계의 주장 이전에 영동대로 개발과 초고층건물 신축이 가져오는 피해와 문제점에 대해 스스로 점검하는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 정부와 서울시 그리고 현대자동차(주)는 봉은사를 지역사회의 단순한 반대나 문제제기의 세력이 아니라, 영동대로 개발과 현대차GBC 건축에 있어서 논의와 의견 수렴의 중추적이고 중요한 대상이라는 인식을 해야 한다. 그러할 때만이 문제 해결이 가능할 것이다.

             법응(法應, 불교사회정책연구소 소장, 오른쪽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