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허硏 홍현지 소장, ‘완산 정혜사 신건기’ 등 1900~1901년 필적 공개 
“<경허집>에 실리지 않은 친필…북한에 남아있을 경허 흔적 연구 희망”

1900년(광무 4년)과 1901년(광무 5년)에 쓴 경허 선사의 친필이 공개됐다. 

사단법인 경허연구소(소장 홍현지)는 2월 23일 경허 선사의 ‘완산 정혜사 신건기’, ‘용은대사 행장’, ‘취은 대화상 행장’ 친필 원본 사진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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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현지 경허연구소 소장은 “지난 1월 9일 전주 정혜사에서 광무 5년(1901년 1월)에 경허 선사가 쓴 ‘전주군 완산 정혜사 신건기’를 발견했다”며 “‘완산 정혜사 신건기’는 <경허집>에도 발표되지 않았던 친필로 116면 만에 세상에 모습을 보이게 되었다”고 발표했다.

홍 소장은 이어 “잠실 모(某) 서당에서 경허 선사 친필 ‘용은(龍隱) 대사 행장’과 ‘취은(取隱) 대화상 행장’을 친견했으며, 이 가운데 ‘용은 대사 행장’은 첫 출현한 것으로 광무 5년 4월(1901년)에 쓴 필적”이라고 소개했다. 또한 “함께 확인한 ‘취은 대화상 행장’은 1943년에 만해 한용운 스님이 발표한 <경허집>에 서룡 화상 행장과 함께 실려 있지만, 기존의 내용과 비교해본 결과 여러 곳에서 누락된 곳이나 오‧탈자가 발견되어 크게 수정함으로써 원본 발굴 이상의 성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취은 대화상 행장’은 광무 4년 1월 하순(1900년)에 쓴 것으로 117년 만에 공개된 것이다.

홍 소장은 “현재 경허 선사의 필적은 10여 종이 남아 있는데, 이번에 새로이 3점이 발견됐다”며 “아직도 발굴되지 않은 경허 선사의 글씨가 사찰 등에 여러 점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소장자들이 공개하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홍 소장은 경허 선사의 글씨의 특징에 대해 “초서, 해서, 행서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있으며, 필적이 펄펄 살아 있고, 힘이 있으며 막힘이 없다”며 “경허 선사의 글씨를 주의 깊게 본 사람이라면 한 눈에 경허 선사의 필적을 알아 볼 수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경허 선사는 그 명성과는 달리 실제로 활동한 기간이 1898년부터 1903년까지 약 5년 간이며, 특히 1901년부터 1903년 해인사 퇴설당에서 머물면서 ‘정법안장’, ‘선문촬요’ 등을 완성했고, 또한 이 기간 동안에 범어사에서 주석하면서 전국적으로 180여 개의 선원을 여는 등 활발하게 활동했다”고 밝힌 홍 소장은 “경허 선사의 시가 169수가 남아 있으며, 북한에도 경허 선사의 시(문)이 많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홍 소장은 경허 선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에 대해 “천장암 근처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부모님들로부터 경허 선사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를 듣고 자란 것이 경허연구소 소장이 된 인연이라고 생각한다”며 “교사 생활을 접고 경허연구에 본격적으로 나섰으며, 개인적으로는 경허 선사의 상수제자인 만공의 제자이자 덕숭총림 초대방장을 역임한 혜암 선사의 유발상좌 인연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굴된 경허 선사의 시문을 직접 번역한 홍 소장은 “경허 선사의 글을 번역하면서 가장 높은 경지에 있는 선지식의 경지를 감히 느낄 수 있었으며, 어떻게 이렇게 박식하고 깊은 사유를 할 수 있는지, 이런 엄청난 글을 일필휘지로 써내려갈 수 있는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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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현지 소장(오른쪽 사진)은 특히 “<경허집>에 수록된 ‘취은 화상 행장’과 이번에 발견한 ‘취은 대화상 행장’을 비교 검토한 결과, 첫 구절이 <경허집>에는 ‘余廢棄湖西 以養病懶’라고 되어 있는데, 경허선사 친필 원본에는 ‘余以病懶 廢棄湖西’로 되어 있는 등 많은 부분이 다르고, 오‧탈자도 많이 발견되어 면밀하게 검토하게 되었다”며 “<만해집>에 실린 ‘취은 화상 행장’에는 탈락된 글자들을 보충함으로써 많은 부분을 보완할 수 있었는데, 예컨대 ‘반야봉’에 앞에 ‘두류산’이 탈락되어 어느 산의 ‘반야봉’인지 알 수 없었는데, 친필원본에는 두류산이 있어서 ‘지리산 반야봉’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 <경허집>의 ‘취은 화상 행장’에는 취은 화상의 법계를 밝히는 부분의 마지막이 ‘영월전지악파(영월은 악파에게 전하고)’로 되어 있는데, 경허 선사의 친필에는 그 뒤에 ‘악파전지주월’, 즉 ‘악파는 주월에게 전하다’는 내용이 들어 있어 법계를 보완하게 된 점” 등을 들었다.

홍 소장은 “동국대 대학원 북한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것은 앞으로 북한지역을 방문해 그곳에 남아 있는 경허 선사의 시문과 흔적을 발굴하고 연구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국내는 물론 북한 지역까지 연구의 범위를 확대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허(鏡虛) 선사는 조선 말기 혜성처럼 등장한 선지식으로 꺼져가던 한국불교의 선맥을 되살리고, 살불살조와 대기대용을 자유자재로 휘두른 한국 선불교의 중흥조로 추앙받고 있는 대선사이다. 경허 선사의 가풍은 그의 상수제자인 수월관음, 혜월혜명, 만공월면, 한암중원 등으로 이어져 한국 선불교의 본류를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