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천 기자
hgcsc@hanmail.net 2017-01-08 (일) 11:277일 밤 광화문 경복궁 앞 촛불집회 현장에서… 위독 상황 중환자실로 옮겨져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성명 “쾌유하셔서 민중이 행복한 그날 만들자”
자주평화통일 실천연대 불교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정원 스님(64)이 7일 밤 광화문 촛불 집회 현장에서 분신했다.
스님은 이날 밤 10시30분께 서울 종로구 경복궁 앞 광화문시민열린마당에서 "경찰은 내란사범 박근혜를 체포하라, 경찰의 공권력도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경찰은 해산하라"는 유서 형식의 글을 남기고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
서울대병원으로 긴급이송 된 정원스님은 3도 화상 40% 이상, 2도 화상 70% 이상, 의식불명의 매우 심각한 상태로 8일 오전 외과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이날 현장에 남겨진 스케치북에는 "일체 민중들이 행복한 그 날까지 나의 발원은 끝이 없사오며 세세생생 보살도를 떠나지 않게 하옵소서, 박근혜는 내란 사범, 한·일 협정 매국질 즉각 손 떼고 물러나라"라고 적혀 있기도 했다.
정원 스님은 앞서 이날 오후 8시 2분께 자신의 SNS에 "벗들이여 그동안 행복했소. 고마웠소. 고마운 마음 개별적으로 하지 못하오. 메시지 다 지웠고, 이 글 올리는 즉시 초기화 할 것이오. 사랑하오. 민중이 승리하는, 촛불이 기필코 승리하기를 바라오"라며 "박근혜와 그 일당들을 반드시 몰아내야 합니다. 그리하여, 이 땅의 정의가 바로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촛불은 가슴에서 불붙여 활활 타오르도록 해야 합니다. 안녕. 부디 승리하여 행복해지기를.."이라는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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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스님은 1977년 해인사로 출가해 78년에 사미계, 81년에 비구계를 수지했다. 법주사 강원에서 공부하다 80년 광주학살과 불교법난에 저항하는 불교탄압 공동대책위 일원으로 활동했고, 87년 6월 항쟁에도 적극 참여했다.
개인 수행에 몰두한 뒤 2005년부터 다시 사회참여활동에 나선 정원 스님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태를 접하고, 기이한 종교체험에 못지않은 충격을 받은 뒤 보름간 거의 식음을 전폐하며 팽목항에서 기도를 봉행했다.
정원 스님은 그럼에도 생명하나 건져낼 수 없었다는 절망감과 종교에 대한 회의를 느끼며 베트남으로 건너가 1년 넘게 탁발생활을 했고, 2015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에 반대하며 외교부 청사에 화염병을 투척하려다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한편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은 8일 오전 성명을 발표하고 “스님이 반드시 쾌유하셔서 스님이 소망하시던 ‘일체의 민중들이 행복한 그날’을 함께 만들 수 있기를 간절하게 소망한다.”고 전했다.
[성명]
분신하신 정원스님이 부디 쾌유하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1월 7일 밤 10시 반 광화문 열린 시민광장에서 정원스님(속명 서용원)께서 분신하셨습니다. 정원스님이 분신한 자리에서 발견된 쪽지에는 “한일 군사협정 비판, 박근혜 대통령은 내란사범, 즉각 물러나라 … 경찰은 내란 사범 박근혜를 체포하라. 경찰의 공권력도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 경찰은 해산하라 … 나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이라는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스님이 반드시 쾌유하셔서 스님이 소망하시던 “일체의 민중들이 행복한 그날”을 함께 만들 수 있기를 간절하게 소망합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죽어간 사람들 곁에서 눈물과 고통의 날을 보내왔던 우리는 또다시 아름다운 사람을 잃고 싶지 않습니다.
스님은 지금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 계십니다. 3도 화상이 40%이상이며, 2도 화상이 70% 이상으로 매우 위독한 상태입니다. 의식은 없고 기도삽관을 한 상태로 호흡을 하고 있습니다. 화상으로 인해 장기가 크게 손상을 받았기에,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장기 응급조치를 우선 한 후, 중환자실에 계십니다. 화상전문치료병원 이송도 고려할 수 있다고 합니다. 퇴진행동은 스님의 지인들과 함께 중환자실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법률팀장 권영국변호사가 법률대리인으로 스님의 상태를 확인한 상태입니다.
정원스님 분신 후 종로서 감식반이 분신현장에 출동하여 소지품을 모두 수거해갔습니다. 치료를 위해서는 가족과의 연락이 시급한데, 경찰은 휴대전화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등 신뢰할 수 없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가족과의 연락이 되지 않는 동안, 법률대리인에게라도 스님의 소지품을 공유해 스님의 뜻을 왜곡할지 모른다는 의혹을 피하기 바랍니다.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과 헌정유린은 많은 시민들에게 고통을 안겼습니다. 1000만 촛불시민의 준엄한 명령으로 탄핵되었지만 박근혜는 여전히 자신의 범죄를 부인하며 버티고 있습니다. 박근혜의 공범들은 범죄 비호세력들을 부추겨 시민들을 갈라놓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 때문에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시민들의 마음은 점점 타들어갑니다.
박근혜와 공범자들은 즉각 퇴진해야 합니다. 우리의 평화로운 촛불 깊숙한 곳에 담긴 온갖 아픔과 절망과 분노를 기억하기 바랍니다.
정원스님이 쾌유하시기를 간절히 빕니다.
2017년 1월 8일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