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아카마지파운데이션 제2차 열린토크콘서트 중계

"종교 틀보다 중요한 건 삶 속에서의 실천" 주장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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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우리 다함께 노래합시다 후회 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

지난 11월 10일 오후 7시, 서울 서초구 방배동 마지 2층 아카마지홀에선 피아노 선율에 맞춰 노래와 박수가 넘쳐났다.

아카마지파운데이션(대표 김현진)이 주최한 제2차 열린토크콘서트의 포문을 여는 오프닝 무대에서였다.

이날 진각종 청년불자 보컬밴드 JnB(Jin-gak New buddhist vocal Band)는 찬불가 '연꽃처럼', 찬송가 '아름다운 세상', 대중가요 '만남', '걱정 말아요'를 노래하며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토크콘서트의 시작을 축제 분위기로 이끌었다.

'기독교인 불자와 불자 기독교인의 만남'이란 주제로 마련된 토크콘서트는 종교다원주의시대 종교와 믿음에 대한 궁금증을 덜어주기 위해 기획한 행사다.

사회자 박병기 한국교원대 교수는 토크콘서트에 대해 "한국 종교지형에서는 낯선 주제일 수 있는 종교적 정체성과 종교의 역할을 이야기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일부 신행단체로부터 종교적 정체성을 의심 받은 바 있는 우희종 서울대 교수와 불교적 기독교인을 자처하는 정현경 미국 유니온신학대 교수를 소개했다.
   
◇ 결혼 후 갈등으로 대각사 찾으며 불교 인연

발표 마이크는 정현경 교수가 먼저 잡았다. 그는 '불교적 기독교인의 신앙과 종교' 발표에 앞서 "JnB의 노래처럼 걱정하지 말고 충분히 사랑하고 꿈꾸면 된다. 중요한 것은 시민운동과 평신도가 세상을 바꾼다는 사실"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3대째 기독교 가정에서 자라고 행복한 교회생활을 했음에도 '종교의 이중국적'을 갖게 된 이유를 밝혔다.

정 교수에 따르면, 불교에 대한 관심은 결혼생활에서 남편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후부터 시작됐다. 남편은 18세 때부터 열렬히 사랑한 사람이었지만, 예수 재림을 믿는 종교근본주의자였고, 몰랐던 면모에 괴로워 대각사를 찾은 것이 불교에 관심을 가진 계기가 됐다.
 
"이혼도 모르겠고, 답이 없다고 울면서 얘길 했는데 법사님의 딱 한 마디 질문이 '그래서(so)?'였어요. 고통이라 말하니 '불교의 제1진리는 삶이 고(苦)라는 것으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고통을 받는데 너는 네가 왜 특별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답해 분노가 치밀었죠."

정 교수는 그때 '불교에서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이 있다. 그 길을 알고 싶으면 100일 간 새벽 4시 명상을 하라'는 법사의 답변에 분노와 오기로 100일 동안 명상을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이상한 일이 벌어졌어요. 명상 중 분노와 슬픔으로 눈물을 쏟고 절망 등 감정을 지나니 갑자기 평화와 맞닥뜨리게 된 거죠. 이후 뵙게 된 숭산 스님에게 고민을 털어놨더니 어떤 땐 칼로 자르는 것도, 남편의 환상에 빠진 것을 끊는 것도 자비라는, 기독교에서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얘기를 하더라고요."

이때부터 정 교수의 불교 공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는 숭산 스님의 '머리를 깎으면 예쁘겠다'는 출가 권유에 100일 간 심원사에서 동안거에 들어갔다. 16시간 동안 벽만 보고 있으니 인생의 모든 것이 드러났다는 정 교수는 80일째에 '빈 공간이지만 모든 것과 연관돼 있는 장소에 들어간 느낌'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이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을 했고, 이후 숭산 스님의 권유로 히말라야 무스탕의 한 티베트 절에서 1년 간 수행했다고 말했다.
 
"기독교인으로서 받지 못한 영적 훈련을 했어요. 불교의 침묵을 가만히 들여다보게 하는 것을 통해 완전히 텅 빈 것이 하나님이란 것을 세포 하나하나로 이해하게 됐어요."

정현경 교수는 "기독교에서는 모든 것이 다 사랑으로 돌아가는데 불교는 필요와 원하는 것이 없이 지혜와 사랑이 합친 자비를 말한다"면서 "기독교 사랑에서도 불교 자비에서도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 종교는 언어이자, 약, 음식

그는 '이중국적의 종교'에 대한 이해에 대한 말을 이어갔다. 

"종교는 언어예요. 많은 언어를 하면 칭찬하는데, 종교를 왔다 갔다 하면 왜 욕하고 종교적 '간통'으로 바라보나요? 제 입장에서는 기독교와 불교 언어로 동시통역을 하는 거예요. 또 종교는 약이에요. 팔이 부러지면 병원에 가지만, 문제는 종교로 해결하기 때문이에요. 예언자적 전통에서 기독교는 '핫(hot)' 종교, 가슴 헤아릴 수 없을 때 시원한 가르침을 주는 불교는 '쿨(cool)' 종교예요."

정 교수는 종교를 '음식'에도 빗대어 "더 생명 있고, 건강하게 나누고 공헌하게 하는 생명의 양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불교에서의 연결망이란 뜻도 내포한 공(空)과 기독교의 '생명의 풍요로움'은 만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건강한 자아가 있을 때 무아에 들어갈 수 있어요. 무아와 건강한 자아는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라 같이 춤을 춰야 하는 개념이에요. 기독교에서의 하나님과의 사랑과 불교의 무집착이 다른 얘긴 줄 알았는데, 이것도 탱고예요. 너무 사랑하면 그 사랑에 데어버리고, 완전한 무집착은 우리가 관계를 맺을 수 없을 수 있기에 사랑과 무집착 속에서 춤을 춰야 해요."
 
정 교수는 "21세기에는 유대인이면서 불교도, 흰두교이면서 불자 등 다양한 하이브리드(hybrid) 종교인이 나타나는데 이것이 현대 종교의 미래"라면서 "제 종교를 물으면 우주자궁교회신도, 우리 모두가 근원이라고 말한다. 무속적 전통에 가슴은 불교도이고 내가 배운 종교적 언어는 기독교이지만 에너지는 에코 페미니스트라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뉴욕 조계사의 신도라는 정 교수는 '개독교'의 행태뿐만 아니라 새 주지 스님이 절을 차지하려는 모습을 지켜봤다면서 정치 지도자들이 무서워하는 국민처럼 기독교나 불교에서도 평신도들이 정신을 차리고 불법, 진리를 다시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정체성 찾기 위해 종교적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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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교수의 발표가 끝나자 우희종 서울대 교수가 발표를 이어갔다. "불자 기독교인이 우리 사회에 낯설다고 생각한다면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말문을 연 우 교수는 기독교 불자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불교 집안에서 태어난 우 교수는 사춘기 때 '왜 사는가'란 정체성 고민에 답을 찾다 고교 불교반에서 활동하기도, 대학교 2학년 때 교회에 다니기도 했다. 그러던 중 찾은 바닷가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스스로가 우주에 홀로 던져졌으나, 우주의 한 일부분이라는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는 경험담도 전했다.

우 교수는 이후 무수히 많은 존재의 관계 속에 살아왔으므로 빚을 갚아야겠다는 생각에 미국 유학행을 택했고, 미국에서 재미교포와 결혼하고 교회에도 다녔다고 말했다. 그러나 생각의 차이를 좁히지도, 한국 생활에 적응하지도 못한 부인과 이혼을 하며 두 아이들과도 헤어지는 아픔을 겪었다.
 
"나름 열심히 살았는데 드라마 같은 일이 생겼어요. 살아온 가치관에 문제가 있다면, 내가 잘못 본 것은 무엇일까 생각하고 나를 찾기 위해 참선에 몰두했어요."

이후 우 교수는 송광사 스님과 인연돼 무자 화두를 붙들고 2년 간 간절히 열심히 정진했다. 그러던 중 91년 어느 날 번개처럼 밝아지고 '텅 비어 있지만 꽉 차 있는' 낯선 체험을 했다고 회고했다. 이러한 경험의 완전한 체화에는 10년이 걸렸다.

◇ 불교는 관계에 철저히 헌신하는 종교

우희종 교수는 기독교에 대해 "하나님이 길이요, 진리요, 사랑이기에 믿는다"면서 "만일 생명, 사랑이 아니라면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불교에 대해서는 "기독교 수준을 뛰어넘어 관계에 철저히 헌신하는 종교"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우 교수는 사회와 종단의 문제에 가만히 있는다면 불교의 존재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불교의 수행이란, 왜곡되고 단절된 관계에서 힘들어하는 사람을 위해 최소한 자기 위치에서 바로잡으려 공헌하는 것으로, 깨어있는 삶, 현장으로 가지 않는 깨달음은 결코 종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불교와 기독교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문화와 전통이 있지만, 그 안의 세계에서는 인간에 대한 사랑과 연민이 있고, 삶의 현장에서 만날 수밖에 없다"면서 "왜 종교가 존재하느냐는 지향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따라서 정현경 교수의 기독교적 전통과 공의 체험이 이중주와 같다면, 우 교수는 자웅동체와 같다고 덧붙였다.
 
우 교수는 평신도들에 대해 연대하고 각자의 입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문화와 가치를 만들자고 제언했다. 한 청중의 돈오돈수(頓悟頓修, 단박에 깨닫고 단박에 닦음), 돈오점수(頓悟漸修,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점진적 수행단계가 따름) 질문과 관련해서는 "돈오돈수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지만, 삶의 현장에서의 끊임없는 실천과 과정 없이 깨달음을 얘기하는 것은 쓰레기 깨달음"이라면서 "돈오돈수와 돈오점수가 큰 문제라면 돈오무수라고 생각하라"고 제언하기도 했다.
 

◇ 맞춤형 종교 시대 앞두고 삶속에서의 실천 역할해야

두 교수의 발표가 끝나자 진지하게 경청하던 청중들로부터 자유로운 발언이 이어졌다.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장은 "그리스도교는 사랑 믿음이 중요한 단어라고는 하나 핵심은 자유와 해방"이라면서 "모든 종교의 마지막 질문은 깨달음이냐 행동이냐가 아니라 고통 받는 사람들을 편드느냐 마느냐"라고 강조했다. 
 
설법연구원장 동출 스님은 "많은 불자들이나 스님들이 개신교나 부분에 피해의식도 많고 분노의식이 많은데 내부 모순을 개선하자면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여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김형남 변호사는 "종교단체가 계급화․고립화되고 소통하지 않으려는 모습들로 점점 변하는 상황에서 깨달음을 자기 종교에서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가 고민"이라고 말했다.
 
정현경 교수는 "여성신학자로서 여성을 존중하지 않는 종교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으나, 기존 제도종교 안에서 해방과 공동체를 만드려는 생각을 버렸다"면서 "제도 교회 안에서부터 고치기보다는 밖에 나와서 예수의 뜻대로 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또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제도 종교와 기존의 종교를 위해 애쓰기보다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서 그쪽 사람들이 삼투압처럼 오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우희종 교수는 "이 세상의 모든 종교가 지향하는 것은 우리의 삶, 살림으로 이를 떠난 종교는 있을 수 없다"면서 "이제는 이웃종교 간의 대화 수준을 넘어서 삶속 현장에서의 실천의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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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강남 리자이나대학교 명예교수는 총평을 통해 '한 사고방식에서 다른 사고방식으로 넘어갔다가 자기 자신으로 돌아온 이가 진짜 영웅'이라는 존 애스턴 노트르담 교수의 말을 인용, "정현경 우희종 교수는 우리 시대의 영웅"이라고 강조했다. 또 불자 기독교인이라 말한 미국 종교학회장을 비롯해 유교적 불자인 줄리안 칭 도쿄대 교수, 그리스도교도․힌두교인․유대인이라 밝힌 간디 등을 예로 들며 앞으로 한 종교에 몰두하지 않는 맞춤형 종교를 갖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자신의 종교 정체성에 대해서는 "불교와 기독교의 합작품으로 볼 수 있는 서양의 퀘이커에 가깝다"라고 덧붙였다.
 
박병기 교수는 "종교는 실천의 지점으로 넘어오면 고통 받는 자에 대한 연민에 대해 만날 수밖에 없고 만나야 한다"면서 "이런 점에서 특정 종교의 틀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우리의 대화가 종교 본래의 의미와 답을 제시하는 종교적 역할을 다하는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