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불교학술원, 극락암 조사서 발견한 지암↔경봉 편지 8통 분석
김광식 교수 “건립 과정 상세히 밝혀진 것, 당시 사판승 역할 파악 의미”

한국불교총본산으로 일컬어지는 각황사(현 조계사) 대웅전이 건립되는 지난한 과정이 담긴 이종욱 스님과 경봉 스님 간의 편지가 발굴됐다. 근대 한국불교사와 관련된 많은 기록유산을 보유해온 통도사 극락암에서 발굴된 이 편지를 통해 비로소 각황사 건립 과정이 상세하게 밝혀진 것이다.

통도사 극락암은 근대시기 경봉 선사가 주석하면서 참선수행 가풍을 정립한 유서깊은 도량이다. 경봉 선사는 극락암에서 90평생 동안 수행정진하면서 불교의 대중화를 위해 헌신했다. 극락암에는 경봉 선사의 친필일기를 비롯해 한암, 만공 등 근대 고승들과 주고받은 편지들이 수백 점(약 세 가마니 분량) 남아 있다.

이 자료의 일부는 경봉 선사의 제자 명정 스님에 의해 <삼소굴 소식> 등으로 출간되어 세간에 알려졌으나 상당수 자료들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런 차제에 동국대 불교학술원(원장 정승석)의 설득으로 지난 2015년 8월 12일 명정 스님이 발심을 해 극락암 자료에 대한 전수조사가 불교기록문화유산 아카이브 구축사업 일환으로 시작됐다.

현재 30% 정도 진척되고 있는 극락암 조사 과정에서 당시 종무총장(현 총무원장)이었던 지암 이종욱 스님과 경봉 선사 사이에 오간 11통의 편지 글 중 공개된 3편 이외에 8편을 새로 발견해 번역하는 과정에서 각황사 대웅전 건립 과정이 상세하게 밝혀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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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 극락암 조사 내용을 분석한 근대불교연구의 권위자 김광식 동국대 교수는 이번 편지글 조사 과정에서 "조선불교선교양종총본산추진위원회 위원장인 지암 이종욱 스님이 사업 추진 및 재원조달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며, 오늘날의 시가로 약 100억 원에 달하는 대작불사를 추진하던 당시의 어려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며 ”이번에 새롭게 공개하는 이종욱 스님이 경봉스님에게 보내는 8점의 편지는 총본산 건설 추진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납부한 분담금에 대한 감사를 표하는 것이 주요내용으로 조계종 창종, 총본산 각황사 건설은 우연히, 간단하게 나온 것이 아님을, 선대 큰스님들의 헌신, 고충 등을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광식 교수는 이어 “이 편지를 통해 사판계를 대표하는 이종욱 스님은 불교와 종단을 위한 사판승이었지 일신의 안위, 명리를 위한 활동을 하지 않았으며, 수행을 게을리 하지 않았고 교학에 대한 연찬에도 손을 놓지 않은 스님이었다는 재인식을 하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각황사가 준공과 봉불식을 한 때는 1938년 10월 25일로, 내년(2017년)이 각황사 준공 80주년이 되는 해가 된다. 이에 따라 조계사는 최근 조계사 성역화 불사와 연관해 8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준비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