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보기

최초의 불교는 어떠했을까
나카무라 하지메 지음, 원영 옮김, 문예출판사
304쪽, 1만6000원

‘원시불교(原始佛敎)’라는 단어를 놓고 한때 “원시인들이 믿는 불교를 말하는 것이냐”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원시’라는 말이 뭔가 어색했다는 반증일 게다. 최초의 불교를 지칭하는 말로 일본학자들이 주로 사용했던 용어였다. 우리나라에서는 70년대를 지나 80년대 들어  ‘근본불교’로, 2000년대에 들어서는 ‘초기 불교’로 불려 지기 시작했다.

이 책의 원서 제목은 『원시불교-그 사상과 생활』. 세계적인 불교 연구의 권위자인 나카무라 하지메(中村 元, 1912~1999) 도쿄대 교수가 NHK에서 초기 불교에 대해 총 12강으로 방송한 원고를 손질해 엮은 것이다. 저자의 대표적 저술이자 초기 불교에 관한 고전 가운데 하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81년과 1998년 경서원출판사에서 두 번이나 번역 출간됐다. 그 때의 제목은 『불교의 본질: 근본불교 사상과 생활윤리』(옮긴이 양정규)였다. 이번엔 BBS 불교 방송 〈좋은 아침 원영입니다〉의 진행자이자 조계종 교육아사리 원영 스님이 원문의 느낌을 살리되, 불교의 깊이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 새로이 번역했다.

저자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최초로 기록한 빨리어 경전에 나타난 초창기 불교 사상을 설명한다. 신화적 존재가 아닌 역사적·사회적 관점에서 바라본 부처님 본래의 모습을 전하고 있다. 또한 부처님의 인간적인 모습과 형이상학적 질문에 솔직하게 답하는 인도 불교의 모습에서 자기 수행을 근간으로 하는 불교의 핵심을 잘 보여준다. 불교가 성립될 당시의 시대 배경을 비롯해 부처님 생애와 가르침, 최초기 불교 교단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크게보기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생활윤리, 남녀 사이의 윤리, 가정의 윤리, 사회생활의 윤리를 개별 장으로 담는 등 윤리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불교는 믿음을 강조하기 이전에 지계(持戒)를 통해 이미 윤리적인 생활을 하라고 가르쳤으며, 최초기 불교에서부터 부파불교를 거쳐 대승불교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환경에 맞는 윤리를 전달해왔다.

옮긴이 원영 스님(사진)은 “세계가 위험할 정도로 양극화되고, 부와 권력의 위태로운 불균형 상태가 심각한 지금, 세계 지성들은 이런 혼탁한 세상을 바로 잡을 등불로 불교의 윤리성과 자비로운 목소리를 꼽고 있다.”고 진단했다. 스님은 이어 “그런 의미에서 초기 불교가 전하는 윤리적 가르침을 배우는 일이야말로 우리에게 큰 힘이 되고, 우리 삶의 중심에 윤리와 자비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 책이 더 많은 이에게 읽혀서 불교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따뜻한 자비의 꽃이 가슴 가득 피어나길 기원한다.”고 전했다.

 나카무라 하지메는?

 

저명한 인도 철학자로서 인도 철학과 불교사상은 물론, 서양철학에도 폭넓은 지식을 지닌 20세기를 대표하는 불교사상가 중 한 사람이다. 불교학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그의 책을 접해보았을 것이고, 그의 눈을 통해 불교의 기초 지식을 튼튼히 했을 것이다.

 

1912년 시마네 현에서 태어났다. 1936년 도쿄대학교 문학부 인도철학범문학과를 졸업했다. 같은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교수로 재직했으며, 하버드대학교와 스탠퍼드대학교의 객원교수를 역임했다. 학계에서 은퇴한 뒤인 1970년 재단법인 동방연구회를 설립하고 원장을 맡아 오랫동안 후학을 양성했으며, 학사원 은사상과 문화훈장을 받았다. 비교사상학을 정립했고 한국관계학을 처음으로 개강하고 여러 대학에서 관련 학과를 개설하게 하는 등 한일불교학 교류에 큰 역할을 했다. 『초기 웨단따 철학』, 『인도 사상사』, 『인도 고대사』, 『고따마붓다』, 『불교 대사전』, 『불타의 세계』 등 많은 저서와 논문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