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두 엽편(葉片)소설 ‘철수와 영희’, 그 아홉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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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철수 오빠의 별명을 직하(稷下)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는데 이렇게 말하면 중국 역사와 철학의 흐름에 해박한 이들은 “전국시대를 마감하는 120여 년 동안에 제(齊)나라에서 일어났던 제자백가(諸子百家)의 기풍 있는 학문 흐름인 직하학(稷下學)을 꽃 피웠던 직하(稷下)를 말하느냐? 하긴 철수씨가 유식하기는 하지, 동서고금東西古今 시공時空을 넘나들며 몇 시간을 논할 수 있는 정도지. …….”라고 할 것이다.

실제로 철수 오빠는 재단 소유 빌딩 한 층을 직하학사稷下學舍처럼 만들어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이 모여 문학 ‧ 역사와 철학을 논하고 인류가 겪고 있는 생태 환경의 위기를 걱정하는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물론 이 경우에도 공사불이公私不二의 원칙에 충실하게 오빠 개인 돈을 쓰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지만, 어쨌든 우리 오빠처럼 오늘의 위기와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며 거대 담론을 논하는 이들이 많지 않으니 이런 점에서도 철수 오빠의 그릇은 이 시대를 초월한 큰 그릇[大器]임이 분명하다.

그렇더라도 사람들이 이 별명을 그런 높은 뜻에서 짓지 않았다는 것은 내가 잘 안다. 우리 철수 오빠가 보통 사람들과는 달라도 너무 많이 달라서 ‘그 피 속에  지카 바이러스(Zika Virus)가 들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이런 별명을 붙여준 것일 뿐이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나한테 “자네 오빠 철수가 정말 못 됐지. 그래서 그놈을 자근자근 씹어주고 싶은 적도 여러 번 있고, 실제로 그런 계획을 세워본 적도 있다네. 그러다가 포기하고 말았지. 왜 그랬는지 궁금하지 않나? 아무래도 그놈 피 속에 다른 사람들이나 동물들과는 다른, 말하자면 치명적인 지카(Zika) 바이러스 같은 게 들어있어서 자칫 그에게 손을 댔다가 그 바이러스가 나뿐만 아니라 온 세상에 퍼질까 두려워지더라고.

마치 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오는 방사성 폐기물을 130 미터 깊이의 바위굴을 파고 두께도 1미터 이상 되는 콘크리트 통을 만들어 넣고 그 위에 다시 또 콘크리트를 타설해서 보관해야 그래도 마음을 조금 놓을 수 있듯이, 자네 오빠는 그렇게 처리하기 전에는 겁이 난다고. 내가 왜 자네 오빠와 가깝게 지내기 시작해서 이런 해결하기 어려운 고민을 끌어안고 가야 하는지 참으로 답답하네.

자네도 오빠와 이야기하거나 할 때에 가능한 3 미터 정도는 떨어져서 있게. 오빠가 말할 때 튀어나온 침 속에 지카 바이러스가 들어있어 자네의 목숨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거든. ……”

우리 철수 오빠는 이런 분이다.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자아내게 할 줄 아는, 그렇다고 존경심을 우러나오게 해서 그들이 오빠 앞에 오는 것을 어려워하게 하는 것은 아니고 속된 말로 ‘똥이 더러워서 피하듯’ 그냥 피하고 싶어 하게 만든다. 하긴 가끔 우리 오빠를 이용해먹고 싶어 하는 분자들은 이 모든 것을 모른 척 하고 오빠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고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공손하게 하지만, 속으로는 “개 00”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철수 오빠도 이런 사실을 잘 안다. 오빠도 속으로 “야, 이놈아, 지금 네가 나를 속여? 나는 네 속을 훤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

하긴 나도 모르겠다. 어느 쪽이 더 고수인지. 누가 속고 누가 속임을 당하고 있는지?

 * <미디어붓다>는 <이병두 엽편(葉片)소설 '철수와 영희'>를 6월 9일부터 연재하고 있습니다. 종교평화연구원장으로 활동하는 필자(사진)는 오랜 기간 불교계를 비롯한 종교계와 함께 생활하면서 현장의 상황에 남다르게 주목하고 발언해왔습니다. 그동안 보고 듣고 느꼈던 경험들을 이번엔 엽편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독자와 소통하고자 합니다.

 

아시다시피 엽편소설이란 인생에 대한 유머, 기지, 풍자가 들어 있는 가벼운 내용의 아주 짧은 이야기를 지칭합니다. 필자가 펼치는 새로운 글쓰기 마당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기대합니다.

 

아울러 <이병두 엽편(葉片)소설 ‘철수와 영희’>를 좀 더 재미있고 풍성하게 쓸 수 있도록 재료를 제공해주실 분은 필자의 E-메일 <beneditto@hanmail.net>로 연락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