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두
beneditto@hanmail.net 2016-06-11 (토) 20:04이병두 엽편(葉片)소설 ‘철수와 영희’, 그 세 번째 이야기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철수 오빠는 멋쟁이이다. 키가 훤칠한데다가 외국어 몇 개를 능숙하게 구사할 정도로 국제 감각이 뛰어날 뿐 아니라 동서고금東西古今의 책을 읽는 독서량과 그 범위도 크고 넓으며 깊다. 오빠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중국 고대의 공자孔子 ‧ 맹자孟子 ‧ 순자苟子 ‧ 한비자韓非子에서부터 시작해 니까야(Nikaya)와 같은 초기불교 경전을 거쳐 라캉(Jacques Lacan)과 데리다(Jacques Derrida) 등 서양 근대 사상가들에 이르기까지 종횡무진縱橫無盡으로 섭렵해온 독서에 감탄할 수밖에 없게 된다.
외모도 멋지고 거기에 이런 내적인 자산까지 두루 갖추셨으니, 누가 우리 철수 오빠를 ‘이 시대 최고의 신사’라고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런 오빠에게 손가락질을 하고 비판하는 이가 있다면 그 사람이 잘못된 것이지 결코 우리 오빠에게 잘못이 있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철수 오빠께서는 이런 지성인의 품격에 어울리게, 당신이 맡고 있는 재단의 어느 건물 한 층에 아주 멋진 인문학 연구 공간을 꾸며놓았다. 이곳에서는 인문학을 넘어 다양한 학문 분야의 통섭統攝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연구자들을 초청해 특강을 개최하곤 한다. 한창 인기 높은 일본의 평론가 ‧ 사상가인 가라타니 고진(柄谷行人)을 직접 초청해 강좌를 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고급스러운 공간에 비천卑賤한 사람들이 마구 드나들어 품격을 떨어뜨리게 되면 안 되겠다는 오빠의 철학으로 이런 수준 높은 강좌가 있다는 사실을 언론을 통해 홍보하는 ‘싸구려’ 짓거리를 하지 않는 것이 우리 철수 오빠의 장점이기도 하다.
오로지 오빠와 그 가까운 몇 지인만 모여서 강의를 듣고 함께 토론하며 지식을 나누고 앞으로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방도에 대해서까지 고민하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이 공간을 일컬어 ‘금의 사롱(Le Salon de Monsieur Geum)’이라고 비꼬기도 하지만, 그거야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부자들을 비꼬는 것과 마찬가지로 ‘배가 아파하는 천한 것들의 못된 짓거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믿는다. 공금을 써서라도 자신의 지식을 깊고 넓게 하며 인류 사회의 미래를 고민하는 우리 철수 오빠 같은 분들이 우리 사회 상층에 많이 나와야 한다. 잘 보시라. 재벌 3-4세 젊은이들은 운전기사에게 폭행이나 하지, 이런 품격 높은 강좌를 만들고 진지한 토론을 하는가? 우리 철수 오빠가 만들어가는 새로운 고급문화가 우리 사회에 하루라도 빨리 넓게 퍼져나가면 사회 전체가 크게 달라질 것이고 우리가 선진국가가 되는 것도 그리 멀지 않을 것이다. <계속>
* <미디어붓다>는 <이병두 엽편(葉片)소설 '철수와 영희'>를 6월 9일부터 연재하고 있습니다. 종교평화연구원장으로 활동하는 필자(사진)는 오랜 기간 불교계를 비롯한 종교계와 함께 생활하면서 현장의 상황에 남다르게 주목하고 발언해왔습니다. 그동안 보고 듣고 느꼈던 경험들을 이번엔 엽편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독자와 소통하고자 합니다.
아시다시피 엽편소설이란 인생에 대한 유머, 기지, 풍자가 들어 있는 가벼운 내용의 아주 짧은 이야기를 지칭합니다. 필자가 펼치는 새로운 글쓰기 마당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기대합니다.
아울러 <이병두 엽편(葉片)소설 ‘철수와 영희’>를 좀 더 재미있고 풍성하게 쓸 수 있도록 재료를 제공해주실 분은 필자의 E-메일 <beneditto@hanmail.net>로 연락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