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길
ecogil21@naver.com 2016-06-03 (금) 11:05사대강을 다시 생명이 흐르는 자연의 강으로!!! - <4대강 생명살림 100일 수행길> ⑥ 낙동강2
함안보와 합천보, 결국 퍼지기 시작한 녹조
39일째 되는 5월 11일, 밀양에서 창원으로 가는 75만 볼트의 송전탑이 강을 가로 질러 허공에 높이 솟아있습니다. 밀양의 송전탑 설치를 반대하는 오랜 싸움으로 주민들의 마음은 사대강의 썩은 강심처럼 곪아 있습니다. 국민의 민의를 저버리는 정부는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를 다시금 되묻게 됩니다. 학포수변 생태공원을 지나면서 오랜만에 후투티 한 쌍을 가까이서 보았습니다. 인디언추장이라는 별명처럼 기품이 있으면서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사람이 없으니 새가 깃듭니다. 사람과 새가 공존하는 방법, 새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 사람들의 마음을 생각합니다. 창녕은 가락국의 이름에 걸맞게 전후, 좌우 아름다운 산에 둘러싸인 강과 산이 잘 조화를 이룬 고장이며 고대 무덤이 즐비한 역사적 고장입니다.
5월 13일 우리는 낙동강의 첫 번째 보인 함안보(창녕함안보)를 만났습니다. 함안보는 본래 13.5m로 설계되었지만, 함안군, 의령군, 창녕군의 거의 절반이상의 농지가 침수한다는 문제제기로 그나마 10.7m로 낮추었습니다. 그럼에도 일부 농경지는 보로 인해 지하수위가 상승하여 농민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또한 함안보의 밑이 파이는 세굴현상으로 2011년 깊이 26m의 거대한 웅덩이가 생겨 토목섬유자루에 콘크리트를 충진하는 공법으로 보수했지만 이 세굴현상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낙동강은 정말 모래가 많은 강입니다. 합천보(합천창녕보)를 바라보면서 우리는 오랜만에 만나는 모래톱을 보고 누가 뭐랄 것 없이 뛰어갔습니다. 모두 모래사장에 눕고 뛰고 걸어봅니다. 이내 강물에 발을 담가봅니다. 그러나 역시 바라보는 게 좋았습니다. 들어가자마자 수심이 깊어지는 느낌으로 위협적이기 때문입니다. 합천보는 우포늪이 가까이 있어 따오기모양을 본떠 만들어졌습니다. 합천보도 역시 완공이후에 세굴현상이 심해서 여러 차례 보강공사를 해야 했습니다.
우리가 합천보를 지나 지류인 회천과 만나는 곳에 있는 무심사에서 1박을 했습니다. 무심사의 높은 곳에 위치한 숙소에서 바라보는 낙동강은 정말 넋을 잃을 절경입니다. 그러나 바로 무심사 근처를 지나면서 넓게 퍼져있는 녹조를 발견했습니다. 드디어 낙동강의 녹조재앙이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낙동강선원
42일째 우리는 낙동강 본포교 바로 옆에 있는 낙동강선원에서 이틀을 머물렀습니다. 4대강의 개발을 막기 위해 불교환경연대는 조계사에 한강선원, 여주 신륵사에 여강선원, 공주의 공산성 영내 영은사에 금강선원을 두었고 이곳 낙동강에는 2010년 7월 20일 자홍 스님이 중심이 되어 낙동강선원을 만들었습니다. 이곳 선원은 작은 방 2개와 법당으로 사용되는 아주 작은 마루가 있습니다. 아마도 건물전체가 6평 남짓,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지붕으로 그야말로 토굴이라는 용어가 딱 들어맞는 곳입니다. 그러나 그 위쪽에 텐트 친 곳은 낙동강이 시원히 내려다보이는 곳입니다. 자홍 스님은 이집을 손수 진흙을 바르고 수리하면서 지켜오셨습니다. 소신공양하신 문수 스님을 위해 직접 산골재를 해주신 분이기도 합니다.
남지개비리길에서 만난 유기강아지
‘세상과 함께’ 회원들과 우리는 남지의 개비리길을 걸었습니다. 강과 붙어 있는 낭떠러지에 있는 좁은 길로 정말 말로 다할 수 없는 절경입니다. 개비리길근처의 대나무숲도 일품입니다. 이 길은 어미개가 조리쟁이 새끼강아지를 젖먹이기 위해 매일같이 마을을 넘고 벼랑을 넘어온 일화로 유명한 곳입니다. 그런데 우리 또한 이 벼랑길 끝 화장실 옆에서 한 마리 작은 유기강아지를 만났습니다. 털을 빠져있고 배는 열이 많고 불룩합니다. 그래도 공사하는 일꾼 중에 누군가 개 사료를 사다가 옆에 놓았습니다. 모두 잠깐 동안 곤혹스러웠습니다. 순례길이라 강아지를 돌볼 대책이 없지만 강아지의 생명이 어찌될지 모르는 상황을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순례단의 유연 스님은 “아무리 정해진 바쁜 일정이 있다고 해도 한 생명의 삶과 죽음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냐”며 “우리의 순례가 결국 이런 작은 생명을 살리자는 것 아니냐”고 말씀하십니다. 우리 모두 대책을 논의하고 여러 곳을 연락하며 살릴 길을 찾습니다. 결국 동물보호단체인 카라(Kara)에 연락을 해서 강아지를 데려가 치료를 부탁했고, 이후 입양은 우리가 돕기로 하고 오늘은 낙동강선원으로 데려왔습니다. 데려오면서 불안해보이던 강아지의 똘망똘망한 눈빛은 훨씬 안정되어 보였습니다. 다음날 동물보호단체인 카라에서 오전에 서울에서 이곳까지 와서 강아지를 데려갔습니다. 정말 고마운 단체입니다.
바쁜 삶과 일정 속에서도 한 생명이 어려움을 당할 때 우리는 어떻게 처신해야하는가를 배우고 경험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습니다.
길에서 만난 선지식들
우리는 낙동강길에서 선재동자의 구도행처럼 수많은 스승과 선지식을 만났습니다. 40년간 낙동강을 지켜 오신 김상화 낙동강공동체 대표님의 감동적인 삶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구인경 대표님을 비롯한 윤택헌, 김자운, 윤연 등 생명그물회원들과 하천살리기 박종열 기획팀장님, 우리에게 4대강 이후 어부들의 어려운 상황을 소상히 말씀해주신 한국어촌사랑협회의 한희석 선생과 12분의 회원님들, 그리고 녹색연합 운영위원이자, 해운대기차마을에서 활동하시는 김정숙님과 해남에서 이곳까지 먼 길을 격려차방문해주신 대흥사의 회주 보선 스님 등 모두 생명과 가치를 위해 살아가시는 분들입니다. 또한 마산창원진해 환경운동연합의 전 의장이신 배종혁 님과 정책실장 임희자 님, 사무국장 정은아 님과 하루 종일 함께 걷게 되어 아주 즐거웠습니다. 특히 박종권 전 의장님의 사철가와 흥보가는 우리의 도보길을 흥겹게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3일간 함께 순례에도 참여해 부지런히 청소하고 일을 도와주신 윤남진 신대승불교운동본부 연구소소장님, 순례에 동참하면서 보시금까지 주신 일산의 소아과병원 김순남 원장님도 참으로 감사했습니다. 이번 낙동강구간에서도 ‘세상과 함께’ 회원들은 일주일에 2번 이상을 10여 분들이 돌아가면서 찾아와 점심식사준비도 해주시고, 함께 걷기도 하고 후원도 해주셨습니다. 모두 고맙고 감사한 분들입니다.
낮에는 강순례, 밤에는 사찰순례
우리는 강을 순례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밤에는 사찰을 순례하기도 합니다. 부산의 첫날을 아름다운 현대식 건물에서 우리를 편안히 머물게 해주신 홍법사 주지 심산 스님과 점심식사준비를 해주신 김해 보현사 주지 대선 스님의 정성에 모두 감동했습니다. 그리고 부산지역에서 요람에서 무덤까지 불자들과 더불어 많은 기관과 봉사단을 만드신 내원정사 주지 정련스님의 대사회적 실천에 크게 감동을 했고, 특히 반려동물에 대한 불교식장례의 필요성을 역설하신 총무스님의 말씀에도 깊이 공감했습니다. 그리고 과거 부산에서 열정적으로 사회적 실천을 하셨던 본원 스님의 수행처인 사띠아라마의 근본불교의 의례도 인상 깊었고 인도에 병원과 대학건립을 위해, 그리고 불교의 다양한 수행과 실천에 열정을 다하시는 스님의 활동은 우리에게 큰 귀감이 되었습니다. 또한 유등마을고개에서 있는 작은 절 서원사의 주지 봉은 스님은 지나가는 우리에게 커피대접과 더불어 즉석에서 용채를 주셨고 4대강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습니다.
성주사는 창원의 대표적인 사찰인데, 이곳의 주지인 원종 스님의 호방한 웃음소리는 수행길의 피로를 잊게 해주셨습니다. 원종 스님은 오랫동안 사회적 실천수행에 참여해오셨고, 몽고지역의 나무심기를 꾸준히 해 오신 예사롭지 않은 스님이십니다. 석남사 주지 도수 스님과 선원장 법희큰스님의 따뜻한 점심대접도 잊을 수 없었습니다. 오랫동안 신불산 케이블카건설을 반대해오던 통도사 총무 도문 스님과 사회국장 스님의 관심과 도움에도 큰 힘을 얻었습니다. 우리에게 편안한 잠자리와 식사를 제공해주신 표충사의 정산 스님과 높은 산에 있는 조용하고 정갈한 절 청련사의 주지로, 지역사회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며 다양하게 참여하시는 무영 스님에게도 많은 배움을 얻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합천보를 지나 찾은, 아름다운 무심사의 맑은 눈의 주지 무심 스님도 잊을 수 없습니다. 스님은 신도들과 더불어 끊임없이 기도를 하시면서도 자전거 라이딩하는 분들에게 24시간 무료로 식사와 숙박을 제공하십니다. 그리고 합천 연호사에서는 아침과 저녁 신도님들이 돌아가면서 이틀을 공양 준비해주셨는데, 알고 보니 이분들이 한살림과 농민단체 등에서 활동하는 분들이더군요. 허긴 주지이시자, 조계종 교육원의 교육부장 진각 스님이 계시는 곳이라 신도들도 남다른 의식을 갖는 분들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제 5월 22일은 우리의 100일 수행길중 에 50일이 넘어갑니다. 시작이 반이었는데 정말 반이 넘게 되었습니다. 이제 다시금 옷깃을 여밉니다. 우리는 왜 이 길을 걷고 있는지를 그 첫 마음을 다시 돌아봅니다.
집필 = 유정길(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 지혜공유협동조합 이사장)
4대강 생명살림 100일 수행길에 여러분의 동참을 기다립니다.
4대강 수행길은 생명과 자연을 몸으로 느끼며 하나임을 자각하고, 인간의 무지와 탐욕을 성찰하며
묵언, 기도, 명상등의 수행을 하고 지역의 주민과 단체분들을 만나는 대화하며 재자연화를 염원하는 순례입니다. 함께 순례에 동참하실 분, 그리고 후원하실 분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 순례동참 : 하루, 1박2일, 또는 구간별로 참여가능하며 식사와 숙박은 본인이 준비하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전화 :02-720-1654 . 010-3269-2516)
● 후원동참 : 국민은행 023501-04-152336 불교환경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