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서 육식(肉食)이 계율로 금지한 것은 대승불교가 성립된 이후라고 합니다. 초기불교에는 수행자가 재가에서 조리한 음식을 탁발했기 때문에 공양을 올리는 대로 먹을 수밖에 없어서 육식을 금지할 수가 없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부처님조차도 육식을 마다하지 않으신 것으로 경전은 기록하고 있고, 이러한 전통은 아직까지도 탁발로 살아가는 남방불교에서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비록 탁발하는 음식이라 해도 자기를 위해 죽이는 것을 직접 보았다거나, 타인에게서 그런 사실을 듣지 않았고, 자신을 위해 도살했다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없는 고기만을 먹도록 허용하셨다고 합니다. 이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고기를 삼종정육(三種淨肉)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만일 요즈음처럼 탁발이 아니고 음식재료를 직접 구입해서 조리한다면 과연 부처님이 육식을 허용했을까요? 또, 돈을 주고 음식을 사먹는다면 육식메뉴를 선택하셨을까요? 중생에 대한 이타행과 보살행을 강조하는 부처님이 구제대상인 중생의 살점으로 조리된 음식을 먹거나 먹게 할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대승불교에서 불식육(不食肉)을 계율로 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부처님이 ‘이 세상에 먹을 것이 많은데 어째서 남의 목숨을 죽여 그것을 먹고 살아가려 하느냐’고 사냥꾼에게 타이르신 것을 보아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육식 논의는 뒤로하고, 과거에는 살기 위해 고기를 먹었지만 이제는 고기를 멀리해야 건강한 시대입니다. 지나친 채식주의가 건강을 해친다는 견해도 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일부러 육식하지 않아도 필요한 영양소를 얼마든지 섭취할 수 있는 시대라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지요. 그리고 육식을 줄이는 만큼 인간의 수명을 연장된다는 주장까지 있습니다.  
지난 20년 사이에 우리 국민의 연간 육류소비량이 두 배로 늘어나 서구 수준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전통적으로 채식을 해서 장(腸)의 길이가 서양인에 비해 무려 1m이상이나 긴 한국인이 갑자기 고기섭취가 늘어나니 몸의 질병도 많아지고 성질이 거칠어진다고 합니다. 또 불과 몇 십 년 전까지만 해도 광우병·구제역·조류독감 등,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전염병들이 빈번하게 창궐하는 이유가 바로 엄청난 육류소비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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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이 아닙니다. 해마다 도축되는 소가 국내에서만 70만 마리에 이르고, 돼지는 1천4백만 마리, 닭은 7억 마리라고 합니다. 수입축산물까지 합치면 소만해도 1백만 마리가 훨씬 넘어 보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한 해 도축되는 가축이 5백억 마리가 될 것이라고 하네요. 여기에다가 동물실험이나 스포츠 등을 위해 희생하는 경우까지 고려하면 인간을 위해 희생되는 동물의 수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리고 질이 좋은 고기를 생산한다고 사용한 동물성 사료와 각 종 호르몬제제가 구제역과 광우병과 같은 새로운 질병을 유발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예전에는 보지 못하던 조류독감이나 사스 등과 같은 가축질병이 출현하여 인간의 생명까지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시도 때도 없이 창궐해도 뾰족한 방제방법이 없어 감염원을 제거한다고 수백만 마리의 가축을 생매장하는 상황이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보고에 따르면, 인간의 식탁에 오르기 위하여 사육되는 가축이 배설하는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가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가스의 18%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자동차와 비행기 등의 운송수단에서 배출되는 양이 13%인 것을 감안하면 가히 우려할만한 수준이지요. 그래서 영국에서는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고기를 먹지 않는 것으로 지구를 살려보자는 운동이 최근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축산이 식량생산 면에서는 매우 비효율적인 산업임은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소가 먹어치우는 곡물로 10억 명의 사람이 굶주림을 면할 수 있지만, 그 소가 생산한 고기로는 어림없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우리는 한 사람이 1년에 10마리의 동물을 먹거리로 희생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생물학적으로 인간과 동물의 차이가 아주 미미함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지배적인 존재임을 내세워 자신의 먹거리를 위해 그들의 희생을 요구하고, 때로는 낚시나 수렵처럼 한낱 취미로 그들의 목숨을 빼앗고 있습니다.
 
모든 생명은 살기를 갈망합니다. 그리고 그 생명은 하늘에나 땅에서도 홀로 존귀합니다. 그래서 부처님도 ‘산목숨을 죽이지 말라’는 불살생계(不殺生戒)를 오계의 처음으로 설하신 것이 아닙니까? 우리가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들의 희생을 필요로 한다면 정말 미안한 마음으로 그들에게 감사해야 합니다. 인간이라고 다른 생명을 힘들게 하고 목숨을 앗을 어떤 권리도 없습니다. ‘중생이 아프면 보살도 아프다’는 동체대비(同體大悲)를 말하고, 연기(緣起)를 배우는 불자라면 낚시나 사냥을 취미로 해서는 절대로 안 되는 일입니다. 
 
요즈음은 불교계의 행사에도 고기음식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불자가 육식을 하니 못하니 하는 논쟁은 이미 고루한 의제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나 육식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지구를 살리고, 굶주린 사람을 구호하고, 스스로의 건강까지 챙길 수 있고, 산목숨을 해치는 살생의 악업을 짓지 않으니, 이 얼마나 거룩한 일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