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기자
zeenokim@naver.com 2015-03-28 (토) 21:07지금 서울 강남 봉은사는 이른 봄꽃 소식으로 가득하다. 삼성동 도심의 천년고찰 봉은사. 각 종 매화꽃과 진달래, 목련, 산수유, 개나리를 비롯해서 화단에는 돌단풍과 수선화가 피어 봄꽃으로 화사함이 가득한 봉은사이다. 고색창연한 사찰의 풍경과 어우러진 봉은사의 봄꽃 풍경은 그 아름다움이 배가 되어서 그런지 지금 수많은 시민들의 발길을 불러 모으고 있다.
거대한 대문에 사천왕상이 그려진 진여문으로 들어서기 전 좌측 화단으로는 진달래가 벌써 흐드러지기 시작한다. 그 다음 진여문 안으로 들어서면 부도탑군이 있는 얕은 언덕 위로 노란색이 가득하다. 산수유 꽃이 노랗게 언덕을 물들여 놓은 것이다.
이런 풍광과 함께 걸어 오르는 길에는 작은 실개울의 물소리가 생동감 넘치는 봄의 즐거움을 가득 안겨 준다. 법왕루를 지나면 대웅전. 대웅전 우측에는 영산전으로 오르는 돌계단이 길게 놓여 있는데 이 돌계단을 걸어 오르는 걸음은 대단한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 준다. 이제 막 꽃봉오리를 터트리기 시작하는 목련꽃의 풍경부터 노랗게 번진 산수유가 어우러진 영산전의 풍경이 일품이기 때문이다.
돌계단을 마저 오르고 나면 발아래서는 하얀 돌단풍이 소담스러운 모습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영산전 뒤편으로는 키 낮은 홍매화가 진분홍 꽃을 한껏 매달고 있는데 매화나무 키가 좀 작아 살짝 아쉽지만 주변의 산수유와 어우러진 풍경에 반해 출사객들의 발길이 많이 머무는 곳이기도 하다.
영산각에서 영각으로 이어지는 길섶에는 노란 수선화가 무리지어 피어 있다. 나무는 나무대로 화초는 화초대로 나름의 꽃을 피워 놓고 길손의 발목을 부여잡는다. 영각 좌측에는 제법 큰 겹홍매화나무가 분홍 꽃을 활짝 피워놓고 있는데 벌써 끝물로 접어드는 모습이 살짝 아쉬울지는 모르지만 지장전 앞 커다란 홍매화나무가 꽃망울을 한가득 매달고 있으니 앞으로 한동안 더 매화의 꽃과 향기를 만끽 할 수 있는 봉은사다. 겹홍매화는 홍매화와 달리 꽃잎이 두 겹으로 포개어져 있어서 훨씬 화사하고 풍성한 모습이지만 단아한 맛은 좀 떨어진다.
1천 2백여 년 전 신라의 연회국사가 창건한 천년고찰 봉은사. 이 고색창연한 천년고찰에 봄꽃이 찾아드니 회색 도심을 밝혀주는 연등 같은 모습이다. 한참 꽃망울을 맺고 있는 개나리까지 흐드러지게 만개한다면 봉은사의 봄 풍경은 더욱 그림 같은 풍경이 될 것이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쉽게 찾을 수 있는 봉은사. 이렇게 아름다운 도심 사찰을 찾아 참배와 함께 봄 꽃맞이 나들이에도 제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