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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국사의 영정을 모신 송광사 국사전은 다른 산문에는 없는 건물이다. 그 건물과 나란히 조선 중기 풍암문손의 영정을 모신 풍암영각(楓岩影閣)이 있다. 보경 스님(조계종사회복지재단 상임이사·사진)은 어느 날 깊은 의문을 품게 됐다. ‘과연 이분들은 어떤 삶을 살았으며,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동국대 불교대학과 대학원에서 공부하면서 그 이야기들을 한번 풀어내 보겠다는 생각은 더욱 깊어졌다. 조계산문 800년 역사의 교과서를 만들어보겠다는 꿈을 품으면서 자연스럽게 학위논문의 주제가 되었다.

“조계산 송광사의 이념체라 할 수선사는 800여 년의 역사적 산물입니다. 종교사상사적 측면에서 특정 산문이 1천 여 년을 한 나라의 종교중심에 놓인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입니다. 연구의 시작은 ‘우보호시(牛步虎視)’하셨다는 보조국사의 가슴과 시선을 이해하는 것이었습니다.”

수선사는 보조국사 이후 오늘날까지 승보종찰로서의 수행가풍이 계승되고 있다. 기존의 연구는 시대별로 단락 지어 수선사 사상이나 보조사상 계승, 그리고 정혜결사에 대한 것이 주를 이뤘다. 수선사와 관련해서는 보조유풍(普照遺風) 계승이나 시대별 사상특질을 연구하는 단편적인 자료는 많이 축적돼왔다. 하지만 수선사 역사 전체를 조망하는 연구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보경 스님은 800년 수선사 전승을 범위로 해 그 속에 배태된 사상을 규명하는 것을 연구 목적으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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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수선사의 성립 배경을 밝히고, 수선사의 역사적 전개과정을 살폈다. 수선사와 관련된 선사상을 규명하고, 수선사의 결사이념에 대해 고찰했다. 이어 보조선의 계승을 통한 한국선의 정체성 확립, 선교일치의 회통불교, 현대적 승가상 정립, 한국선의 대중화와 세계화라는 미래 불교로서의 수선사적 가치의 확산 등을 모색했다.

그리고 결론을 도출했다. 첫째, 수선사는 수심불교다, 둘째, 수선사는 지석속인 결사를 이념으로 한다, 셋째, 수선사 사상은 근기유별을 시설한다, 넷째, 수선사는 선교일치의 지성불교를 지향한다는 것이었다.

논문의 몇 곳을 손질하고 부록으로 보조전서 11권의 해제를 추가했다. 그리하여 단행본 『수선사 연구』(불일출판사)로 거듭났다. 스님의 10번째 저서다.

스님은 고등학교 졸업식을 치른 이튿날 광주에서 막차를 타고 송광사에 들어갔다. 이렇게 출가사문의 길에 들어선지 벌써 30년이다. 산중생활을 하면서 일생 만권 독서의 꿈을 정했다. 현재 6부 능선에 도달했다고 했다.

“중단하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불교의 인문학적 해석을 평생의 일로 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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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산 송광사에서만 볼 수 있는 국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