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배희정 기자)

세월호 침몰사고 발생 직후 진도 현장에서 실종자 가족 지원과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운영된 ‘조계종긴급재난구호봉사단(본부장 법일 스님)’이 정부의 수색 작업이 종료됨에 따라 11월 29일 수륙재 후 팽목항 법당을 철수하는 등 228일 간의 실질적 구호활동을 마무리하고, 진상규명에 동참할 계획이다.

지난 4월 16일 전남 진도군 조도면 부근 해상에서 발생한 세월호 침몰사고 후 불교계는 220일이 넘는 최장기간 동안 사부대중이 자발적으로 나서 유가족의 아픔을 함께 하며 구호활동을 펼쳐왔다.

진도사암연합회와 조계종사회복지재단, 호남 6개 본사는 사고 발생 다음날인 17일 천막 3동을 설치하고조계종긴급재난봉구호봉사단으로서의 구호활동을 시작했다. 참사의 현장에서, 진도실내체육관과 팽목항에서도 유가족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함께했다. 이들은 잣, 호두, 녹두, 표고 죽을 나눠주고 진도실내체육관에 법당을 마련해 정기예불을 진행했다. 가족 상담실을 운영하고, 구호물품지급대를 설치해 지친 유족들의 몸과 마음을 살폈다.

사고발생 8일째인 24일. 팽목항에 천막으로 만든 법당 3동을 설치해 100일 동안 실종자 귀환 기원과 참사 망자들의 영면을 기원하기 위해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하루 13시간의 릴레이기도를 이어나갔다. 그 후에는 실종자 가족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하루 네 번의 기도를 함께 이어왔다.

5월 2일부터 비구니 스님들은 팽목항에 설치된 시신확인소에서 상주하면서 실신하고 자녀의 이름을 부르면서 오열하는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봉사단은 바지선 잠수사들에게 수시로 간식과 염주, 떡을 전하며 격려했다. 또 실종자가족들을 인근 사찰로 초대해 수시로 공양과 기도를 함께하고 물품을 지원하기도 하며 온정의 손길을 이어나갔다.

5월 6일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팽목항 법당에 봉축법요식을, 참사 49일째(6월 3일)엔 실종자 무사귀환 발원법회 및 약식 49재를 봉행했다.

7월까진 팽목항 법당 도감 스님과 전국에서 기도에 동참하러 오는 스님들이 릴레이 기도를 이어갔고, 8월부터 기도 동참 방문이 줄어들며 3명의 스님이 기거, 숙식하며 기도했다. 11월 12일 정부의 실종자 수색 종료 공식 발표 후에도 아름다운동행의 지원으로 실종자 가족 26명에게 900만원 상당의 겨울점퍼 26벌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 같은 최장기간의 봉사는 현장을 방문하지 못하지만 작은 힘이라도 보태려는 전국 스님들과 불자들의 후원이 끊이지 않았기에 지속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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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천 스님(남원 선원사)이 11월 29일 봉행된 수륙재에 앞서 짜장면 면발을 만들고 있다. 이날 스님은 짜장면 600인분, 떡 300인분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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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흥사(좌)와 미황사(우)의 재가불자들이 11월 29일 팽목항에서 봉행된 수륙재에서 참석자들에게 차를 대접하는 봉사를 하고 있다.

불교계의 팽목항 지킴이, "220여 일 봉사가 수행"

희생자 가족 "지원에 감사, 진상규명에 동참해달라"

조계종긴급재난구호봉사단본부장 법일 스님(향적사 주지)은 29일 팽목항에서 열린 수륙재에 앞서 “저희가 해야 할 일은 기도와 봉사밖에 없어 8개월 동안 전국 여러 스님들과 불자들이 성금으로 뒷바라지를 해왔다”면서 “수륙재를 통해 억울한 마음에서 벗어나 희생자분들이 왕생극락하고 가족들도 마음의 상처 치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선방의 결제를 뒤로 하고, 팽목항에서 봉사해 온 원웅 스님은 “사건 발생 직후 일주일만 봉사하고 가려 했는데 비구니 스님들이 많이 고생하시고 스님뿐만 아니라 재가자도 많이 동참해 비구 스님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오랫동안 이곳에 있게 됐다”면서 “실종자들을 다 찾지 못하고 회향 되는 게 안타깝고 수륙재 회향을 시작으로 못 찾은 실종자까지 찾을 수 있도록 진상 구명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아침 일찍부터 진도실내 체육관의 수많은 사람들을 챙기고 지킨 법전 스님은 “불교계가 역사의 현장에서 아픔을 나누고, 치유해주려고 했던 점 감사하다”면서 “불교가 사회의 음지와 약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법전 스님은 몸이 좋지 않다가 실내체육관에서 보살행을 하면서 건강을 회복했다.

비가 오면 천막 속 불상을 안고 뛰고 하루 13시간 목탁을 치며 대흥사, 화엄사, 송광사, 선운사, 금산사, 통도사 등지에서 온 수많은 스님들을 뒷바라지 하고 빈 시간엔 늘 법당에서 기도한 최장기 지킴인 선일 스님은 “제가 할 수 있는 기도밖에 없었다. 막상 와보니 언론보도와는 너무 다른 광경에 일주일만 왔다가 가려다가 손만 잡아줘도 감사해 하는 모습을 보고 이걸 수행 삼아 실종자가족들과 함께 해야겠다고 발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 스님들이 왔을 때 불편하지 않게 대접하는 일이 실종자가족과 실종자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가족이나 실종자가 마음의 안정을 빨리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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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9일 봉행된 수륙재에 앞서 선일 스님, 원웅 스님, 법일 스님, 법전 스님이 그동안 220여 일의 구호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같은 불교계의 도움의 손길에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은 감사함을 표하고 앞으로의 입장을 밝혔다. 정수 삼촌 최태현 씨는 “불교계를 포함해 국내외의 많은 분들이 십시일반으로 고구마, 김, 쌀 등을 지원물품을 보내줘서 잘 먹고 생활하고 있어 감사하다. 현재로서는 도움을 받을 게 없다”면서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세월호 인양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와 대안 마련에 실종자가족뿐만 아니라 진도군민들도 모두 뜻을 같이 하고 있다. 수륙재 행사를 계기로 불교계가 세월호 인양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사고초기부터 지금까지 팽목항에 있어왔다는 2학년9반 진윤희 삼촌 김성훈 씨는 “팽목항이 그동안 실종자와 가족들이 처음 만나는 슬픈 곳이었다”면서 “앞으로는 슬픔보단 희망을 국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 어떻게 변화되는지를 지켜보고 치유의 공간이 완성되는 날 또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권순범 엄마 최지영 씨는 “앞으로 인양이 될 때까지 팽목항에서 몸 담고 있을 생각이다. 앞으로 지켜봐주고, 앞으로 이곳이 외롭지 않게 많이 찾아와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사회복지재단 상임이사 보경 스님은 “세계 10위권 선진국가인 우리나라에 수많은 장비가 있는데 눈앞에서 배가 사라져 참 많이 아파했고 괴로웠다”면서 “양심 있는 시민, 시민사회들 연대해 수중에 있는 자녀분들을 구해낼 것”이라고 실종자 가족을 위로했다. 이어 “우리의 빈 육신이라도 추구해서 마음을 필 수 있게 내려놓게 하는 것은 가족뿐만 아니라 사회가 책임져야 할 일”이라면서 “가족들은 비탄의 마음보다는 자녀분들이 자신의 인연 따라 윤회하니 이들이 다시 세상에 태어나거든 억울함이 없도록 기도하고 하나하나 일을 수습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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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진윤희 삼촌 김성훈 씨, 보경 스님,  정수 삼촌 최태현 씨가 11월 29일 수륙재에 앞서 그동안의 활동 소감과 계획에 대해 말하고 있다.

조계종은 앞으로 진실 규명과 세월호 인양 움직임에 동참할 계획이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11월 29일 발표한 추모사를 통해 “수륙재는 끝이 아니라 진상규명이라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발걸음”이라고 밝혔다. 양한웅 조계종 노동위원회 집행위원장은 “불교계는 그동안 구호작업에 최선을 다해왔다”면서 “앞으로도 진실규명과 세월호 인양을 위해 불교계가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조계종긴급재난구호봉사단은 정부의 세월호 수색 작업 종료에 따라 희생자 영가의 극락왕생을 발원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수륙재(水陸齋)를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팽목항에서 봉행했다. 조계종이 주최하고 조계종긴급재난구호봉사단과 진도불교사암연합회, 백양사·화엄사·송광사·대흥사·금산사·선운사 등 호남 6개 본사가 주관한 이번 수륙재는 해남 미황사 주지인 금강 스님의 사회로 220일 동안의 활동보고 후 수륙재문이 발표되고 유가족과 스님, 내빈들의 헌다와 헌향, 헌화가 이어졌으며 다수륙재의식과 풍등띄우기(304개)로 마무리됐다. 앞서 열린 음악회에는 여는 소리(박필수), 지전춤(김태린), 판소리(이병채), 시(김경윤) 낭송, 영산회상 춤(전연순) 등의 공연이 이어지며 유가족 및 실종자가족을 위로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관련 기사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