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종 기자
urubella@naver.com 2014-11-27 (목) 11:03남측 천태종과 북측 조선불교도연맹이 민족 내부의 반목과 불신을 걷어내고 평화와 통일 이룩하기 위해 용맹 정진할 것을 다짐했다.
천태종(총무원장 춘광 스님)과 조선불교도연맹(위원장 강수린, 이하 조불련)은 11월 26일 오전 11시경 북측 개성 영통사 경선원에서 ‘영통사 낙성 9주년 기념 및 의천 대각국사 913주기 열반 다례재 남북합동법회’를 봉행했다.
양측 불교 대표들은 보광원을 참배한 뒤 대각국사 진영을 봉안한 경선원으로 이동했다. 남북합동법회에는 천태종 사회부장 설혜 스님(단장)을 비롯해 총무부장 월도 스님, 규정부장 용문 스님 등 남측 대표단 30명과 리규룡 조불련 부위원장과 차금철 서기장, 영통사 주지 혜명 스님과 정각 스님, 리현숙 전국신도회 부회장 등 북측 대표단 20여 명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법회는 남측 천태종 사회국장 성공 스님과 북측 조불련 중앙위원회 혜안 스님의 공동 사회로, △권공축원(구수 스님) △헌화ㆍ헌향 △삼귀의ㆍ반야심경 △북ㆍ남측 연설 △공동발원문 낭독 △사홍서원 순으로 진행됐다.
천태종 총무부장 월도 스님은 연설에서 “대각국사 의천 스님의 열반 913주기 다례재와 영통사 복원 9주년을 기념하는 뜻 깊은 만남은 민족의 단결과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이 행사를 위해 많은 관심과 노고를 아끼지 않으신 강수린 조선불교도연맹 위원장님 이하 여러분들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인사를 전했다.
이어 스님은 “오늘 우리의 만남이 보다 더 확장되기를 바란다. 보다 자주, 보다 많은 사람들이 영통사를 방문하고, 아울러 주변의 다른 사찰과 역사유적들을 순례하는 길도 열리기를 희망한다”며 “이 뜻 깊은 행사가 지극한 마음으로 회향되어 남북불자들의 행복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기원했다.
이에 앞서 리규룡 조불련 부위원장은 연설문에서 “북과 남의 불자들이 통일보살의 사명감을 자각하고 북남관계개선과 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위한 실천행에 적극 나선다면 이곳 영통사가 민족통일의 참다운 도량으로 다시 화하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며, 막혀있는 영통사 순례길도 하루빨리 열리고야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오늘 합동법회를 계기로 민족의 안전과 평화를 수호하며 북남관계개선을 위한 실천행에서 선도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천태종 규정부장 용문 스님과 조불련 차금철 서기장은 참석 대중을 대표해 공동발원문을 낭독했다. 남북 불교도들은 “남과 북의 불교도들은 불심을 모아 남복 공동선언이 밝혀준 길을 따라 민족내부의 반목과 불신, 긴장과 대결을 걷어내고, 전쟁의 위험을 제거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와 통일을 이룩하기 위해 용맹 정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불심으로 통일조국, 현세 지상 정토를 열려는 우리들의 서원이 원만성취 되도록 무량한 가호와 가피를 내려 주소서”라고 부처님 전에 기원했다.
법회 후 남ㆍ북 불교도들은 관음사와 박연폭포, 개성 시내(선죽교, 고려박물관)를 순례했다. 특히 2003년 10월과 11월 영통사 복원 1ㆍ2차 지원 이후 끊겼던 관음사 순례와 박연폭포 관람이 재개돼 개성 관광과 성지순례의 새 물꼬를 텄다. 당초 북측이 새로 닦은 도로를 이용하여 했으나, 도로가 개통되지 않아 기존의 도로를 이용했다. 도로가 개통되면 향후 영통사 성지순례가 재개될 경우 남북이 의견을 주고받았던 개성 사찰 3사 순례도 크게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영통사는 고려 문종의 넷째 아들인 대각국사 의천 스님이 송나라 유학을 마치고 귀국, 천태종을 개창한 후 35년 간 주석하면서 수도에 전념하다 열반에 든 유서 깊은 천태도량이다. 17세기를 전후로 폐사된 것으로 추정된다. 천태종과 북측은 손을 잡고 2002년부터 영통사 복원불사를 진행, 2005년 10월 31일 낙성했다. 영통사에는 중문ㆍ서문ㆍ종루ㆍ경루ㆍ보광원ㆍ중각원ㆍ승복원ㆍ비각ㆍ동문ㆍ보조원ㆍ영녕원ㆍ승방 등의 전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