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교학 가운데 가장 중요한 개념인 열반. 그러나 오랫동안 불교공부를 하고 신행활동을 해온 불자들에게도 분명하게 인식되지 않는 영원한 숙제. 이 열반을 본격적으로 학술적 탐구를 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불교학연구회(회장 박경준)는 오는 5월 12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 종일 동국대 덕암세미나실에서 불교학 각 분야의 전문학자들이 참여해 벌이는 ‘열반에 대한 대해부’를 시도한다. 학술대회의 주제는 ‘열반 사상의 전개와 쟁점’이다.

특히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각 분야에서 ‘열반’이 차지하고 있는 사상적인 전개 양상을 논의, 각 분야의 열반과 관련된 쟁점을 정리한다는 목적을 갖고 있어 주목된다.

열반의 개념을 원효의 입장에서 살펴보는 것을 시작으로 초기 상좌부불교에서 바라보는 열반의 입장, 유식과 중관에서 바라보는 열반의 입장, 정토, 천태화엄, 선에서 바라보는 열반의 입장을 각 분야 권위있는 전문학자들이 총 출동, 천착한다.

원효의 입장은 최유진 경남대 교수가, 초기 상좌는 조준호 교수, 유식은 최종남 교수, 중관은 윤종갑 교수, 정토는 법상스님, 천태화엄은 이병육 교수, 선은 김호귀 교수가 발제하며, 고영섭, 박창환, 허인섭, 이태승 김영미, 조윤호, 서재영 박사 등이 토론자로 나선다.

분야별 발제와 토론이 끝나면 조성택 교수(고려대)의 사회로 종합토론이 이어진다.

이번 불교학연구회의 학술토론회에서 최유진 교수(경남대 철학과)는 ‘원효의 열반사상’이라는 제목의 발표문을 통해 “열반에 대한 당시까지의 여러 주장을 참고해 그 주장들을 전체적으로 조화와 화해의 정신 아래에서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 원효의 입장”임을 밝힌다. 최 교수는 “한결같이 조화와 화해를 강조하고 있는 데서 화쟁의 기본정신이 그대로 살아 있음을 알 수 있다는 점, 결국 원효의 열반사상의 특징은 일미의 입장 즉 일심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조화롭게 받아들이는 데에 있다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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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담불라 동굴사원에 모셔져 있는 열반상. 미디어붓다 자료사진

초기 상좌의 입장에서 본 열반의 개념을 발표할 조준호 교수(고려대)는 ‘열반개념의 연속과 불연속 - 초기불교경전에 나타난 깨달음과의 관계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한다.

조 교수는 “불교의 궁극적 목적은 열반 증득에 있으며, 열반은 석가모니붓다 이래 불교의 가장 중요한 개념이라는 점, 시간이 흐르면서 열반은 시대와 지역 그리고 종파에 따라 다양하게 설명되어왔다는 점”등을 설명한다. 그러한 과정에서 열반개념의 연속적 측면과 불연속적 측면이 새롭게 제기될 수 있으며, 초기불교경전을 중심으로 열반개념의 기원과 전개를 역으로 추적하여 본래적인 성격이 무엇인지를 밝히겠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특히 열반이 깨달음과 다른 경지로 상정되면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비연속적 측면의 열반개념이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를 비판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최종남 교수*중앙승가대)는 유식의 입장에서 본 열반을 발표한다. 발표 주제는 ‘유가행파 문헌에 있어서 열반의 종류에 관한 연구’이며 초기･부파불전들에서 설하고 있는 2종 열반부터 유가행파의 초기 문헌들인 <해심밀경>, <유가론>, <섭대승론> 등의 사상을 토대로 하여 저술한 <유식삼십송>의 주석서인 <성유식론>에서 설하고 있는 4종 열반에 이르기까지 열반사상 및 열반 종류의 전개 과정 등에 대해서 유가행파 문헌들을 중심으로 하여 대조･연구한 논문을 발표한다.

윤종갑 교수(동아대)는 중관의 입장에서 ‘중관사상의 깨달음의 구조와 열반-용수의 <중론>을 중심으로’를 발표한다. 윤 교수는 중관사상은 중관사상에서의 열반이란 희론적멸의 공성을 체험하고 자각함으로써 획득되는 무분별의 세계이며, 그러한 세계에서는 현상(윤회) 그대로가 여실한 진여(열반)로서 불이적·평등적·전일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밝힌다. 버릴 것도 더 보탤 것도 없는, 있는 그대로 대자유의 평안이 바로 중관사상이 추구하는 공성의 깨달음으로서 열반이라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윤 교수는 특히 용수의 <중론>에 나타난 공성과 이제, 그리고 열반 개념을 중심으로 중관사상이 추구하는 깨달음의 구조와 열반에 대해서 고찰한다.

법상 스님은 정토교학의 입장에서 열반을 바라본 ‘정토교학에서의 열반과 체득’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한다. 조계종 포교원 포교연구실장, 동국대학교 강사, 중앙승가대학교 강사, 대한불교조계종 교수아사리를 맡고 있는 법상 스님은 <정토삼부경>을 통해서 법장비구가 5겁의 사유와 조재영겁의 수행에 의해서 완성한 극락장엄의 동기와 목적, 48가지 극락장엄의 구성내용을 검토한다. 법상 스님은 나아가 정토교학에서 중요한 용어인 아미타불과 견불과 견도, 왕생과 불퇴전의 의미와 수행계위, 구경에 도달한 열반의 세계를 구현한 내용 등을 논구할 계획이다.

이병욱 교수는 이 논문을 통해 천태종과 화엄종의 열반이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아울러 천태종과 화엄종, 지론종의 열반관의 공통점도 검토할 계획이다.

선(禪)의 입장에서 열반을 다룰 김호귀 교수는 ‘열반경과 초기선종의 사상적 교섭’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열반은 교학에서 뿐만 아니라 선종에서도 궁극의 목표로 간주되어 왔다”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김호귀 교수는 일찍이 달마에게서부터 비롯된 것으로서 자심이 곧 보리이고 열반이라는 전제하에 자심을 청정한 불성과 동일시했던 선종의 사상적인 근간을 이루어 왔으며, 때문에 달마는 보리, 반야, 신심, 청정, 무분별의 보살행, 육바라밀, 깨침, 무위적정을 열반이라는 개념으로 보았음에 주목할 예정이다. 혜가는 열반경을 강의하면서 자성을 불성의 의미로 간주하였고, 승찬은 깨침의 속성을 무분별과 무집착으로 간주하였으며, 도신은 자성청정의 진여일심에 대한 자각을 일행삼매의 실천원리로 삼았고, 홍인은 진심에 근거하여 그 진심의 본체가 불성임을 보여주었으며, 혜능은 수행이 곧 깨침이라는 본래성불의 현성을 강조하는 방편으로 돈오법문을 강조하였다는 점을 체계적으로 밝힐 예정이다.

김 교수는 결론적으로 선종에서 열반은 번뇌의 소멸이라는 측면과 동시에 깨침의 측면에서 불성의 현현으로서 조사선에서 내세우는 수증일여의 사상적인 근거로서 전승되었다는 점을 밝힐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