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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A에서 첫 한국전쟁 희생자 천도재<br>이재성 거사 발원으로 여법하게 봉행

이학종기자 | urubella@naver.com | 2012-04-24 (화) 12:58

6.25 한국전쟁 당시 희생된 수없이 많은 영가들을 천도하기 위한 천도법회가 4월 22일 JSA경비대대 안 ‘통일기원 영수사(永守寺)’에서 성대하게 봉행됐다. 이날 천도법회는 한국전쟁이 일어난 후 62년 만에 분단의 상징 판문점이 있는 JSA경비대대내 영수사에서 여는 첫 번째 공식적인 천도법회로 그 의미가 각별했다.

특히 이날 법회는 전쟁의 참혹한 과정을 지켜보았으며, 이후 군 포교에 헌신해온 군불교후원회 고문 삼광 이재성 거사의 원력에 힘입어 봉행돼 그 의미를 더했다. 국가차원이나 종단 차원에서 봉행되어야 마땅할 천도재이지만, 아무도 원력을 내지 않아 이재성 거사가 직접 마음을 내어 천도재를 봉행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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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천도재를 발원하고 주관한 삼광 이재성 거사가 분단희생 영가를 위한 제단 앞에서 헌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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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법인 연꽃마을 이사장 각현 스님이 천도법문을 하고 있다.

“제 눈엔 지금도 휴전선 철책을 부여잡고 절규하는 영가들의 모습이 확연하게 보입니다. 엄마의 품이 그리워 울부짖는 영가, 배가 고파 고통스러워하는 영가, 포탄에 온몸이 찢긴 채 피 흘리며 죽어가는 영가들의 처참한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오늘 이렇게 평생 원력으로 삼았던 6.25 희생영가들을 위해 천도재를 모시게 되기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전 지금 막 울고 싶습니다. 부디 고귀하신 영령들께서는 오늘 이 여법한 법석에 오시어 공양을 받으시고 부처님 높으신 가르침에 따라 서방정토 극락세계에 왕생하시옵기를 지극한 마음으로 기원합니다.”

“전쟁을 하며 총탄에 맞아 피를 흘리는 영가들이 자꾸 떠올라, ‘아까정끼(머큐롬)’ 붕대를 준비했다”며 흐느끼는 이재성 거사의 간절한 발원에 천도재가 열린 영수사 법당은 이내 숙연해졌다. 어느덧 80을 바라보는 인생 동안 늘 빚으로 여겨왔던 6.25 한국전쟁 희생자를 위한 천도재가 분단의 상징이자 처참한 전쟁의 징표이기도 한 JSA대대 안에서 봉행된 것이니 어찌 만감이 교차하지 않았으랴!

‘통일기원 분단희생영가 천도법회’가 봉행된 것은 지난 2004년 12월 18일 영수사를 개원한 지 꼭 8년 만이다. 영수사를 개원할 때 동참했던 연꽃마을 이사장 각현, 원각사 주지 고하 스님, 임충빈 전 육군참모총장과 1군단 부군단장 박대섭 장군, 국정원불자회장 지국 거사 등 공무원불자회 간부들, JSA대대 전-현 대대장, 서울 유림사 스님과 신도들, 판문점 인근의 통일촌과 대성동 마을 주민 등 사부대중 300여명이 동참했다. 대부분이 이재성 거사의 간절한 비원을 잘 이해하는 지인들이었기에 먼길을 마다않고 법회에 동참했던 것이다.

봄비 치고는 제법 묵직한 빗줄기가 내리는 가운데 영수사를 가득 메운 불자들은 대한민국 전몰장병과 참전국 전몰장병 영가의 넋을 위로하고 극락왕생을 기원했다. 장엄염불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재성 거사와 김효율 교수(인천대 교수불자회 회장), 이날의 증명법주 연꽃마을 이사장 각현 스님 등이 차례로 헌화와 분향을 이어갔다.

영수사 법당 왼편의 한국전쟁 참전 16개국의 국기가 피어오르는 향연 사이로 어른거렸다. 이국만리 이곳 한반도까지 와서 전쟁을 하다가 숨진 꽃다운 젊은이들이라는 생각에 동참 불자들의 가슴은 더욱 더 착잡해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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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도법회를 마친 후 참석대중들이 소지의식을 봉행하고 있다. 이들은 천도재의 마지막 의식인 소지의식을 바라보며 간곡한 마음으로 전쟁 희생영가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했다.

각현 스님은 천도법문을 통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또 이웃나라를 돕기 위해 전쟁에 참여해 희생된 모든 영가들은 오늘 이 천도법회를 통해 남겨진 모든 원망과 회한을 다 푸시고 아미타 부처님께서 계신 극락세계로 왕생하시라”며 “이제 남은 이 땅의 평화통일과 평화는 우리 후손들에게 다 맡기시고 편안하게 부처님의 품안에서 행복을 누리시라”고 축원했다.

천도법회가 끝난 후 참석자들은 봄비가 내리는 가운데 법당 옆 공터에서 소재 의식을 하며 나무아미타불을 합송했다. 불에 타 연기와 한줌 재로 돌아가는 옷가지와 수건, 칫솔 등이 마치 원혼들이 해원을 하고 극락세계로 왕생하는 모습의 현현처럼 보였다.

영수사는 60년대부터 전방지역에서 군포교에 매진해온 이재성 거사의 원력으로 탄생했다. 이재성 거사는 판문점 남측 JSA경비대대의 미군막사를 어렵게 허락을 얻어 군법당으로 개조해 2004년 개원법회를 봉행하고 지금까지 지원하고다. 영수암은 신라 마지막 왕 경순왕과 낙랑공주의 혼이 서려있는 파주 도라산 영수암에서 연유한 이름으로, 백성의 희생을 피하기 위해 왕위를 버리고 평화통일을 선택한 경순왕의 염원이 서린 절로 지금은 절터만 남아 있다. 이재성 거사는 이런 경순왕의 평화통일 염원을 분단 반세기를 넘어 여전히 대립과 갈등을 빚고 있는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실현하기 위해 ‘세계평화·통일기원 부처님 진신 사리탑’을 도라산 인근 지역에 건립하는 것을 발원하고, 꾸준히 추진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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