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방재시스템 구축 인증업체 선정의 졸속성 등에 대한 교계의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가 안간힘을 쓰고 있다.

크게보기

이성진 (주)파슨텍 대표가 4월 9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 로비에서 열린 '방재시스템 시연회'에서 자사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조계종 문화부는 4월 9일 오전 전통사찰 방재예측시스템 구축 인증업체로 선정된 (주)새턴정보통신(대표 김명수), (주)파슨텍(대표 이성진)과 함께 중앙종회 등에서 분출된 방재예측시스템 인증업체 선정과정에서의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한 일환으로 ‘방재시스템 시연회’를 열었다.

사찰방재시스템 구측 사업의 주무부서인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부장 진명 스님)는 지난 3월 중앙종회 임시회 당시 다수의 중앙종회의원들로부터 이들 업체의 선정과 향후 사업 추진과 관련 질책을 받은 바 있다. 따라서 이날의 시연회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업체선정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일환으로 마련된 것이다.

지능형 통합관제 시스템 구축 업체로 선정된 이성진 (주)파슨텍 대표와 전기화재 예측 구축 업체로 선정된 김명수 (주)세턴정보통신 대표는 자신들이 보유한 독자적인 기술력으로 전국 사찰들을 안전하게 지켜낼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시연회에도 불구하고 전통사찰 방재예측 시스템 사업과 관련한 문제제기는 끊이지 않고 있다.

우선 주무부서인 문화부가 조계사와 봉정사, 합천 해인사 등 방재예측 시스템을 구축한 사찰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은 이 사업이 졸속적으로 추진되어 왔음을 알려주는 반증으로 거론된다.

또한 교계 일각에서는 “10년간 2천5백억 원이 소요되는 대형사업 임에도 불구하고 방재관련 전문가들이 방재업체 선정과정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문화부에서는 2년마다 업체를 인증해 사업을 시행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들 업체의 제품들이 전국 98개 사찰에 설치(2012년도 계획)되고 나면, 설치 후 업체를 재선정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선정업체 자격을 불자기업으로 제한한 것도 위법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불자기업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육성하는 것도 좋지만 종단 자체 사업이 아닌 국가예산을 지원받아 행하는 사업에 지원업체의 대표자를 조계종 신도증을 소지한 불자기업이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더 큰 규모와 기술력을 갖춘 상위 업체들의 참여를 원천 차단했다는 비판에 조계종 문화부는 자유로울 수 없다.

또한 방재예측시스템 업체 선정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설치 경력’이 선정기준에서 제외된 점이다. 설치경험이 없는 기술과 업체를 선정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파슨텍 측은 미디어붓다와의 통화에서 자신들이 제시한 기술인 ‘스마트 캅스’가 개발은 되어 있지만 아직까지 사찰에 납품된 실적은 없다고 털어놨다.

또한 다양한 방재예측 업체들이 보유한 재해예측 솔루선(Solution)의 보유 여부와 솔루션 기능의 우열에 대한 객관적 비교점검이 없었다는 점도 문제로 부상될 조짐이다. 이 점은 기존에 방재예측시스템을 설치 운영 중인 조계사나 해인사, 봉정사의 방재예측 시스템의 실태를 파악했더라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라는 것이 관련업체들의 지적이기도 하다.

이밖에도 “방재예측시스템을 설치 운영하고 있는 사찰이 10곳에 이르고 있는데도, 가상의 시연회를 통해 기술을 입증하겠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채 30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의 시연회를 통해 이들 업체의 능력을 보여주겠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