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적 전환 위해 종교인 노력 필요

“한국의 여러 종교의 신자들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다. 신앙의 대상은 다르지만 커다란 공통점이 있다. 생명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고, 자연의 질서와 지속가능한 삶을 존중하는 마음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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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6일 오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개최된 '생명과 탈핵'4대 종교 공동 세미나에서 참석 패널들이 '탈핵, 탈원전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국내 4대(불교, 천주교, 기독교, 원불교) 종교인들이 ‘한국 종교인 탈핵, 탈원전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3월 26일 오후 2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생명과 탈핵’을 주제로 합동 세미나를 통해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법응 스님(불교생명윤리협회 공동대표)를 비롯해 장윤재 목사(한국기독교회협의회 생명윤리위원회),양기석 신부(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최서연 교무(원불교 외국인센터 소장) 등이 각 종단을 대표해 참석했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핵 발전은 인간의 존엄을 훼손하는 반인륜적인 일이므로 핵무기와 마찬가지로 인류와 공존할 수 없는 악(惡)임을 선포 한다”며 “탈핵, 탈원자력 뿐 아니라 에너지 전환을 포함한 문명적 전환을 위해 모든 종교인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더불어 4대 종교인들은 “종교간 연대뿐 아니라 국제적 연대 등 인류가 힘을 모아 할 수 있는 모든 협력을 다하고 에너지 전환의 기술적 경제적 부문에 있어서도 지혜를 모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한편 공동 세미나에는 미군의 핵무기 실험이 진행된 비키니섬 주민 조니 존슨(Jonny Johnson)씨가 원폭 피해 증언을 해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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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에 참석한 조니존슨씨. 그는 "미국정부는 핵실험으로 인한 피해를 미리 인지하고도 비키니 섬에서 핵실험을 강행, 원주민들에게 피해를 입혔다"고 증언했다.

그는 증언을 통해 “1946년부터 1958년까지 미군이 비키니 섬에서 핵 실험을 하기 위해 원주민들을 섬에서 몰아냈다”며 “미국 정부는 핵실험의 피해를 인지하고 있었지만 핵 실험을 강행했다. 1968년 비키니 섬 주민들은 미국정부의 말을 믿고 섬으로 돌아갔지만 1978년 섬의 방사능 수치가 위험하다는 판단이 내려져 다시 고향을 등져야 했다. 미국정부는 비키니 섬 주민들이 미국 본토 국민들과 똑 같은 대우를 받을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아직까지도 원주민들은 고향을 밟지 못하고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후쿠시마 대재앙, 인류에 울린 마지막 경종"

한편 세미나에서는 ‘핵 없는 세상을 위한 한국 그리스도인 신앙선언’을 주제로 한 장윤재 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생명윤리위원회)의 발제가 관심을 일으켰다.

장 목사는 “우리는 하나님께서 값없이 주시는 햇빛과 바람과 지열과 파도 등의 자연 에너지가 우리에게 남아있는 유일하고도 최선의 길임을 확신 한다”며 “핵 발전은 오히려 재생가능 자연에너지로의 전환을 방해하고, 전력낭비를 부추기며, 미래 지속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을 위한 투자를 억제한다. 핵 에너지와 재생가능 자연 에너지는 양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제 우리는 핵발전소 폐쇠라는, 예고된 문제와 직면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우리가 핵발전을 통한 전기의 단맛을 봤다면, 우리는 핵발전소 폐쇄와 핵폐기물 처리라는 쓴맛을 보아야 한다.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대재앙은 인류가 핵으로부터 시급히 문명사적 전환을 꾀해야 한다는 인류에 대한 경종이다. 이제라도 인류는 절제와 인내로 재생 가능 에너지를 촉진하는 ‘생명으로 인도하는 좁은 문’(마태 7:13-14)으로 들어 가야한다”고 촉구했다.

장 목사는 이와 함께 “핵은 하나님 없이 이 세계를 지배하고자 하는 통치자들과 권세자들의 절대권능에 대한 욕망이자 과학과 기술의 이름으로 온 우주에 대한 하나님의 주권을 거부하는 현대판 선악과 사건”이라고 탈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장 목사는 “한국정부는 핵발전을 중심으로 한 잘못된 녹색정책을 포기하고 핵발전소 부품을 수출하는 핵 무역에서도 탈피해야한다”며 “핵산업과 핵에너지 사용산업에 국민의 세금을 근거로 한 국고지원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원자력 홍보기관인 한국원자력문화재단에 국민의 전기요금 37%를 일괄 배정하는 것을 반대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는 2013년 부산에서 개최되는 세계교회협의회(WCC)제 10차 총회에서 ‘핵무기와 핵에너지’문제를 핵심의제로 채택할 것을 요구할 것”이라며 “이에 총회기간 동안 부산 고리 핵발전소로부터 오는 전기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기 없는 예배’등 상징적인 조치를 시행하고자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