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환경위원회(위원장 장명 스님)위원 14명이 3월 23일 화엄사가 지리산 케이블카 건설을 위해 신청한 토지사용 승인 결의에 반발해 위원직을 사퇴했다. 조계종은 이날 오전 종무회의를 열어 논의를 진행, 조건부로 토지사용 승인을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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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환경위원회 위원장 장명스님이 3월 23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1층 화쟁위원회 위원장실에서 환경위원회 위원직 사퇴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환경위원회 위원장 장명 스님은 종무회의 결과를 전달받은 후 기자회견을 개최해 환경위원회 위원 14명의 동의를 얻어 작성된 위원 사퇴 성명서를 발표한 후 사서실장 심경스님에게 사퇴서를 제출했다.

성명서를 통해 환경위원회 위원들은 “우리는 종단의 무분별한 개발을 승인하고 옹호하는 행위의 들러리가 되고, 결과적으로 그러한 결정의 면죄부를 주는 역할을 할 수 없다”며 “환경위원회의 자문을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 조계종 환경위원회의 직책을 사퇴하고자한다”고 밝혔다. 동국대 이영경 교수와 부산대 최송현 교수 등은 국립공원위원회 위원직도 사퇴했다.

더불어 이들은 “종헌종법을 지켜야 할 집행부서가 종헌종법을 무시하고 일을 결정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가 없다. 그것은 이미 사찰환경, 수행환경에 대한 깊은 고려 없이 행정적, 정치적으로 개발을 결정해 놓고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이 든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장명 스님은 “재무부에서 환경위원회와 사회부가 공동으로 현장조사를 실시하라고 했지만 사회부는 환경위원회를 배제하고 비전문가인 사회부 종무원들을 통해 현장조사를 진행했다”며 “케이블카 건설이 진행돼도 수행환경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사회부의 결론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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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출타 중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1층 로비에서 장명스님을 만난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환경위원회, 화엄사, 사회부 등 관련 기관 및 사찰들의 의견을 모아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며 장명 스님에게 원만한 사태해결을 당부했다.

장명 스님은 또 “집행부가 이럴 순 없다. 겉으로만 자성․쇄신․소통․화쟁을 이야기할 뿐 밀실야합을 하고 있다”며 “조건부 승인이란 어정쩡한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 오늘부로 조계종의 환경정책은 말살됐다. 이번 승인으로 인해 지금까지 지켜온 환경에 대한 종단의 원칙은 사라졌다. 여기저기에서 봇물처럼(케이블카 건설 승인이)터져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명 스님은 “이번 분쟁의 책임은 환경위원회가 아닌 조계종 총무원 집행부와 사회부 수장인 혜경스님”이라며 “한 두 사람이 책임져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지금 총무원은 MB정부처럼 무조건 밀어 붙이기만 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이어갔다.

더불어 장명 스님은 “집행부 스님들과 함께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안일한 대응에 그친 조계종 자성과쇄신추진결사본부 본부장 도법스님도 책임을 져야 한다”며 “3월 임시종회에서 중앙종회의원 자격으로 이번 사태에 대해 종책 질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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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 스님이 사서실장 심경스님에게 환경위원회 위원들의 사퇴서를 제출하고 있다.

한편 이번 사태에 대해 교계 일각에서는 “총무원이 외부가 아닌 내부 자문위원회의 반발에도 불구 케이블카 건설을 위한 토지사용을 승인함에 따라 향후 대규모 지역 개발 시 사찰․수행환경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우기 힘들게 됐다”며 “어렵게 구축한 내부 환경 전문가 네트워크도 와해 됐다. 실리를 위해 명분과 인적자원을 상실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