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복음화 세력들, 학내사태까지 개입

지난해 9월 21일 저녁. 동국대 정각원 교법사 제정 스님은 ‘하나님의 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 소속 대학생들이 혜화문 앞에서 선교행위를 하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제정 스님은 이들이 가지고 있던 선교 자료를 압수하고 이들을 교내 밖으로 내려 보냈다. 이후 제정 스님은 △강취 △선교업무방해 △욕설 △모욕 △폭행 등의 이유로 고소를 당했다.

제정 스님은 중부경찰서에 불려가 4시간이 넘게 대질신문에 응해야 했다. 제정 스님은 12월 초 이들을 무고죄로 경찰에 고소했다. 스님은 지금도 고소 취하를 하지 않고 있다. 선교행위를 한 대학생들도 문제이지만 이들을 배후에서 조종한 목사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없는 한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것이 제정 스님의 단호한 입장이다. 제정 스님은 이번 학내사태에 한신대 등 기독교 대학 학생들이 연계된 것도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기독교계의 동국대 복음화 전략과 무관하지 않다고 믿고 있다. 서울에 있는 대학도 아닌 오산에 있는 한신대 학생들이 동국대까지 와서 연대를 한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라고 제정 스님은 반문했다.

크게보기

동국대 총장실 점거 당시 모습(사진제공=동국대 홍보실)

동국대(총장 김희옥)의 무더기 학생 징계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내면에는 이처럼 기독교의 금도를 넘은 지나친 동국대 복음화 전략에 대한 학교측의 우려가 깔려 있다. 불교계에서 설립한 대학을 복음화하겠다는 기독교계의 물불을 가리지 않는 선교공세가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_?xml_: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총장실 점거 해산과정서 한신대생이 교직원에 폭력

지난해 12월 5일 최장훈 동국대 총학생회장(정치외교 4년), 조승연 부총학생회장(윤리문화학 전공 4년), 김정도 총학생회 연대사업국장 등이 주축이 된 ‘우리의 학문을 지키기 위한 동행’소속 재학생들은 동국대 총장실을 점거했다.

이들은 12월 13일 새벽, 점거 9일 만에 대학 측의 해산조치로 총장실에서 밀려났다. 이 과정에서 동국대 교직원 A씨는 해산조치에 반발한 학생에게 폭력을 당해 병원으로 실려갔다. 그는 전치 3주 진단을 받고 3주간 입원했다. 그런데 그를 폭행한 학생은 놀랍게도 동국대 재학생이 아닌 한신대 재학생으로 밝혀졌다. 얼마든지 불교계 설립대학의 학내사태에 기독교계가 의도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재단과 대학 측에 따르면 사건 발생 후 12월 23일 한신대 학생처장, 과장 등이 동국대 학사지원본부장을 찾아와 사과했다. 동국대는 12월 19일 한신대 측에 공문을 보내 동국대 사태에 참여한 한신대 학생들의 징계를 요청했다. 한신대 측은 이에 `12월 22일 학생징계위원회를 개최해 동국대 농성에 참여한 32명(7명 출석요청,25명 서면질의)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동국대 재단 사무처장 종민스님은 “한신대 측에 따르면 동국대 교직원에게 상해를 가한 해당 학생은 5월말까지 한신대 학생상담실에서 심리상담을 받기로 했다. 심리상담 결과를 놓고 징계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동국대 안팎에서는 한신대 학생의 교직원 폭행으로 인해 점거 농성을 주도한 학생들의 징계가 무거워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희옥 동국대 총장이 신년 기자간담회 당시 “징계도 교육의 수단”이라며 단호한 입장을 밝힌 것도 이러한 배경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학내사태 연대 외부학생 한신대‧서강대생으로 밝혀져

대학 측은 총장실 점거, 팔정도 앞 천막 농성에 한신대, 서강대 등 기독교 대학 학생들이 연대한 것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대학의 한 관계자는 “서강대, 한신대 학생들이 농성 기간 중 교내에서 종교의식을 행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구체적인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고 농성에 참가한 동국대 학생들도 강하게 부인하고 있어 예의 주시하고 있는 중이다”라고 밝혔다. 증거는 없지만 정황상 종교 행위를 했다는 확신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이에 대해 제정 스님은 “대학 측의 태도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단순히 한신대 학생이 교직원에게 폭력을 가해 한신대 관계자들이 사과방문을 했겠는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대학 일각에서도 “확대일로에 있는 개신교인들의 동국대 복음화 시도로 대학 측이 예민한 상황에서 학내 문제에 개신교 대학 학생들이 가세한 것은 불에 기름을 얹는 꼴이 되고 말았다. 학생들이 자신들의 상황이 급박해도 개신교 대학들의 연대는 하지 말았어야 했다. 학생들이 너무 욕심을 냈고, 동국대의 정체성을 가벼이 여긴 것 같다. 학생들이 동국대의 건학이념에 대해 보다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제정스님 “대학측의 미온적인 태도도 문제”

동국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의 본질은 학생들의 학사행정 참여, 내부 소통 시스템, 대학 정책과 관련한 학내 이견 표출”이라며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접근하고 풀 것인가를 해결해야 되는 시점에 기독교 대학생들의 개입으로 일이 꼬였다. 학생들이 너무 무리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징계를 받은 관련 학생들은 “농성 당시 한신대, 서강대 학생들이 종교행위를 한 적이 없다. 이는 본질적 문제를 덮으려는 학교 측의 농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불교계 일각에서는 “대학 측이 한신대 학생 폭행사건과 팔정도 사건 등에 대해 명쾌하게 입장을 정리하지 않아 사태를 꼬이게 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대학 측은 “자칫 잘못하면 종교문제로 확산될 수 있어 조용히 넘어가려 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제정 스님은 “징계를 당해 억울하겠지만 이들은 입학설명회 당일 본관 앞에서 ‘아직도 장사꾼들이 장사를 하고 있다’며 시위를 했다. 이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 그리고 이들은 ‘똥국’이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농성을 했다. 군대 입대하듯 강제로 동국대에 입학했나? 자신들이 선택한 대학이다. 싫으면 나가면 된다. 대학 측에도 이들의 불법행위를 법으로 처리하라고 요구했지만 시간만 허비하다 일을 이 꼴로 만들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