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禪)이 이 땅에 들어온 것은 신라시대이다. 그러나 선학이 독립적 학문으로 자리잡은 것은 근래이다. 근대 이후 현대적 학문의 도입과 함께 ‘선학’이라는 독립된 학문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던 것이다. 특히 동국대학교에 선학과가 설치되면서 한국의 선학은 ‘말로써 말 없음의 세계를 규명하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이처럼 역사가 일천한 한국의 선학이 독립된 학문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주초를 놓은 장본인은 누가 뭐래도 현각 스님이다. 스님은 망망하여 그 끝을 알 수 없는 선의 바다에 경도와 위도의 선을 그은 당사자이다. 스님의 노력이 있어 한국의 선은 비로소 선학의 틀을 갖추게 되었다. 실로 그 과정은 지난한 것이었다. 불교가, 그중에서도 선은 특히 말로써 말 없음의 세계를 규명하는 작업이라는 점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현각 스님이 이처럼 방대한 저술을 남긴 이유는 후학들은 좀 더 편하게 선의 망망대해를 항해할 수 있도록 한 자비심의 발오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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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학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 현각스님

한국선학의 개척자 현각 스님이 정년퇴임을 맞아 일생을 바쳐 저술한 원고들을 모아 <최현각 선학전집>(전11책, 동국대출판부 刊)을 발간했다.

현각 스님은 동국대 선학과 교수로 부임한 이래 후학을 지도하는 일과 선학의 체계를 정립하고 학문적 깊이를 더하는 작업에 매진한 결과 원고지 2만 장이 넘는 방대한 분량의 전집을 선보였다. 여기에는 번역 작업 결과물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전집은 1권 <선학의 이해>, 2권 <선어록 산책>, 3권 <선문선답>, 4권 <선문보장록>, 5권 <선 사상론>, 6권 <선 수행론>, 7권 <한국선론>, 8권 <벽암록의 세계>, 9권 <한국을 빛낸 선사들>, 10권 <선심으로 보는 세상>, 11권 <연보> 등 모두 11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선학의 이해>, <선어록 산책>, <선문선답>, <선문보장록>, <벽암록의 세계>, <한국을 빛낸 선사들>은 그동안 필자가 출간한 단행본을 다시 수정 보완하여 재수록한 것이고, <선 사상론>, <선 수행론>, <한국선론>은 필자가 그동안 학계에 발표한 수십 편의 논문을 엮어서 주제별로 분류하여 단행본으로 편집한 것이다. 끝으로 <선심으로 보는 세상>은 일간지와 교계 신문 등 여러 매체에 필자가 기고한 칼럼을 시기별로 정리하여 책으로 묶은 것이다.

현각 스님은 전집을 내고, 전집 봉정식도 여법하게 봉행했다. 그리고는 기자들을 만났다. 그이 노고가 몇몇 학자들의 전유물이 되고 마는 것을 염려하는 마음에서다. 평생 세워온 선학의 틀을 보다 많은 스님과 불자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단심을 잘 보여준 자리였다. 현각 스님의 전집 11권의 책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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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학의 이해>는 일상의 일이고 지극히 인간적이며 깨침을 추구하는 행위가 곧 선이기에 어떤 지침서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쓴 책이다. 그래서 제1부 선사상의 역사, 제2부 선전과 수행, 제3부 선사상의 전개로 대별하여 선학을 이해하는 데 길잡이가 되게 하였다.

<선어록 산책>은 불심종(佛心宗)이라 부르는 선종의 역대 조사들의 어록을 해설한 책이다. 석존은 <능가경>에서 ‘불설일자(不說一字)’를 말하고 있지만, 이 의미는 실제로 한 글자도 설하지 않았다는 말이 아니라 그 말에 집착하거나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것처럼 현각 스님은 이 책에서 ‘조사의 어록들’ 또한 이와 같음을 풀어내고 있다.

<선문선답>은 현각 스님이 제1권 <선학의 이해>와 함께 가장 아끼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한국의 재가 불자님들이 평소 궁금해 하던 점을 풀어 놓았다. 그러다 보니 곳곳에서 삶의 숨결이 물씬 풍기기도 한다. 상편 ‘수행과 공부’, 하편 ‘고승과 경전’으로 구성되었다. 신도님들의 좋은 질문에 대한 간결한 답이 선문선답(善問禪答)이다.

<선문보장록>은 선·교 대립을 융합하고자 힘을 기울인 천책 스님의 ‘선문보장록’을 집필한 책이다. 권상 ‘선교대변문’의 25칙, 권중 ‘제강귀복문’의 25칙, 권하 ‘군신숭신문’의 36칙으로 구성되었다.

<선 사상론>은 선학을 연구하는 데는 우선 학(學)적인 자료가 우선이라는 생각에서 저술한 책이다. 그러므로 선학 자료를 심도 있게 규명하고자 하였다. 그러한 바탕 위에 선학의 원류를 찾아 선사상을 전개하였으며, 불립문자를 표방하는 선종에서 선과 경전은 어떠한 패러다임을 모색해야 하는가에 대해 살펴보았다.

<선 수행론>은 선수행 지침서이다. 즉 선을 함에는 좌선의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나, 왜 앉는 것이 중요한 문제인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좌(坐)의 연원적 고찰을 살펴보았고, 그 바탕 위에 근본선정관을 고찰하였다. 간화선의 성립 배경과 한국 화두의 연원을 살펴보았으며, 더불어 깨달음에 대한 선적 고찰도 규명하였다.

<한국선론>은 한국선의 원류를 살펴보고 아울러 한국선종사를 일별함으로써 한국선의 개념을 확연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쓴 책이다. 신라시대의 선, 고려 중·후기 간화선의 특징을 이해할 수 있으며, 조선시대 선법의 특징을 통하여 문중 개념의 선법을 이해할 수 있다.

<벽암록의 세계>은 일찍이 불교문학의 백미로 꼽히는 선의 진수 벽암록에 대한 해설서이다. 선사들의 번득이는 예지가 현대인의 지난한 삶을 헤쳐 나갈 수 있는 묘약이 되리라고 본다. 아울러 현각 스님의 일상사가 군데군데 드러나 있어 참신함을 더한다.

<한국을 빛낸 선사들>은 1,700년의 역사를 가진 한국불교사에서 선사들은 어떤 모습으로 각인되어 있는가 하는 궁금증을 푸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한국불교의 정체성을 밝히는 길잡이가 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불원천리하고 중국과 인도를 기행하며 고국산천을 밟지 못하고 간 구법승의 면면도 드러나 있다.

<선심으로 보는 세상>은 현각 스님이 교단생활을 하며 각종 매체에 기고한 글을 모은 책이다. 그 속에는 시대의 아픔이 있고, 문제가 있는 곳엔 해법을 제시하기도 한 글들이 실려 있다. 이 책의 행간에서 많은 수확이 있으리라 기대한다.

*저자 현각 스님은?
속리산 법주사로 출가하여 혜정 스님을 은사로 모시고 총지선원에서 수행 정진하였으며, 법주사와 해인사 불교전문 강원에서 일대시교一代時敎를 섭렵하였다. 그 후 동국대학교에 진학하여 <선의 실천철학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모교에서 후학 양성에 매진하였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세계종교연구센터(Center for the Study of World Religions) 초청교수,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장, 정각원장을 역임하였다. 한국선학회 초대 회장으로 취임하여 선학이 독자적인 영역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으며 선학의 저변 확대에도 힘을 기울였다.

학문적 접근을 ‘publish or perish’라는 모토 아래 방일하지 않고 정진하였다. 이제 정년을 맞아 땀의 결실인 <최현각 선학전집> 10권을 세상에 선보였다. 정년 이후에는 mani불교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지속적인 연구를 해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