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3월 15~16일 종단 지도자 연수를 실시한다. 3원장, 교구본사 주지, 중앙종회의원 등 한국불교 장자종단인 조계종을 움직이고 있는 실세들이 참가하는 연수를 통해 조계종은 이웃종단인 천태종, 진각종의 발전상을 확인하겠다고 나섰다. 더불어 이들은 공주 태화산 전통불교문화원에서 원불교 인사를 초청해 원불교 현황과 과제도 경청한다.

이번 연수는 자승 스님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지난 달 27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개최된 교구본사주지협의회에서 총무원 기획실장 정만 스님은 브리핑을 통해 “자승 스님은 지난해 천태종 상월대조사 탄신 기념행사 참석 후 타 종단 및 원불교의 교세확장과 관련 많은 고민을 했다”며 “이에 총무원장스님은 이들 종단들의 발전상을 눈으로 확인, 조계종 미래 발전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종단 지도자 연수를 개최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조계종 따라잡기’에 나선 이웃종단과 원불교의 교세확장에 큰 위기를 느낀 것이다.

총무원 일각에서는 조계종 연수 개최에 대해 “장자종단인 조계종이 과거와 달리 이웃종단인 천태종과 진각종, 그리고 원불교까지 발전 모델로 삼은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단순히 각 종단을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하면 안 될 것이다. 연수 이후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교계의 한 관계자는 “총무원장 스님이 이웃종단들의 발전상에 충격을 받았다면 보다 실질적인 대안 마련을 위한 행보에 나서야 했다”며 “원불교의 교세확장을 이해하고자 했다면 원불교가 미국 뉴욕에 건립한 ‘원 달마센터’를 견학하는 것이 바람직했다”고 꼬집었다.

원불교는 지난해 10월 삼성 이건희 회장과 부인 홍라희 씨가 원불교 해외 포교사업을 위해 기부한 120억 원을 바탕으로 달마센터를 개원했다. ‘한국불교·간화선 세계화’를 표방하고 있는 조계종 현 집행부의 견학이 꼭 필요한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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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25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개최된 '신도 대중공의'모습.

이와 함께 교계일각에서는 “지난해 총무원에서는 자성과 쇄신결사, 종교평화선언, 한국불교 중흥을 위한 대 토론회, 사부대중 공동체를 위한 신도 대중공의 등의 사업을 추진했지만 종책에 반영된 이렇다 할 결과물이 거의 없다”며 “벌인 일은 많지만 곰곰이 따지고 보면 이벤트에 불과했다. 왜 사업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사업을 전개할 것인지, 사업 추진에 따른 효과는 무엇인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할 시간이 온 것 같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정만 스님은 현 집행부 출범 2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추진사업들이 진행과정에 있어 성과를 냈다고 말할 수 없지만 한국불교 세계화 등 그동안 말 뿐이었던 숙원사업들을 시작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전체적으로 점수를 준다면 10점 만점에 6.5점 정도. 겨우 낙제를 면한 수준”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집행부 출범 3년차가 된 올해에는 몇 점을 줄까? 6.5점에서 더 내려가지 않기 위해서는 총무원에서 행하고 있는 사업들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야 하지 않을까? 일간지나 방송에 보도된 것에 즐거워하는 것보다는 가장 늦었을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는 지적에 조계종 집행부는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