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효정
bellaide@naver.com 2010-11-03 (수) 16:48불교계 내부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불교계가 매우 부유한 집단이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런 이들에게 조계종 1년 정기예산이 200억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를 하면 매우 놀라곤 한다. 더 놀라운 점은 그 200억이라는 예산이 거의 대부분 전국 각 사찰의 분담금에 의해 조성이 된다는 것, 게다가 그 사찰들 중 상당수는 문화재관람료를 받는 수입이라는 점은 불교계의 기형적 재정구조를 매우 잘 드러내는 대목이다.
이처럼 재정구조에서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는 조계종 총무원으로서는 종단 차원의 사업을 진행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현 조계종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은 취임 전부터 종단 수익사업을 통해 분담금 중심의 재정구조를 확 바꿔야 한다고 주창해왔다.
이같은 불교계의 현안을 두고 불교무설연구소(소장 법만)가 지난 수개월간 수익사업에 관한 연구를 진행, 11월 3일 그 결과물을 발표했다. 불교무설연구소는 11월 3일 전법회관 지하1층 강의실에서 ‘조계종 재정구조 개선을 위한 수입사업 사례연구와 사업모델 제언’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는 조계종의 재정과 불교수익사업의 현황을 분석하고, 가톨릭이나 원불교 등 타종교 수익사업의 특징을 살펴보는 한편 조계종 수익사업의 문제점과 대안을 고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톨릭은 (주)평화건설, (주)미셸푸드, (주)평화드림 등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산하에 있는 여러 사업체를 통해 상당한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서울대교구에 다시 환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또 원불교는 일찍부터 제약사업에 뛰어들어 (주)원광제약을 통해 다양한 한약품들을 생산하고, 원광대 의대 및 한의대와 상호지원체계를 갖춘 수익사업체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주)원창, 영산식품 등을 통해 교단 산하기관 및 단체에 식자재를 공급하고 일반소비자들에게도 농산물 등을 판매하는 등 활발한 영업활동을 펼치고 있는 실정이다.
가톨릭과 원불교가 이같은 수익사업을 수십년전부터 전개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중앙집권체제 형태의 수직적 교단구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비해 불교계는 수평적 교단구조로 유지되고 있어 대부분의 수익사업들이 다른 기업체와 MOU 형태로 진행돼 왔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보고서는 이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조계종 수익사업으로 종합식품유통, 불교용품조달, 상장례 분야, 보험 분야, 건설 분야 등 다섯가지 분야에 대한 사업모델을 제시했다.
불교무설연구소는 또 이들 사례를 통해 다섯가지 시사점을 제시했는데, △외부로 유출되는 재원을 내부로 환원시켜 종단 경쟁력을 강화할 것 △종립학교와 병원 및 복지시설 등 종단이 보유한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할 것 △별도의 사업 전담조직을 편성할 것 △사업체의 직업 설립과 함께 외부업체에 대한 인증제를 실시할 것 △사업체 경영에 대한 역량을 갖춘 교역자를 양성할 것 등이다.
불교무설연구소장 법만 스님은 안정된 승려노후복지와 효과적인 포교활동, 불교의 확대된 복지교육 사업을 위해서는 보다 다각화된 수입구조의 확립이 우선돼야 한다는 판단 하에 우리 종단의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한 연구자료를 준비했다며 종단의 수익사업과 관련된 연구활동을 본 연구소의 지속사업으로 진행함고 향후 지역사찰과 교구본사 차원의 수입사업 등 장기적으로 불교의 경쟁력을 강화할 방안들을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