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헌 제6장 제20조의 종정은 승납 45년 이상 연령 65세 이상 대종사 법계 이상의 자격을 구비하고, 행위가 원만한 비구여야 한다는 조항에서 ‘비구’를 ‘승려’로 바꿔야 한다.”

“원로회의 자격도 ‘원로비구’에서 ‘원로 승려’로 바꿔야 하고, 총무원장도 승납 30년, 연령 50세 종사급 법계 이상의 ‘비구’에서 ‘승려’로 바꿔라.” “비구만이 할 수 있게 규정된 교육원장, 포교원장, 호계위원, 법규위원, 산중총회법에서의 비구니 권리 제한도 폐지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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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니스님들은 물론 교계의 비상한 관심속에 비구니승가 위상과 역할 토론회가 지난 2월 28일 국제회의장에서 열려 뜨거운 토론을 벌였다.

비구니 스님들이 이부승가의 당당한 한 축으로서 권리 찾기에 나섰다. 비구와 차별을 두지 말고 모든 것에서 평등승가를 이루라는 가히 혁명적인, 그러나 양성평등시대에 걸맞는 요구다.

비구니 스님들은 남성과 대등한 위치에서 사회활동을 하는 여성불자들은 비구니 승가가 그들의 진정한 불교여성지도자로 자리매김하여 불교 내 여성의 자존감을 높여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비구승가를 향해 평등한 승가 운영을 강하게 요구했다.

지난 2월 28일 열린 ‘자성과 쇄신 결사를 위한 비구니 승가의 위상과 역할’ 주제의 토론회에서 봇물처럼 그동안 겪었던 불평등에 대한 소회와 혁신을 위한 의지를 쏟아냈다. 이날 토론회의 사회를 본 조은수 교수(서울대 철학과)는 모두발언에서 “오늘 이 토론회는 불교사에 남을 역사적인 날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서 눈길을 끈 것은 종회의원 탁연 스님의 불평등 해소를 위한 종헌종법 개정요구였다. 탁연 스님은 종헌종법 상에 명시된 비구니 차별조항을 일일이 열거하고 자격 조항에서 ‘비구’로 규정된 것을 ‘승려’로 바꿔 비구니도 종정과 총무원장, 포교원장, 교육원장, 원로, 호계위원 등 종단의 중대한 요직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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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조발제를 하고 있는 중앙종회비구니회 회장 일운 스님과 발제를 경청하는 비구니 스님들.

탁연 스님은 “비구니 승가의 역할은 누구나 인정을 하면서도, 종단내 비구니의 위상이나 역할 확대가 부족했던 점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며 “종무행정의 비구니 참여와 역할 확대는 기회균등의 차원에서도 당연하지만 무엇보다 미래지향적인 종단발전을 위해 반드시 먼저 해결해야할 선결요건”이라고 못 박았다. 탁연 스님은 이어 “교리적으로는 가장 진보적이면서도 실제 생활에서는 비구중심의 기득권을 포기하기 어려운 낙후된 보수관념이 가장 큰 문제”라며 “법개정에 대한 거부감과 불확실한 두려움으로 인해 현 종단의 책임을 무한정으로 회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구니들의 안일했던 태도에 대해서도 반성을 촉구한 탁연 스님은 “그러나 비구니의 참종권 확대가 이제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요청’이라고 거듭 비구승가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했다.

토론에 앞서 기조발제에 나선 중앙종회비구니회장 일운 스님은 “비구니 승가를 비하하거나 여성을 차별하는 것은 최초로 비구니 교단을 설립하신 부처님을 모욕하는 일이며 뛰어난 여성 제자들을 인정하신 부처님의 업적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운 스님은 이어 “비구니 정혜결사의 정신을 이어받지 못한 점을 (비구니 승가는) 반성한다”며 “이제 비구니 승가는 사부대중의 수행공동체로, 이승승가의 평등공동체로서의 위상을 정립하기 위해 무엇보다 비구니 승가 스스로가 뼈를 깎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전국비구니회 회장 명우 스님이 인사말을, 중앙종회의장 보선 스님의 격려사를 했다. 이어 탁연 스님이 ‘교단내 비구니승가의 위상정립을 위하여’를, 옥복연 종교와젠더연구소장이 ‘성평등한 교단을 위한 비구니승가의 역할 기대’를, 전국비구니회 기획실장 효탄 스님이 ‘자성과 쇄신 결사가 비구니승가에 어떠한 의미를 갖는가’를 주제로 각각 발제를 했다. 각각의 발제에 대해 중앙종회 종헌개정맻종법제개정특위위원장 법안 스님, 김영란 나무여성인권상담소장, 정의평화불교연대 공동대표 우희종 교수가 각각 토론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