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봉선사. 태허스님)출신으로 유일하게 임시정부 국무위원을 지냈고, 해방후에는 신민당 지도위원을 역임하며 민주주의 정착의 토대를 세운 위대한 독립운동가 운암 김성숙 선생의 높은 뜻을 기리며, 독립운동가들의 선양사업에 힘쓰고 있는 사단법인 운암김성숙선생기념사업회(회장 민성진)는 삼일절 93주년을 맞이하여 오는 2012년 3월 1일자로 <운암 김성숙 혁명일기>(채륜 간)’를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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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암일기에 수록된 친필일기 부분. 사진=운암김성숙선생기념사업회 제공

단행본으로 처음 선보이는 <운암 김성숙 혁명일기>는 중국에 있던 세 아들이 보관하고 있던 운암 선생의 친필 일기 중 1964년 친필일기 원본을 운암 김성숙 선생의 친손자인 김덕천(金德川.73세)씨가 국내로 가져와 보관하던 것으로, 운암김성숙선생 기념사업회가 찾아내 책으로 출간하게 되었다. 이 책은 전체 일기 중 후반부인 제8권에 해당된다.

매일 하루도 빼놓지 않고 기록한 운암의 일기는 그 내용과 필체만으로도 운암의 성정과 기상을 엿볼 수 있다.

운암 김성숙(법명 태허스님)은 출가 후 불교의 중도관과 민족주의에 입각해 일제하 독립운동을 하는 과정에서는 민초의 시대적 아픔을 함께하고 독립투쟁에 전력한 인물이다. 민족주의에 입각하여 독립 후에는 극단적인 좌우 대립을 극복하여 분단을 막기 위해 중도적인 노선을 견지하여 좌, 우익의 정치세력으로부터 핍박과 배척을 받기도 했으나 오직 우리 민족의 행복을 위한다는 일념을 결코 꺾거나 굽히지 않은 대표적인 인물로 손꼽힌다.

평안북도 철산에서 1898년 태어난 운암은 대한독립학교에서 호국 위인들의 생애를 공부하던 그는 독립학교가 문을 닫고 일본의 보통학교가 들어서자 학교에 가지 않고 조부로부터 직접 한문을 배워 학문의 밑거름을 삼았다. 이후 독립운동에 뛰어든 삼촌에게 독립군 이야기를 들으며 독립운동에 가담할 것을 결심한 그는 만주 신흥학교로 가기위해 무작정 집을 떠나 1916년 우연한 기회에 용문사(경기도 양평)에서 풍곡신원 선사를 만나 출가를 결심하고 봉선사의 고승 월초 노스님으로부터 성숙이라는 이름을 받았다.

운암은 태허라는 법명을 받고 봉선사에서 출가사문의 길에 들어선 후에 손병희, 한용운, 김법린 등과 인연을 맺으며 3.1운동에 가담해 몇몇 스님들과 함께 경기도 양주, 포천 지역에서 독립선언서를 돌리고 만세를 부르다 일본경찰에 체포되어 2년의 옥고를 치렀다.

1923년 5명의 스님과 함께 북경으로 건너간 운암은 북경민국대학에서 정치경제학을 연구하는 등 학문적 기틀을 다졌고, 장건상, 양명, 장지락 등과 함께 창일당을 조직해 <혁명>이라는 잡지를 발행했다.

상해에서 항일운동을 계속하던 중 중국 각지에 흩어져있는 동지들을 규합해 1936년 조선민족해방동맹을 조직했고, 중일전쟁이 발발하자 조선민족전선연맹을 결성했다. 이어 1938년에는 약산 김원봉과 함께 조선의용대를 조직해 지도위원 겸 정치부장으로 활동하는 등 적극적인 독립운동을 펼쳤다.

그리고 1942년 대한민국임시정부 내무차장에 취임한 그는 1945년 대한민국임시정부국무위원으로 귀국해 정부 수립을 위해 노력했지만, 1946년 임시정부 인사들이 미군정 자문기관인 민주의원에 참가하는 것을 반대하면서 임시정부를 떠났다.

크게보기이번에 발간되는 단행본에서는 김성숙의 1960년대의 사회상황과 투철한 삶의 의지, 남북통일이라는 민족주의의 실현, 박정희 군사정권에 대한 비판, 가족애, 정치현실비판, 6.25 전쟁과 한일협정에 대한 비판 등을 읽을 수 있다.

운암김성숙선생기념사업회 민성진회장은 발간사를 통해 “이번 단행본을 시작으로 중국에 있는 해방 이전부터 1969년까지 작성된 운암선생의 친필일기를 전집으로 출간할 예정” 이라며“ 책이 발간되면 한국 독립운동사, 근대사에 새로운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운암일기 전집이 발간될 경우 <백범일지>를 뛰어넘는 한국 근대사의 획기적 자료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책을 해제한 김성숙연구소 소장 신운용 교수(외국어대)는 “운암 일기가 전집 발간될 경우 우리는 임정 당시의 상황을 더욱 자세하게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백범일지보다 훨씬 더 사료적 가치가 크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이번 제8권 발간은 운암 사료의 종합적 정리의 시작에 지나지 않을 뿐”이라며 “김성숙 연구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모든 일기와 관련 자료들을 집대성해 김성숙 사료집을 정리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