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전 총무원장 가산당 지관 대종사의 49재가 2월 19일 오전 조계사 대웅전에서 사부대중 3천여 명이 동참한 가운데 엄수됐다.

원로회의 부의장 밀운 스님을 비롯해,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중앙종회의장 보선, 교육원장 현응, 포교원장 지원 스님 등 종단의 주요 소임자들과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등 정부대표, 손학규 민주당 전 대표,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 박세일 국민생각 대표 등과 전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을 비롯한 동참 사부대중 3000여 명은 지관 대종사의 행장 소개, 육성법문, 법어, 추도사를 들으며 스님이 생전에 보여주었던 덕화를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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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대종사의 49재가 2월 19일 오전 조계사 대웅전에서 3천여 사부대중이 동참한 가운데 엄수됐다. 사진=조계종 제공

조계종 종정 법전 대종사는 원로회의 부의장 밀운 스님이 대독한 법어를 통해 “종사(宗師)가 이 땅에 남긴 삼장(三藏)의 교해(敎海)와 은혜는 천년(千年)에 깊고 교화(敎化)는 만대(萬代)에 빛날 것”이라며 “누가 자루 없는 금강보검(金剛寶劍)을 잡을 것이며 줄 없는 거문고로 종사(宗師)의 무생(無生)을 노래할 것인가”라며 지관 대종사의 빈자리를 안타까워하는 허전한 심경을 표현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추모사에서 “삼독심이 바로 세간의 평상심이기에 그 뜨거운 불 속을 지나기 위해서는 계, 정, 혜 삼학(三學)으로 견고한 갑옷을 삼아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삼매의 힘을 기르기 위해 금강석같이 수행하라셨으니, 출가사문은 사사로운 나를 버리고 공공의 정신과 요익을 위해 살겠노라고 일생의 약속으로 삼아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종단협의회를 대표해 추모사를 한 태고종 총무원장 인공 스님은 “동국대학교 교수와 총장을 역임하며 한국 금석학의 새 지평을 열었고, 가산불교문화원을 개설해 한국불교 최초의 백과사전인 가산불교대사림을 집필하여 후학양성과 한국불교연구에 큰 업적을 남겼다”고 지관 스님을 추모하고 “오늘 49재 법회를 맞아 인연 맺었던 사부대중 모두 슬픔으로 떠나보내는 날이 아닌 한국불교를 위해 한 길을 걸어갔던 수행자인 지관대종사를 영원히 기억하는 뜻 깊은 날로 삼아야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지관 스님과 각별한 인연을 맺어왔던 일한불교교류협의회장 미야바시 쇼겐 스님도 참석해 애도사를 했다. 미야바시 스님은 애도사에서 “같은 나이로 생전 오랜 세월에 걸쳐 우정을 쌓아온 스님과 부디 저 세상에서 다시 만나게 되기를 바란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한편 이날 49재에는 전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 단지불회 회원들과 참석 조계사 앞마당에서 스님의 왕생극락을 염원했다. 명진 스님은 “진심으로 지관 스님을 존경하는 마음에서 49재에 참석했다. 내가 못 올 이유가 없지 않느냐”면서 “단지불회 회원들과 같이 와 법당 안에 들어가기 보다는 밖이 편할 것 같아 밖에 앉아서 49재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명진 스님은 “지관 스님은 총무원장 선거 때 당신을 가장 반대했던 나에게 아무 조건 없이 봉은사 주지를 맡겼던 분”이라며 “계파와 문중 등이 득세하는 풍토에서 이해관계 없이 쉽지 않은 결정을 하고 봉은사를 잘 해달라고 했던 분”이라고 회고했다.

이날 가산문도회(회장 세민 스님)는 49재 봉행 후 지관 스님의 사리를 친견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관 스님은 1932년 포항 청하면 유계리의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16세 때인 1947년 합천 해인사에서 당대 최고의 율사로 칭송 받던 자운 스님을 은사로 득도했다. 2012년 1월2일 서울 경국사에서 세납80세, 법랍66세로 원적에 들었다. 스님의 법체는 1월3일 스님의 출가본사인 가야산 해인사에 이운됐으며 6일 해인사 연화대에서 종단장으로 다비됐다.

다음은 추모사, 법어, 추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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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모 사

‘무상한 육신으로 연꽃을 사바에 피우고 허깨비 빈 몸으로 법신의 적멸을 드러내네’ 지관대종사가 남긴 사세게의 구절입니다.

빈 몸으로 왔을 진 모르지만 이 시대의 종교계를 이끌며 천 마디의 말보다는 한 마디의 행동으로 불교정신을 몸소 실천했던 분입니다.

지관대종사는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장으로 종교평화와 공존을 위해 노력했으며 조계종 총무원장으로 취임하며 종단화합을 몸소 실천했던 이 시대의 대표적 학승이자 선지식이였습니다.

지난 1월 2일 지관대종사의 원적 소식을 들었을 때 생전에 인연을 떠올리며 한국 불교계에 남긴 업적을 돌이켜보게 되었습니다.

동국대학교 교수와 총장을 역임하며 한국 금석학의 새 지평을 열었고, 가산불교문화원을 개설해 한국불교 최초의 백과사전인 가산불교대사림을 집필하여 후학양성과 한국불교연구에 큰 업적을 남겼습니다.

조계종 총무원장으로 종단화합을 몸소 실천했고, 정부의 종교편향에 대해 ‘인평불어 수평불류(人平不語 水平不流)’란 말로 경책하며 범불교도대회의 중심에 서서 종교평화와 불교 자주권 수호의 중심에 섰습니다.

나눔의 정신을 확산하고자 불교계 최초의 공익기부재단인 ‘아름다운 동행’을 출범시켜 자비 정신을 실천했습니다.

이와 같은 업적을 남겼던 지관 대종사에게 정부 또한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하며 큰 뜻을 기렸습니다.

오늘 49재 법회를 맞아 인연 맺었던 사부대중 모두 슬픔으로 떠나 보내는 날이 아닌 한국불교를 위해 한 길을 걸어갔던 수행자인 지관대종사를 영원히 기억하는 뜻 깊은 날로 삼아야겠습니다.

불기2556년(2012) 2월 19일
종단협 부회장 태고종 총무원장 인공

법전 종정 법어

태어 날 때도 삶을 따르지 않았고
죽을 때도 당당堂堂하게 죽음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올 때도 그 자리는 비어 있었고 갈 때도 당처當處가
공적空寂하여 자취가 없었으니
어찌 나고 죽고 오고 감을 논 하겠습니까?
사대四大를 놓아 버렸으니 붙잡아 둘 수가 없고
근진根塵을 버렸으니 종횡무진 걸림이 없습니다.
성색聲色이 사라져 적멸寂滅이 바다 속보다 깊고 깊으나
분명하고 명백함이 있어 찾아보면 흔적이 없고
아득하고 심오하나 지금 우리 앞에 나타나 있습니다.
간절한 인연이 있으면 만덕萬德의 몸을 나툴 것이요
담적湛寂하고 여여如如하면 적정삼매寂靜三昧에
들 뿐입니다.

누가 저 깊고 고요함 속에 잠들어 있는
종사宗師의 푸른 눈과 귀를 열 것이며
일기일경一機一境을 보일 자는 누구입니까.
그리고 지금 눈앞에 귀가온좌歸家穩坐하여
청허淸虛함을 드러내고 있는 이는 누구이며
달을 노래하고 바람을 읊조리던 분은 어디에 있습니까.
종사宗師가 이 땅에 남긴 삼장三藏의 교해敎海와 은혜는 천년千年에 깊고
교화敎化는 만대萬代에 빛날 것입니다.
누가 자루 없는 금강보검金剛寶劍을 잡을 것이며
줄 없는 거문고로 종사宗師의 무생無生을
노래 할 것입니까?

불기2556년 2월 19일
大韓佛敎曹溪宗 宗正 法傳

추 도 사

가산당(伽山堂) 지관대종사(智冠大宗師)님!

지금이라도 청하면 큰 법문을 들려주실 것 같은데 벌써 49재를 모시는 날이 되었습니다. 카랑카랑한 그 법음을 다시 들을 길이 없다고 생각하니 또 다시 애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이제 또 누가 있어 정법안장(正法眼藏) 깊은 뜻을 저희에게 들려주시겠습니까? 스님의 행장을 되짚어 볼수록 넓고 큰 행원(行願)이 사무쳐 옵니다.

스님 방에 걸어두셨던 ‘계왕개래(繼往開來)’ 즉, 과거를 이어서 미래를 열어준다는 말씀처럼 후학들이 가르침을 올바로 알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셨으니, 불교의 사상과 문화가 과거의 유산으로 머무르지 않고 그 저변을 확대해가며 불교 연구와 중흥의 근간이 되었습니다. 그러기에 한자 한자 전 항목을 감수하시며 편찬하신 대사림은 단순한 사전을 넘어 부처님 말씀의 큰 숲으로 울창해지고 있습니다.

삼독심이 바로 세간의 평상심이기에 그 뜨거운 불 속을 지나기 위해서는 계, 정, 혜 삼학(三學)으로 견고한 갑옷을 삼아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삼매의 힘을 기르기 위해 금강석같이 수행하라셨으니, 출가사문은 사사로운 나를 버리고 공공의 정신과 요익을 위해 살겠노라고 일생의 약속으로 삼아 실천하겠습니다.

스님의 자취는 이미 40여 년 전부터 수많은 문헌으로 남아있으니, 불학연구와 후학을 가르치는 일에 한 시각도 허비하지 않으시고, 종단의 주요 소임을 두루 역임하시며 주석한 곳곳에 새로운 기풍을 진작시킨 헌신은 부족한 후학들이 사표로 우러르기에 벅차기만 합니다.

스님의 덕화는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일본과 중국, 그리고 북녘의 불교까지 아우르면서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불교의 우호까지 이루어 주셨습니다. 스님께서 열반에 드시자 이 나라의 국민은 물론 동북아와 북녘의 불교도까지 애도의 마음을 표한 것은 모두 이와 같은 큰 스님의 덕화에 따르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언제나 이 인연을 베푸신 부처님과 역대 선지식의 은혜를 갚기 위해 삼장(三藏)과 삼학(三學)에 전념하여 푸른 눈을 감지 말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던 큰스님! 지금도 그 푸른 눈으로 저희를 지켜보고 계십니까?

‘이 몸으로 항사세계 두루하여서 미진겁이 지나도록 도생하리라’고 발원하시고 ‘모두 함께 열반상에 높이 앉아서 중생위해 열반가를 제창하리라’고 다짐하셨으니 이제 그 본래 서원 잊지 마시고(不忘本誓) 하루 속히 사바세계로 돌아오시어(速還娑婆) 일대사 인연 다시 밝히시고(再明大事) 널리 뭍 중생들을 이롭게 하여 주시옵소서(菩利群生).

불기2556(2012)년 2월 19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자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