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정법 재가결사 법림법회의 제8차 대중법회가 지난 2월 5일 동국대 대각전 법당에서 1백여 불자가 동참한 가운데 ‘불성, 행복으로 향하는 문’이라는 주제로 봉행됐다. 법림의 스승이자 재가의 선지식으로 존경을 받고 있는 이제열 법사는 이날의 법문에서도 특유의 명징하고 적확한 설법으로 법회 동참대중들의 갈채를 받았다.

방편의 만연으로 정법이 거의 자취를 감춘 한국불교의 딱한 현실에서 정(正)과 사(邪)를 가리는 설법을 통해 정법을 다시금 세상에 드러내고자 출범한 법림법회에는 점차 불교를 바르게 공부하고자 하는 재가불자들이 입소문을 타고 모여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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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성을 주제로 설법을 하고 있는 법림의 스승 적연 이제열 법사. 사진=김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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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5일 동국대 대각전에서 봉행된 법림 제8차 대중법회 장면.

지난 달 설법주제인 ‘악마’에 이어 이제열 법사는 불자라면 누구나 익숙한 불성, 그렇지만 그 참 뜻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불자들이 확신을 하지 못하는 주제를 갖고 설법했다. 이제열 법사는 불성이 왜 아트만과 다른 지, 그리고 왜 대승의 정수인지, 그리고 행복으로 향하는 관문(關門)인지를 쉽고 논리적으로 설파했다.

설법이 끝난 후 동참대중들은 즉문즉설을 통해 미진하거나 평소 궁금한 것을 물었고, 이제열 법사는 즉석에서 명쾌하게 그 의문을 풀어주었다. 정법불교가 무엇인지, 법회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 지를 법회를 거듭할수록 세상에 보여주고 있는 참 법석의 모습이 현현한 것에 다름 아니었다.

한편 3월 법림법회는 오는 3월 4일(첫번째주 일요일 오후 2시) 동국대 대각전 법당에서 봉행되며, 법림 스승 적연 이제열 법사가 ‘신중(神衆), 그 오해와 진실’을 주제로 설법한다. 문의: 02) 737-8227.

다음은 2월 5일 봉행된 제8회 법림법회 ‘불성, 행복으로 향하는 문’ 설법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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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주제는 ‘불성, 행복으로 향하는 문’입니다.

인도에 가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인도의 물을 보면 황토색 아니면 회색으로 거의가 탁한 빛깔을 띠고 있습니다. 성지 순례 차 인도를 두어 차례 방문 하였는데 마시는 물 이외는 한 번도 깨끗한 물을 보기 어려웠습니다. 우리나라의 물 하고는 대조적입니다. 과거에 비해 오염은 좀 되었지만 우리나라의 계곡이나 강 저수지 물들은 그래도 맑습니다.

저는 그때 아마 인도에서는 어린이들에게 강물을 그려보라고 하면 황토색이나 회색으로 그림을 그리겠다, 하고 짐작 해보았습니다. 만약 우리나라 어린이들에게 지금이라도 강물을 그리라고 하면 틀림없이 파란 색으로 그릴 것입니다. 어쩌면 인도 어린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물은 본래 저렇게 흐리고 더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고 믿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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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귀의를 집전하고 있는 적연 이제열 법사.

그런데 왜 제가 불성을 주제로 설법을 한다고 하면서 인도 물이 어떻고 우리나라물이 어떻고 이야기를 꺼내느냐 하면 바로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 중생의 마음과 불성과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서입니다.

두루 아시다시피 불교는 마음을 청정히 하고 마음을 깨닫는 종교입니다. 물론 불교가 열반과 해탈을 얻어 세간의 모든 괴로움을 여의는데 목표를 두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이러한 일도 마음을 청정히 하고 마음을 깨닫는 것으로부터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의 마음을 한번 들여다보면 우리의 마음은 무명과 갈애와 번뇌로 가득 차 있음을 알게 됩니다. 우리들은 태어 날 때부터 자신과 세계의 실상이 무엇인지 모르는 근원적인 어리석음에 휩싸여있고 고를 낙으로 만들려는 갈망과 함께 갖가지 번뇌들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부처님의 거룩한 가르침에 의지 하지 않는 한은 이렇게 길들여진 삶의 테두리를 끝내 벗어 날수 없고 세세생생에 걸친 윤회의 고리를 단절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들의 이와 같은 마음, 즉 무명과 갈애와 갖가지 번뇌로 이루어진 마음에 대해서 대승의 가르침은 획기적이고 놀라운 사실을 밝히고 있습니다. 대승의 가르침에서 부처님은 우리들의 마음에 대해 중생의 마음은 무명과 갈애와 번뇌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부처와 똑 같은 성품을 지니고 있다고 하신 것입니다. 우리 불자들의 귀에 익숙한 ‘일체중생 실유불성’이 곧 그 말씀입니다.

‘모든 중생이 다 부처의 성품을 지니고 있다’는 이 말씀은 <대승열반경>에 나오는데 이 경에서는 중생의 마음이 비록 무명과 갖가지 번뇌에 의해 오염되기는 하였으나 그 본성을 자세히 살피게 되면 부처와 똑같은 성품을 지니고 있어 청정하기가 이를 데 없다는 가르침입니다. 사실 이와 같은 말씀은 비단 <열반경>에만 나와 있는 것만은 아닙니다. <원각경>에서도 모든 중생이 본래 부처라고 말했고 <화엄경>에서도 마음과 중생과 부처에는 아무런 차별이 없다고 말하는 등 대승경전 곳곳에 중생의 마음이 곧 부처와 같은 마음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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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법을 공부하는 분위기, 경청하는 열기는 법림법회의 가장 큰 자랑이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아마 제가 왜 아까 설법을 시작 하면서 인도의 물과 한국의 물을 비교하였는지 짐작 하시리라 믿습니다.

물은 본래 맑고 고요한 성품을 지닌 존재입니다. 물이 흐리고 물결이 이는 것은 물이 오염되고 바람이 불어 그런 것이지 물 자체가 본래부터 흐려있었거나 물결이 쳐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평생 오염 된 물만 본사람, 출렁대고 흐르는 물만 본 사람은 맑은 물이 어떻게 생겼는지 고요한 물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릅니다. 물은 본래부터 저렇게 탁하고 움직이는 성질만 가지고 있다고 여깁니다.

이는 중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생들은 스스로의 마음을 어둡고 흔들리는 존재로만 여깁니다. 다시 말해 중생들은 기나긴 세월을 생사윤회 하면서 한 번도 자신의 마음이 본래 부처와 같은 성품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그저 중생은 무명 속에서 번뇌나 일으키는 존재로만 아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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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문을 경청한 후 발원문을 낭송하고 있는 불자들.

따라서 대승의 가르침에서는 중생의 이와 같은 마음에 대한 시각을 철저히 부정하고 새롭게 볼 것을 요구합니다. 마음을 부정적 측면에서만 바라보지 말고 긍정적 측면을 발견하라는 것입니다. 비록 물이 오염되고 흔들리지만 그 본래성품은 맑고 고요하듯 우리의 마음에 불성이 있음을 깨달으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왜 대승의 가르침에서는 불성을 깨달으라 하는가? 바로 불성 속에는 부처가 이룬 모든 공덕이 본래부터 갖추어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마치 물이 오염이 되었다 할지라도 그 깨끗한 본래의 성질은 그대로 지니고 있어 정화를 시키게 되면 먹고 씻을 수 있는 것처럼 우리가 수행을 통해서 불성을 발현 하게 되면 불성 자체 속에 들어 있는 모든 공덕이 우리를 복되게 합니다.

불성을 설하고 있는 <열반경>에서 부처님은 불성은 가난한 집안의 창고 속에 든 보배와 같다고 하시고 어느 중생이든지 이를 찾기만 한다면 삼세의 부처님과 같이 일체의 복락을 누리게 된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부처님은 이 불성이 지니고 공덕에 대해 ‘불성은 곧 모든 부처님이 이루신 정각이며 열반이고 해탈로 상락아정(常樂我靜)의 네가지 덕을 구비하고 있다’ 하셨습니다. 상락아정이란 항상하고, 즐겁고, 주체적이고, 청정하다는 의미입니다. 불성을 깨닫게 되면 한결같은 기쁨과 행복이 주어지고 흔들림 없는 완벽한 삶이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불성의 측면에서 보면 이 세상에 괴로움은 실재가 아닌 환상으로 본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중생의 미혹으로 볼 때에 인생은 괴로움이지만 불성으로 보면 행복입니다. 설혹 병들고 가난하고 이별을 해도 이 사바세계에 나고 죽으면서 윤회를 해도 불성으로 보면 모두가 해탈이며 정토로 불행과 고통은 없습니다.

바로 이러한 까닭으로 대승 불교에서는 이와 같은 불성 사상으로 인해 수행의 목표점을 불성을 깨닫는 것으로 두고 있습니다. 왜냐 하면 마음의 불성을 바로 깨달으면 그대로 정각과 해탈과 열반이 성취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대승의 신앙은 불법승 삼보를 믿는 것과 함께 우리의 마음에 불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믿습니다. 선종에서는 불성을 아예 부처라고 해석하고 내가 곧 부처임을 믿고 수행을 합니다. 선종에서 견성을 했다는 것은 곧 이와 같은 불성을 본 것을 말합니다. 달라이라마 존자는 불성을 부처의 지혜라고 표현을 하시면서 불성의 계발을 강조하였습니다. 저 역시 이 자리에서 불자님들께 자신의 마음에 지금도 갖추어져 있는 불성의 회복을 위해 수행 할 것을 강력히 권해 드립니다.

여러분의 마음이 아무리 어둡고 괴롭다 할지라도 여러분의 본래 모습은 부처이며 해탈인 것입니다. 물론 이와 같은 경계 역시 모두가 수행을 통해 이루어지지만 우선은 여러분이 이 불성의 이치를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일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집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이와 같은 불성에 대해 적지 않은 이들이 크게 오해를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즉, 불성을 두고 하는 말 가운데에 불성은 부처님이 설하신 무아의 법과 모순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대승불교에서 주장하는 불성은 힌두교의 아트만 사상으로 정법이 아니라고 합니다.

특히 이러한 공격은 남방 상좌부 불교의 영향을 받은 분들에 의해 행해지고 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그분들을 향해 묻고 싶습니다. 대승불교의 불성이 왜 아트만인지 그 근거를 대라고 말입니다. 그분들은 불성을 비판 하고는 있지만 정작 <대승열반경>의 요체가 무엇인지 모르고 있고 불성과 관계 된 대승 논서 하나 제대로 본적이 없을 것입니다.

확신적으로 말 하건데 불성은 힌두교의 ‘아트만’이나 ‘푸드갈라’ 혹은 ‘지와’의 성격을 지닌 용어가 아닙니다. 중생의 마음 안에 자리하고 있는 불멸하는 영혼 혹은 어떤 실체나 근원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불성은 진아도 참나도 주인공도 자아도 근원도 생명도 영혼도 아닙니다. 불성이란 마음의 본래모습으로 무명과 번뇌와 업이 일기 전의 청정하고 고요하고 한결같은 마음입니다.

예를 들어 여기 계신 거사님은 언제나 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 거사님이 술을 마시게 되면 술 취한 사람이 되는 것과 같습니다. 한 거사님에게 성한 사람과 취한 사람이 있는 것이지 술 취한 사람 속에 또 한사람의 성한 사람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해심밀경>에서 부처님은 ‘의타기(依他起)로 일어난 무자성(無自性)이며 무아(無我)인 마음에 대해 중생스스로가 미혹하여 자아가 있다는 변계소집(遍計所執)의 망견을 일으키지만, 변계소집 또한 무자성이며 무아인 고로 이를 깨달으면 원만하여 참 된 부처의 마음인 원성실성(圓成實性)이 된다’고 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중생의 마음은 인연으로 일어났으므로 곧 무아이고 무아이기 때문에 마음 그대로가 불성이라는 뜻입니다. 마치 탁하고 파도치는 물의 성품이 곧 맑고 고요한 물의 성품으로 서로 다르지 않듯 무명과 불성 번뇌와 보리 중생과 부처는 본질적으로 차별이 없는 것입니다.

불성의 이치가 이와 같음에도 불구하고 불성을 비방하는 것은 마치 평생 동안 흐린 물만 바라보고 살던 사람에게 물은 본래 맑은 모습이라고 말하면 그는 흐린 물속에 따로 맑은 물이 있다는 말로 여겨 일러준 사람을 향해 꾸짖는 일과도 같습니다.

사실 저는 상좌부 불교에서 전부로 삼고 있는 초기 경전의 가르침에 대해 소승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으려고 합니다만, 초기 경전에서는 중생의 마음을 무명에 초점을 두고 설명합니다. 중생의 마음을 부정적 시각으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초기 경전의 입장에서는 중생은 본래부터 무명으로 갈애로 업으로 번뇌로 생사로 헤매기만 하는 존재입니다.

그러나 대승은 중생을 좀 더 긍정적 시각으로 보려고 했습니다. 물론 초기 불교의 관점을 그대로 계승하면서도 진일보한 시각으로 중생을 바라보았습니다.

초기 불교에서의 수행은 무상(無常)과 무아(無我)와 고(苦)를 알고 갈애를 타파하여 열반(涅槃)을 실현합니다. 그러나 대승 불교에서는 무상, 무아, 고를 아는 일 보다 전미개오(轉迷開悟), 전식득지(轉識得智)를 요구합니다. 이 때 오(悟)라든지(智)라는 말은 곧 불성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불성 자체에 열반의 공덕이 스스로 갖추어져 있어 불성을 보면 그대로 열반이 실현 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는 물의 속성을 되찾아 본래 청정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전환의 단계는 계, 정, 혜의 세 단계가 있습니다. 계에서 일차적 청정을 얻고, 정에서 이차적 정화를 얻고 혜에서 완전한 정화를 성취합니다.

우리는 불성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해야 하고, 불성에 대한 신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불성을 발현시키겠다는 발심과 구체적인 노력을 해야만 합니다.

여러분이 만약 불성에 대한 신심과 이를 발현하려는 노력을 하게 되면 여러분은 부처님의 은혜가 어떠한지를 분명히 알게 됩니다. 불성은 맑고 고요하지만 결코 여러분을 수동적이거나 소극적인 삶으로 인도하지 않습니다. 불성은 우리의 삶을 좀 더 밝고 활발하며 진취적인 상태로 나아가게 합니다. 누구라도 열심히 정진하여 불성의 빛을 조금이라도 친견하게 되면 그 밝음은 여러분을 지켜주고 여러분을 안락케 할 것입니다.

모쪼록 이 법림법회에 동참 하신 모든 분들께 부처님의 사랑과 가피가 가득하시기를 축원하며 불성의 광명이 모든 곳에 현전하시기를 바라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