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등회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다. 문화재청은 27일 문화재위원회 무형문화재분과 회의를 열어 연등회를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예고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관련 조계종은 27일 환영논평을 발표하고, “이번 지정 예고를 계기로 연등회보존위원회가 연등회의 문화유산적 가치를 온전히 지키고 전통을 복원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나아가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더욱 더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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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등회 장면. <미디어붓다 자료사진>

다음은 조계종의 환영논평 전문 및 연등회의 문화재적 가치에 대한 조계종 문화부의 설명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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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환영 논평

이번 문화재청의 연등회(燃燈會) 중요무형문화재 지정 예고 결정에 대하여 우리 종단은 진심으로 환영하는 바입니다.

연등회는 지혜와 깨달음을 상징하는 연등으로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불교의 전통문화이자 천년을 이어온 우리의 찬란한 문화유산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만나는 연등회는 천년의 세월동안 우리 민족의 삶을 담고 있는 전통문화의 자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연등회보존위원회는 연등회를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로 전승해나가고 아울러 자발적이고 열정적인 문화 축제로 시대에 맞게 창조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이번 연등회 문화재 지정 예고는 연등회의 문화유산적 가치와 연등회보존위원회의 전승의지를 인정해준 계기이며, 세계에 한국 불교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초석이 될 것입니다.

우리 종단은 이번 지정 예고를 계기로 연등회보존위원회가 연등회의 문화유산적 가치를 온전히 지키고 전통을 복원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나아가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더욱 더 노력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연등회 중요무형문화재 지정 예고를 환영하며, 연등회가 국민과 함께하는 우리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으로 전승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불기 2556(2012)년 1월 27일
대한불교조계종 대변인・총무원 기획실장 정만

*연등회의 전통성과 무형문화재적 가치

연등회(燃燈會)는 번뇌와 무지로 어두운 세상을 지혜와 깨달음의 빛으로 환하게 밝혀주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탄신을 등(燈)을 밝혀 봉축하는 불교전통의식입니다.

본래 연등(燃燈)이란 ‘등(燈)을 밝힌다’는 뜻으로, 예로부터 불가에서는 지혜의 상징인 등불을 부처님 앞에 바치는 연등 공양을 중요하게 생각해 왔습니다. 또한 연등을 보면서〔觀燈 혹은 看燈〕 마음을 밝히는 것도 연등과 더불어 중시되었습니다. <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 <화엄경(華嚴經)>, <불설시등공덕경(佛說施燈功德經)>, <현우경(賢愚經)> 등에는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바친 연등공양의 공덕이 실려 있습니다.

연등은 불교 발생 초기부터 널리 성행되었던 보편적인 불교의식으로, 우리나라에서 연등 행사와 관련된 최초의 기록은 통일신라시대 경문왕 6년(866) 정월 보름에 왕이 황룡사로 행차하여 등불을 구경하고 신하들에게 연회를 베풀었다고 하는 <삼국사기(三國史記)> 의 기사입니다. 통일신라시대 연등 행사는 중국 상원연등회 영향으로 정월대보름에 개최되었고, 고려를 건국한 태조 왕건도 이러한 전례를 수용하여 정월 보름의 연등행사를 국가적 차원의 불교의례로 법제화하였습니다.

불교를 국교(國敎)로 숭상했던 고려에서는 불교의식이 단순한 종교적 기능만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들의 연대감을 재확인하고 고취시키는 사회통합의 기능까지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왕건은 성별, 신분을 막론하고 모든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연등 행사를 국가적인 축제로 만들어 매년 성대하게 설행했던 것입니다.

고려의 상원 연등회는 성종의 유교적 정치이념에 따라 잠시 중단되었다가 현종 즉위년(1010)에 다시 부활하게 됩니다. 이 때 고려의 농사 절기에 맞게 설행 시기가 2월 보름으로 변경되어, 2월 연등회는 고려가 멸망할 때까지 국가의례로써 지속되었습니다.

한편, 고려시대에는 정월과 2월 보름 연등 행사 이외에도 석가탄신일인 4월 초파일 연등 행사가 설행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의 4월 초파일 연등에 관한 최초의 기록은 의종 때 백선연이 석가탄신일을 맞이하여 등불을 밝혔다는 <고려사> 기사입니다. 불교 문화권에서 중요하게 여겨졌던 석가탄신일과 이를 기념하는 행사는 무신집권기에 최우에 의해서 4월 초파일 연등회로 발전하게 됩니다.

최우에 의해 성대하게 설행되기 시작한 4월 초파일 연등회에서는 무대를 가설하고 밤새도록 기악과 온갖 잡희를 연출하여 당시 도읍 안의 남녀노소 구경꾼들이 떼를 지어 몰려와 구경을 할 정도로 화려했다고 합니다.

고려 멸망 이후에 유교적인 정치이념의 구현을 지향하며 건국된 조선에서도 불교는 여전히 민심과 밀착된 사회문화적 공통분모로 기능하였습니다. 따라서 조선시대에는 고려시대 상원연등회의 국가의례로써의 위상은 낮아졌으나, 민간에서 개인적인 복덕을 기원하는 4월 초파일 연등회는 중요한 불교행사로 더욱 성행하게 되었습니다. 조선시대 4월 초파일 연등 행사에서는 무엇보다도 개인의 연등공양 공덕이 중시되어, 구슬과 옥으로 매우 화려하게 만든 등을 달고 이를 바라보며 즐기는 관등놀이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조선시대 4월 초파일 연등 행사는 민가와 관청, 시장, 거리의 집집마다 대나무를 묶어 등간을 세우고 오색 비단으로 깃발을 만들어 맨 위에 달고 깃발 바로 아래 갈고리를 만들어서 줄을 꿴 후 등을 아래로 쭉 내려다는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민가에서는 자녀의 수대로 등을 달아 9일 동안 밝혀두었다고 하며, 밤이 되어 등이 켜지면 등불 모양이 층층으로 이어져서 마치 구슬을 꿴 것처럼 보였다고 합니다.

<동국세시기>에는 수박등, 마늘등, 연꽃등, 칠성등, 오행등, 일월등, 종등, 북등, 가마등, 병등, 방울등, 봉황등, 학등, 거북등, 사자등, 잉어등, 수복등, 태평등, 만세등, 남산등과 같은 각양각색의 등의 모양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4월 초파일 밤에는 온 장안 사람들은 사찰에 가서 등을 달기도 하고, 초저녁부터 높은 곳에 올라가, 화려하게 불을 밝힌 등을 구경하며 즐겼습니다. 또, 어린이들은 물동이에 바가지를 엎어놓고 돌려가면서 두드리는 수부놀이를 했다고도 전해집니다.

‘파일’이란 음력 4월 초파일, 곧 석가탄신일을 의미하는 말로, 이 용어는 불교 문화권에서 우리나라에서만 유일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파일놀이’란 석가탄신일을 맞이하여 즐기는 놀이의 통칭이라 할 수 있으며, 관등놀이, 호기놀이, 만석중놀이, 굴등놀이, 방석불놀이, 낙화놀이, 불꽃놀이, 제등행렬, 유등놀이 등이 파일놀이의 중심이 됩니다. 이 외에도 장터나 거리에서는 농악, 기생연주, 씨름, 활쏘기, 남사당패 놀이가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문화현상도 시대상을 반영하며 변화해 갑니다. 또한 같은 문화라 할지라도 전파된 나라별로 문화는 전혀 다른 내용과 의미를 가지고 변화, 발전해갑니다. 그 변화의 궤적을 추적하다보면, 그 안에서 해당 사회의 문화적 요구와 변화의 필연성들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근대에 연등회 관련 기록으로는 1907년 명진학교의 행사가 보이며, 일제강점기를 거쳐 1945년 광복 이후 지금까지 설행되고 있는 한국의 연등회는 관불의식이나 연등행렬에서 찾아볼 수 있는 불교 의식으로서의 전통과 함께, 오랜 역사를 통하여 민중 문화와 습합하면서 생겨난 민중의 축제로써의 성격도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동아시아 불교문화의 보편성과 함께, 한국 사회만의 문화적 특수성도 반영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만나는 연등회는 천 년에 걸친, 다양하고도 의미있는 시대정신의 변화상과 삶의 모습을 담고 있는 한국 전통 문화의 보고(寶庫)라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연등회보존위원회에서는 ‘문화 산업’이 각광받는 오늘날의 현실에서 연등회가 상업 자본에 휘둘리는 ‘쇼 비즈니스’로 전락하지 않고, 경건한 종교적 의미를 되새기는 불교의식이자 소박하지만 열정적인 문화축제의 본 모습을 지켜가도록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노력할 것입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문화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