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의 선지식’ 적연 이제열 법사를 스승으로 한 재가정법결사 법림의 새해 첫 법회가 1월 8일 오후 2시 동국대 대각전에서 ‘부처와 악마’를 주제로 여법히 봉행됐다. 악마에 대한 명쾌한 정의와 불자들이 행해야할 수행방향을 제시한 이제열 법사의 명법문에 120여 명의 동참불자들은 뜨거운 박수로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제열 법사의 1월 8일 첫 법문을 요약 게재한다. <편집자>

불교는 변해야 한다. 불교는 복덕과 지혜, 행복을 주는 종교이다. 진정한 복혜와 행복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한국불교 신행의 형태는 변해야 한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의거해 열반과 해탈과 깨달음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부처님께서 가르침을 펼치지 않으셨다면 우리는 고통과 생사윤회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찾지 못했을 것이다. 따라서 최고의 가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다. 아직도 부처님에게 빌어서 어떤 것을 구하고자 하는 불자가 있다면, 그는 절에 다녀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만나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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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대각전에서 지난 1월 8일 열린 법림법회 장면. 사진=김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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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열 법사의 법문을 경청하기 위해 모인 불자들이 청법례를 하고 있다.

불교에서는 다른 종교에 비해 악마를 잘 이야기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악마에 대해 불자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악마, 즉 마왕 파순은 타화자재천의 신을 말한다. 이 마왕은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 진리를 깨닫게 됨으로써 마왕의 세력이 미약해질 것을 우려해서 고타마 붓다의 깨달음을 방해하고 정법을 파괴하기 위해 여러 가지 공격을 획책했다는 것이다.

불교에서 마란, 죽음이나, 불행, 욕망, 무지, 거짓 등 온갖 부정적인 것들을 말한다. 부처님께서 무명을 밝히고 깨달음을 얻어 무상의 진리를 깨달아 펼칠 경우 마왕은 자신이 이끄는 마군들이 크게 위협을 받을 것이 분명하므로 보리수 나무 아래에서 깨달음을 이루고 열반을 실현하기 직전에 있던 고타마에게 마군을 보내 유혹과 협박을 자행했다. 마군들은 고타마의 약점을 찾았으나 결코 약점을 찾을 수 없었다. 어떤 유혹이나 회유, 협박도 통하지 않자 마왕 파순은 직접 고타마 앞에 나타나 묻는다.

“고타마여, 그대는 그대가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그대가 세상의 즐거움을 버리고, 행복과 권리와 명예도 버리고 출가하여 진리를 깨달은 부처가 되겠다고 하는데, 그대가 이 자리에서 부처가 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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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청하는 불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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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공부하는 어린이 불자. 법림법회에는 남녀노소 사부대중이 모두 참석하는 법회로 변화하고 있다.

사실 마왕 파순의 이 질문은 단순히 고타마에게만 향한 질문이 아니다. 이 질문은 불교에 귀의해 성불하겠다는 우리 모든 불자들에게도 똑같이 던져지는 질문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오늘 이 법림법회에 참석한 불자들에게 묻겠다. “여러분들이 부처가 되겠다고 하는데, 그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 질문은 오늘날 모든 불자들에게도 똑같이 통용되는 것이다.

보리수 나무 아래에서 선정에 들어 있던 고타마는 악마를 보면서도, 악마의 소리를 들으면서도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말을 하지 않고 오른손 검지 손가락으로 대지(땅)을 가리켰다. 대지가 진동하며 6종으로 진동을 하며 땅속에서 거대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고타마는 거룩한 부처가 될 수 있는 자격과 권세를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다. 고타마가 부처가 될 수 있는 것은 과거의 인행의 결과이다.”

고타마가 이윽고 눈을 뜨고 악마를 바라보는 순간, 그 모습이 고타마 자신의 모습과 동일한 것임을 보았다. 악마란 다름이 아닌 스스로임을, 불교에서 악마, 악마의 정체는 자신과 같은 뿌리를 가진 자이며, 그 정체는 자신, 즉 오온임을 보았던 것이다. 고타마는 그 모습을 더 자세히 관찰했다. 그 순간 자신의 오온이 무너지고 악마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것을 보았다. 부처님은 파왕 파순에게 한마디를 던졌다.

“파순이여, 그대는 물러감이 좋으리라. 왜냐하면, 나는 너의 정체를 안다.”

그 뒤로도 부처님께는 몇 차례 더 악마가 나타났다. 그때마다 부처님은 ‘악마여, 나는 너의 정체를 안다’고 말했고, 악마는 물러났다. 이 것은 매우 중요한 가르침이다. 악마는 모르니까 나타나는 것이지, 알면 사라지는 존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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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법회. 법림법회만에서 볼 수 있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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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림법회는 정사를 가리는 국내에서 흔치 않은 법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불자들은 이 악마가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도 모르고, 악마의 정체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자세히 악마에 대해 설명하고 계시지만 불자들은 악마에 대해 너무도 모르고 있다. 불교에서의 악마란 인간이 가진 모든 육체적·정신적 작용과 행위는 다 ‘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비통과 슬픔, 파괴와 이별, 허영, 거만, 욕망, 두려움, 명예 등 모든 것들이 다 마임을 알아야 한다. 다시 말해 모든 중생은 다 마인 것이다.

부처 제자가 님께 한악마에 대해 묻는 내용이 아함경에 있다. 내용은 이렇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악마, 악마 하시는데 악마란 무엇입니까?”

“비구여 색수상행식이 곧 악마이니라.”

이런 가르침에 대해 받아들이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불교, 참 어떡하란 말이냐고 따지고 싶을 수도 있다. 너무한다. 도대체 이 세상에 아름답고 선한 것이 많은데 모든 것이 마라고 하니,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너무하다 싶게 느껴진다. 나도 처음 공부를 할 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우리는 인간을 바라보는 부처님의 지독할 정도로 부정적인 견해에 대해서 숙고해야 한다. 삶과 죽음의 영역은 마라의 영역이고, 삶과 죽음을 벗어난 영역이 부처의 영역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생사를 벗어나지 못했고, 명예와 권리와 욕망에 대한 갈애를 벗어버리지 못했기에 마라의 영역에서 살아가고 있다. 부정하고 싶어도 우리는 오온에 붙잡혀 있고, 오온에 침잠해 있다. 그러므로 누구나 미래가 불투명하다.

따라서 부처님의 악마에 관한 법문은 곧 중생에 대한 경고이다. 부처님은 중생들에게 불법을 통해서 근원적인 개혁할 것을 요구한다. 어떤 개혁인가. 마라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절에 아무리 오래 다녀도 오온의 변화가 없으면 불교를 잘못 믿는 것이라는 뜻이다.

종교에서의 은혜와 은총은 변화이다. 즉 오온의 변화를 말한다. 이는 마라의 세계에서 부처님의 세계로 변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그 변화를 하지 않고서는 부처님의 광명이 아무리 법계에 가득 차 있다고 하더라도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는 있을 수 없다. 불교는 빌어서 무엇인가를 얻는 종교가 아니다. 마음 밖의 부처가 여러분들에게 가피와 지혜와 자비를 줄 것이라는 망견을 떨쳐 버려야 한다. 이 점이 이웃 종교와 확연히 다른 점이다.

임진년 새해, 여러분이 진정으로 부처님의 광명을 얻고자 한다면 오늘 이 법문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법림법회의 2월 법회는 오는 2월 5일(일) 오후 2시부터 동국대 대각전에서 ‘불성’을 주제로 봉행된다. 부처님의 정법을 올곧이 배우고 실천하고자 하는 불자라면 누구나 동참할 수 있다. 법회동참금은 1만원.

*1월 8일 법림법회 동영상은 다음카페 유마선원의 법문자료실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