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1년 일제강점기 사찰 재산을 국가에서 관리통제하기 위해 제정된 사찰령 이후 꼭 100년 만에 사찰 재산의 보존과 관리 활용의 자율성과 자주성이 확보됐다. 아울러 전통문화유산을 규제와 관리 중심에서 보존과 지원으로 전환했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전통문화유산을 효과적으로 보존 활용하기 위한 지원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전통사찰의 보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하 전사법)이 지난 12월 29일 재석 183인 중 찬성 180인, 반대 1인, 기권 2인으로서 국회에서 통과됐다.

이날 통과된 전사법은 ▲경내지를 ‘전통사찰보존지’로 명칭 변경하고, 그 범위를 법률에 직접 규정(안 제2조제3호)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전통사찰의 보존·관리 및 활용을 위해 적극 노력(안 제3조의2 신설) ▲시·도지사가 전통사찰보존구역 및 전통사찰 역사문화보존구역을 변경·해제할 수 있도록 함(안 제6조 및 제10조) ▲동산·부동산 양도 등 허가에 관한 사항과 전통사찰보존지 내 행위 허가에 관한 사항을 분리하여 별도로 규정(안 제9조, 제9조의2 및 제9조의3) ▲전통사찰과 전통사찰의 문화유산을 효과적으로 보존·활용하기 위한 조사·연구 및 문화행사 등에 대한 지원근거를 마련(안 제10조의2) ▲전통사찰의 주지가 방재시설을 설치 또는 유지·관리할 경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의 범위에서 그 비용의 전부나 일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함(안 제19조의2 신설) ▲전통사찰문화연구원의 설립, 재산목록의 작성·비치, 재산관리인 임명에 관해 규정하고 있는 조항 삭제 등 개정 또는 신설을 주용 내용으로 하고 있다.

크게보기
오대산국립공원 내에 위치한 월정사 전경. <자료사진>

조계종은 사찰령을 시작으로 100년 동안 국가가 불교를 통제 관리해온 법률을 개정해 교단의 자율적 관리를 확립하기 위한 것으로, 지난 2010년 33대 집행부 주요과제로 선정, 올 1월부터 문화체육관광부 종무실과 여야를 막론한 국회의원들과 함께 개정작업 추진해 지난 1년여 만에 개정을 이끌어 냈다.

특히 지난 5월 전재희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일부 개정안과 9월 강창일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이 종단과 협의가 되지 않고 국회 문방위원회에 상정돼 이를 단일화하는 대안을 지난 12월 21일 발의하고 8일 만인 12월 29일 국회 본회의 의결을 이끌어냈다.

이석심 기획차장은 “이번 전사법 개정은 1911~1962년까지의 사찰령 및 사찰령 시행규칙, 1962~1987년 불교재산관리법, 1987~2009년 전통사찰보존법, 2009~2012년 전통사찰의 보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이르기 까지 100년 동안 사찰의 재산을 국가에서 관리 통제하고자 했던 것에서 재산목록의 작성·비치(제11조), 재산관리인 임명(제16조)을 삭제해 사찰의 자율성과 자주성을 확대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또 “국가가 전통사찰문화연구원을 설립(제7조의 2)해 사찰의 정보를 수집 연구 활용하려는 조항을 삭제하고, 전통사찰의 보호 및 지원(제10조의 2)의 규정을 명확히 하고, 화재 및 재난 방지(제19조의 2)의 조항을 신설해 사찰이 주체적으로 사찰을 보존하고 나아가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경내지’를 ‘전통사찰보존지(제2조제3호)’로 명칭을 변경하고,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제3조의 2)의 신설, 전통사찰의 보호 및 지원 근거(제10조의 2) 등을 통해 국가가 관리·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사찰이 전통문화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으로 전환했다”는 점도 의의로 꼽았다.

“동산·부동산 양도 등 허가에 관한 사항과 전통사찰보존지 내 행위 허가에 관한 사항을 분리해 별도로 규정해 사찰의 건조물을 신축·증축·개축·재축·이축·철거 등의 행위를 할 경우와 개발제한구역 내의 증축할 경우(제9조, 제9조의 2 및 제9조의 3)을 제외하고는 자연공원법,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산지관리법 등의 허가사항은 국가(지자체)가 스스로 행정처리하도록 의제”해 공무원들의 역할을 규정한 것도 눈에 띠는 개정 성과다.

*‘전사법’ 개정의 세부내용?

제1조(목적)은 기존 전사법의 ‘불교전통문화유산을 보존 및 지원함으로써’라고 규정한 법 제정 목적을 ‘문화유산을 보존·지원함으로써 전통문화의 계승’으로 의미를 확대했다. 기존 법은 특정종교에 정부 예산 지원 등의 시비가 있었으나, 이번 개정으로 이 시비는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제2조(정의) 조항에서는 전통사찰의 의미를 승려의 수행과 신도 교화를 위한 시설 및 ‘공간’으로 확대했다. 전통사찰의 구역을 담장으로 인식하는 기존 문제를 일소하고, 전통사찰을 사찰의 소유지 전역으로 인식을 넓히도록 했다.

제3조의2에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규정화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전통사찰의 보존·관리 및 활용을 위해 적극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그동안 보존·관리에만 국한된 국가 등의 책무를 ‘활용’에도 관심을 기울이도록 명문화했다. 불교문화콘텐츠의 활용이라는 측면에서의 국가책무를 규정해 의미가 크다.

제4조의 2((경내건물 및 경내지의 정의)에서는 ‘주지’를 ‘전통사찰의 대표자로서 사찰의 운영 및 재산을 관리하고 전통사찰의 보존·발전·계승’을 관장하는 승려‘로 개정해 주지가 사찰의 재산관리자라는 기존의 의미축소를 극복했다.

제4조의 4는 ‘문화유산’의 의미를 기존의 유형문화재 중심에서 불교의례, 불교예능, 세시풍속, 전통문화행사 등 무형문화유산‘까지로 의미를 확장했다.

제7조의 2(전통사찰문화연구원 설립)의 조항은 전체 삭제 폐기됐다. 이 조항은 전통사찰문화연구원의 설립을 문화관광부 산하에 법인으로 하도록 규정해 불교계가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기 어렵고, 국가가 운영하는 법인이 불교문화유산의 자료 등을 마음대로 수집 활용토록해 불교계로서는 실익이 거의 없다는 판단에서 이루어진 개정이다.

제10조의 2(전통사찰의 보호 및 지원)는 그동안 전통사찰과 전통사찰의 문화유산을 보호 보존하는 측면에서 국가의 지원만을 규정했던 조항을 ‘보존과 활용’을 위한 조사·연구 및 문화행사 지원 등으로 국가와 지자체의 지원 범위를 확대할 수 있도록 했다.

제16조(재산관리인의 임명)는 완전 삭제됐다. 이 조항은 국가가 사찰의 재산관리인을 임명해 사찰을 직접 통제하는 규정으로 악용된 조항이다. 1970,80년대 불교재산관리법 폐지 운동 당시도 이 조항의 폐기 요구가 거셌다. 이 조항의 폐지는 불교의 자율성과 자주성 확보 측면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

제19조(보조금)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을 기존의 ‘보존·관리’에만 국한된 것을 ‘보존·관리·활용’으로까지 확대했다. 또 제19조의 2(화재 및 재난 방지 등) 조항 역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전통사찰의 주지가 방재시설을 설치 또는 유지·관리할 경우 예산의 범위에서 소요비용의 전부나 일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해 사실상 시설비로만 지원되던 보조금이 활용 등 유지보수로 확대돼 지속적 예산 지원의 길을 열어놓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