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의 중심 지역이라 할 수 있는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강동구 등 강남 4구의 지역사회 발전을 도모하고 조계종 스님들 간의 교류와 유대강화를 통해 불교 발전과 포교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대한불교조계종 강남지역 사암연합회’(이하 강남지역 사암연합회) 창립총회가 12월 16일(금) 오후 2시 구룡사에서 창립법회를 갖고 출범했다.

‘강남지역 사암연합회’는 지난 6월 중순 준비모임을 결성하고 7월부터는 금강선원 선원장 혜거 스님, 구룡사 회주 정우 스님, 불광사 회주 지홍 스님, 봉은사 주지 진화 스님, 대성사 주지 법안 스님, 법룡사 주지 혜광 스님 등 강남 4구 대표사찰의 주지 모임 속에서 구체적으로 논의·구성되었다.

크게보기
강남4구 소재 조계종 사찰 35곳이 참여한 강남지역 사암연합회가 지난 12월 16일 창립돼 한국사회 중심지역으로 자리매김한 강남지역 포교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크게보기
강남지역 사암연합회 회장에 구룡사 회주 정우 스님이 추대됐다.

크게보기
강남4구 조계종사암연합회 창립법회 장면.

강남 4구 소재 조계종 사찰 35곳이 참여한 ‘강남지역 사암연합회’는 금강선원 회주 혜거스님이 고문을, 구룡사 회주 정우스님이 회장을 그리고 불광사 회주 지홍스님(송파구), 봉은사 주지 진화스님(강남구), 대성사 주지 법안스님(서초구), 동명불원 주지 덕천스님(강동구), 법륭사 주지 지유스님(비구니)이 공동부회장을 각각 맡았다.

‘강남지역 사암연합회’는 법회 및 문화행사의 공동 개최를 통한 상호 교류, 지역단위 불교 발전을 위한 진취적인 비전 제시, 지역 포교와 복리 증진을 위한 다양한 노력 등을 2012년도 주요사업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조계종 강남지역 사암연합회 창립선언문
--------------------------------

“비구들이여, 수시로 모여서 법(法)을 이야기하라. 그러면 도(道)는 항상 그 곁에 머물게 되리라.” -반니원경

부처님은 정법이 오래 머물기를 원한다면 자주 모여서 법(法)을 이야기하라고 하셨습니다. 수시로 모여 진리에 대해 함께 토론함으로써 부처님의 가르침을 올바르게 공유하고, 얽혀 있던 오해를 풀고 물과 우유처럼 화합하는 승가(僧家)가 되라는 것입니다. 얼굴을 마주하고 마음을 나눌 때 도반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 생기며, 작은 힘이라도 서로 협력하면 원대한 불사(佛事)를 성취할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저희 강남지역 불자들은 이와 같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안으로는 강남지역의 불교 발전과 지역사회 발전에 공헌하고, 밖으로는 불교 중흥과 정의로운 사회 건설에 이바지 하고자 ‘대한불교조계종 강남지역 사암연합회’를 창립합니다.

강남의 빛과 그림자

서울의 강남은 한강의 기적을 딛고 선 곳으로 경제 성장의 상징과도 같은 곳입니다. 주요 기업의 컨트롤 타워가 집중되어 있는 것은 물론 국가경제와 금융의 중심지로 발전하였습니다. 나아가 우리나라 교육의 중심지로서 지식인들과 전문가 그룹이 집중되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모래벌판에 불과하던 땅이 산업화와 더불어 경제의 중심지가 되면서 이곳은 물질적 가치가 지배하는 곳이 되었으며, 고학력 전문가 그룹이 모여 있지만 향락산업의 1번지가 되었습니다. 나아가 성장의 그늘 아래 가난한 사람들의 쪽방촌이 공존하는 것이 강남의 현실입니다. 물질적 풍요와 향락은 가득하지만 전통문화와 정신적 가치가 빈곤한 곳이 강남입니다.

따라서 이곳이야말로 ‘맑은 가난(淸貧)’과 나눔을 강조하는 불교의 역할이 절실한 곳이며, 깨끗한 마음과 삶을 추구하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필요한 곳입니다. 불교는 이곳에서 성장의 열매를 함께 나누는 역할을 해야 하며, 삶의 참다운 의미를 제시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물질과 정신의 균형, 부자와 빈자의 공존, 종교적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땅에서 넘어진 자 땅을 딛고 일어서라

무역 1조 달러의 위업을 달성한 무역센터는 옛 봉은사 땅에 건립되었고, 한국의 대표적인 교회들이 강남에 즐비하지만 불교는 상대적으로 위축되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보조 스님은 <정혜결사문> 첫머리에서 “땅에서 넘어진 자 땅을 딛고 일어서라.”고 했습니다. 한국불교는 강남으로 상징되는 급격한 물질적 성장과 사회적 변동이라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사람과 같습니다. 그러나 불교 중흥은 우리가 넘어진 이 땅을 버리고 따로 도모할 수 없습니다. 강남지역 사부대중이 힘을 합치고, 불교 발전과 대사회적 실천을 다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다행히 이곳에도 찬란한 불법의 전통이 면면히 내려오고 있으며, 정법의 향기가 곳곳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인도의 고승 마라난타 스님은 백제 침류왕 원년(384년), 위례성에 도착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였으니 그곳이 바로 강남입니다. 나아가 통일신라 원성왕 10년(794년) 왕실에서 견성사(見性寺)를 세우니 그곳이 바로 봉은사 터입니다.

특히 1980년대 들어 불교 현대화와 대중화에 앞장섰던 사찰들도 강남의 주요 사찰들입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봉은사는 강남불교의 중심으로 역할을 해 왔으며, 잠실벌에서 시작된 광덕 큰스님의 불광운동은 포교의 새로운 모범을 개척하였습니다. 나아가 대중포교의 원력으로 도심포교의 새로운 장을 확립한 구룡사와 능인선원 등 여러 사찰들이 그 주인공입니다.

그러나 지역 내의 사부대중이 함께 모여 이 지역의 불교가 나아갈 바를 토론하고, 지역사회에서 불교의 연대와 역할을 모색하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만해 스님은 “마음을 뭉치면 초나라와 월나라 사람들도 형제가 될 수 있고, 천리 밖의 사람들이라도 무릎을 맞댈 수 있다.”고 했습니다. 강남지역 불자들도 이런 정신으로 이 지역 불자들의 뜻을 하나로 모으고, 바른 법으로 세상을 인도하겠다는 원력으로 정법홍포의 깃발을 높이 들고자 합니다.

불교 중흥과 지역사회를 위한 실천

오늘 창립하는 강남지역 사암연합회는 다음과 같은 역할과 사업을 도모하고자 합니다.

첫째, 강남지역 사찰의 연대와 협력을 도모하는 것입니다. 포교와 전법에 매진하면서 축적해 온 경험과 교화 방법을 서로 공유하고, 불교 발전과 지역사회를 위해 힘을 모아야할 사안에 대해서는 범지역적 연대를 통해 사업을 실천하고자 합니다.

둘째, 수도권 포교의 활성화를 통해 불교 중흥의 전기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오늘 사암연합회의 창립을 계기로 1980년대 불교 대중화의 모범을 개척했던 전통을 계승하여 강남불교의 발전과 한국불교의 중흥을 위해 노력하고자 합니다.

셋째, 지역민을 위해 봉사하고 지역사회에 헌신하는 불교가 되고자 합니다. 본 사암연합회는 지역민들의 정신적 풍요를 일구는 데 이바지하고, 소외된 계층의 아픔을 다독거리는 데 앞장섬으로써 지역사회 통합과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합니다.

사암연합회의 연대와 결속이 강화되고, 전법(傳法)에 대한 서원과 공동체 의식을 공유한다면 개별 사찰이 할 수 없는 사업도 할 수 있을 것이며, 이것은 불교 발전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입니다. 저희들은 이곳이 한반도에서 불법이 가장 먼저 전래된 불국토 중의 한 곳이라는 자부심으로 정법의 기치를 높이 들고 전법과 교화에 새바람을 불어넣고자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불교, 시대의 빛이 되는 불교가 될 것을 서원합니다.

불기 2555년 12월 16일
대한불교조계종 강남지역 사암연합회 회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