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법스님께 정중히 묻습니다.

정직하게 대답하여 주시길 청합니다.

청안 청락 하십니까? 스님께서 단도직입을 좋아하시니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수행자라는 이름으로 살아오는 동안 수없는 허물들을 지었고 그 허물 때문에 번민하고 참회하며 수행자의 극의인 깨달음을 얻기 위하여 노력하여 왔고 지금도 그러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인가 한 스님에게서 현실에 참여하지 않고 어찌 잘못된 현실을 고쳐 나가겠냐는 말을 들었을 때 저는 방관자의 삶에서는 제대로 비판을 해낼 수가 없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이렇게 몇 자 적을까 합니다. 물론 저처럼 아무 직위나 드러냄이 없는 수행자가 ‘도법 스님’에게 접근할 길이 없어서 불가피하게 이렇게 몇 자 적습니다.

먼저 한국불교와 조계종단 아니 불교 교단의 발전된 미래를 위해서 노력하시는 스님의 노고에 감사를 드립니다. ‘종교평화선언’을 만들어내어 뭇 중생을 편하게 하시겠다는 용기에 박수와 격려를 보내드립니다. 하지만 그 내용과 방법론 그리고 무엇보다 자성과 쇄신의 결사 주체에 대한 의구심이 들어 부처님에 대한 신심으로 선택한 길임을 널리 헤아려 주시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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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목스님의 설법모습. 사진출처=다음카페 아미타파

부처님의 출현 목적이 불교와 종지의 존재 이유가 중생의 안락과 행복, 세상의 안락과 행복을 위해서라고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물론 그 말씀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아는 궁극적 목적이니까요. 수행자가 수행과 고행을 하며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것의 궁극적 목적이 바로 뭇 중생들의 진정한 안락과 행복이겠지요.

진정한 안락과 행복은 어떻게 얻어지는 걸까요? 다행히도 부처님께서 중생들을 위해서 설해 놓으신 팔만사천법문이 있어서 그리고 부처님의 종지를 체득하신 많은 조사 스님들이 계심에 수행자의 입장에서 확연하지는 않으나 알고 있습니다.

인연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원인과 그에 수반되는 연입니다. 부처님과 조사의 깨달음에 대한 말씀을 보면 궁극의 깨달음이란 “자비에서 시작되어 대자비로 마무리 되어지는 것이 깨달음이 아닐까”합니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사문유관을 하시면서 일으키신 자비가 바로 시작이고 보리수 밑에서 무상등정각을 얻으신 후에 뭇 중생들을 교화하시기 위하여 길을 떠나심이 대자비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자비와 대자비의 마음이 깃들어 있지 않다면 진정한 안락과 행복이 될 수 있을까요? 자죄를 미탈하면 타죄를 불속이라 하였습니다. 자성과 쇄신을 위한 결사의 정체성을 먼저 돌아보시고 심사숙고하시기를 간곡히 청합니다.

역사를 보더라도 모든 독재와 압제자들은 자신들이 했던 행동과 모습에 끊임없이 정당성을 부여합니다. 작금의 현실에서 수많은 정치가들이 말도 안 되는 일들을 눈도 꿈쩍 않으면서 저질러 내면서 모두가 합창하듯 국민의 안락과 행복을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합니다.

과연 그 정치가, 기득권층, 권력을 가지고 있는 소수의 사람들이 국민의 안락과 행복을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다고 믿으십니까? 그렇게 해서 국민들이 안락과 행복을 얻었습니까?

스님께서 자성과 쇄신을 위한 결사본부를 주도하시면서 자랑스럽게 불교집안의 위대한 전통인 대중공사방식을 통해서 모든 결과물들을 만들어내셨다고 자랑이 대단하시더군요.

원로의원, 종회의원, 본말사주지 그리고 출재가 전문가들과 상의를 심도 있게 하시어 ‘종교평화 실현을 위한 불교인선언(최종안)’을 만들어 내었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계종단의 최고 어른이신 종정 스님께 재가를 얻어내고자 하였다가, 종정 스님께서 다시 한 번 살펴보라고 하시니 마치 종정스님께 허물이 있으신 양 공개질의 편지를 하셨더군요.

가정에서도 집안의 어른이 있어 모든 일이 어른과의 의논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것은 알고 계시겠지요?

위에 언급한 많은 분들을 만나 뵙기 전에 먼저 종정 스님의 의견을 묻고 그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맞지 않았을까요? 이미 결사본부에서 추진한 선언의 내용이 종정 스님의 염려스러워 하심을 떠나 완벽하다는 오만함에 빠져 계시는 것은 아니신가요?

그리고 위에 말씀하신 대중공사방식 참으로 훌륭합니다. 맞습니다. 절집안의 문제는 대중공사를 통해서 풀어야지요. 그러한 대중공사에서 가장 큰 어른이신 종정 스님께서 다시 검토를 하라하셨습니다. 그런데 몇몇 힘 있는 스님들이 자신들의 의지대로 되지 않자 종정스님의 위상을 흔들어놓고 있습니다. 이것이 스님이 말씀하신 대중공사이신지요.

도법스님 참으로 많은 일들을 하셨습니다. 불교정화운동, 환경운동, 여러 가지 사회운동 등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현장에서 항상 노력하셨던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일들을 하셨다는 말을 보고 들은 바가 없습니다.

그러한 모습들이 스님의 글 속에서 느껴집니다. 위의 대중공사에서 언급하신 원로의원, 종회의원, 본말사주지, 출재가전문가 등에게 의견수렴을 하셨다 하셨지요. 그 모든 분들이 기득권층이 아니신가요. 바로 자성과 쇄신이 시급한 분들이시죠. 그 분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제대로 된 자성과 쇄신 결사가 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이 나라의 대통령께서도 그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국회위원, 국무위원, 그리고 사회지도층인사의 의견을 수렴하여 일들을 처리하신다구요. 비슷한 부분이 많이 있으시네요.

스님 단 한번이라도 선방의 가장 초라하고 힘없는 수좌들, 어쩔 수 없어 염불노동자(부전)로 이절 저절 떠돌아야 하는 가엾은 수행자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으신지요. 그리고 만약 들으셨다면 그 말들을 가슴에 새기셨는지 묻고 싶습니다.

과연 누구를 위한 자성과 쇄신의 결사입니까? 일부 기득권층들의 그 알량한 선처와 베품을 자성과 쇄신이라고 생각하고 계시는 것은 아니신가요?

종정스님께서 다시 한 번 검토하여 신중하게 처리하라 하심은 바로 이런 바를 우려하심이 아닐까하는 생각은 안 해보셨습니까? 몇몇 집단의 의견이 대다수의 의견인 것처럼 하시어 조계종단의 최고 어른이신 종정스님을 욕보이시는 것입니까?

기득권의 유형은 아주 많습니다. 직접적인 권력을 휘둘러대는 세력이 있고 그 권력에 기대어 기생하는 언론들이 있고 또한 그 권력에 대립하고 비판하면서 또 다른 권력을 만들어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스님 또한 기득권이 아니십니까?

자성과 쇄신을 위한 결사본부를 보고 있노라면 ‘어용노조’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노동자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것처럼 위장하지만 실제로는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도구로 사용되어지는 어용노조 말입니다. 너무 극단적인 예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으니까요? 야당정치가들이 국민들을 위한다면서 하는 모든 일들이 결국은 자신들의 권력을 위해서라는 것은 누구라도 다 아는 사실이니까요.

결사본부의 정체성에 대해서 더욱 깊게 고민하십시오. 그리고 스님께서 쓰시고 계시는 가면을 벗어 버리십시요. 물론 가면을 오래도록 쓰고 있어 그것이 가면인지 실재인지 구분할 능력이 있으시다면 말입니다. 최악을 모면하기위해 차악을 만들어내는 우를 범하시지는 말아주십시오.

진정으로 중생들의 안락과 행복을 원하신다면 기득권층의 의견 말고 힘없는 중생들의 말도 귀 기울여 주십시오. 물론 힘드시겠지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들을 위한 방패막이는 하지 말아 주십시오. 진심을 담아 간곡하게 청합니다.

종정스님께 드리는 물음들을 보았습니다. 모든 문제들이 스님과 스님의 주위에 계시는 분들 때문에 일어나고 있는데 그러한 문제들을 마치 종정 스님께 떠넘기는 모습으로 보입니다.

구차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은 각설하고 바로 스님 옆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 스님이 직접 문제제기할 용기는 없으신지요. 조고각하라는 말을 수행의 큰 방편으로 삶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스님께서도 다시 한 번 그 말을 되새겨 보셨으면 합니다.

어떤 사람들이 폭력을 행사 사주하고,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며, 국가권력에 종속되어 있고 또한 계파정치를 하고 비민주적인 사찰운영을 해왔습니까?

스님이 위에서 언급하신 바로 그 분들입니다. 그러한 분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자성과 쇄신을 위한 결사를 하시겠다고요? 그리고 종교평화 실현을 위한 선언문 역시 국가권력, 정치적인 것에서 자유롭다고 확신하십니까?

종정스님의 뜻을 따르십시오. 그리고 진정으로 자성과 쇄신을 바라신다면 스스로 가지고 계신 기득권을 내려두고 백의종군하십시오. 어찌 이 글로 다하겠습니까마는 이만 줄일까 합니다.

오늘은 주로 도법스님께서 종정스님에게 드리는 글을 중심에 놓고 몇 가지 물음을 드렸습니다. 저는 스님에게 이판적으로는 물을 것이 없어서 질문하지 않겠습니다. 스님이 수행의 결과물을 얻으신 깨달으신 분은 아니니까요. 다음에는 혹시 직접 만나 뵐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더욱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끝으로 위기에 처했다고 끊임없이 역설하면서 또 다른 위기를 자초하시는 모든 분들이 다시 한 번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하며 글을 마무리 할까합니다.

허물이 많았습니다.

추운 겨울 청안청락하시길 손 모읍니다.

2011. 12 .7
어느 토굴에서 오늘을 참회하며 사는 수행자가 두 손 모읍니다.

*정목 스님은?

1987년 금정산 범어사에서 벽파 스님을 은사로 사미계를, 90년 자운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법명은 정목(正牧), 법호는 백송(百松)이다. 91년 범어사 승가대학을 수료하고 강사 소임을 역임했다. 스님은 92년 전수염불 정진 중 염불삼매를 얻었으며, 98년 중앙승가대학교를 졸업한 해 하안거 정진 중에 관불삼매를 체험했다. 99년부터 2004년 4월까지 춘천의 소양강변에서 염불과 저술에 매진한 스님은 2004년부터 한국정토학회 이사로서 염불수행과 원효사상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2004년 경남 양산 오룡골에 정토원을 설립한 스님은 인터넷 다음카페 ‘아미타파’를 통해 전국에서 찾아오는 염불 수행자들을 온-오프 라인을 통해 동시에 지도하고 있다. 스님은 ‘밝으면 일하고 어두우면 염불한다’는 생활신념으로 정진하며, 틈틈이 불교대학을 비롯한 여러 강연회에서 법문하는 한편, 많은 저서를 통해 원효 대사의 일심정토 염불수행을 전하고 있다. 또한 모든 법문을 동영상으로 제작하여 인테넷으로 전하고 있다. 저서에 <염불신행의 원리와 비결> <한국의 염불수행과 원효 스님> <윤회는 없다> <신앙의 빛> <오룡골에는 여자가 없다> <무량수경종요> <아미타경소> <일체가 아미타불의 화신이다> 등이 있다.